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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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시켜주는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상상력’일 것이다. 생물은 감각을 기반으로 어떤 대상을 판단한다. 어떤 것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려면 눈으로 볼 수 있거나,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거나, 귀로 소리를 듣거나, 입으로 맛을 확인하거나, 아니면 피부로 느낌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꼭 실재하는 것만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오감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엔 성급하단 뜻이다. 상상력이 있기에 우리는 감각할 수 없는 것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믿음의 시작이다.


  현대 사회의 발전은 매우 빠르다. 그것을 가능케 해준 건 과학의 힘이다. 검증 가능한 것들을 대상으로 삼는 과학이란 무기로 인간은 이성을 극대화시켜 전보다 더욱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변화에 가속도를 붙인다. 즉 오늘날은 과학의 시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과학이 일상에 널리 퍼져있지만 과학과 대치되는‘미신’이란 믿음이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모순적인 것이 공존하는 작금의 상황, 이 자체가 모순이다.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는 미신을 믿는다. 정도의 차이다. 괴거부터 이어진 사주, 타로, 점성술, 별자리, 관상, 손금, 신점, 풍수지리는 예전보다 권위가 약해졌을지언정 완전히 자취를 감추진 않았다. 흥미로라도 시험해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혈액형과 MBTI도 크게 보면 미신의 일부다.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것 같지만 엄밀한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과학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의 믿음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여전히 믿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나는 정말 과학적이라서 미신같은 건 전혀 믿지 않는다.”고 자신할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미신은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다. 아무리 평소에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도 신의 존재를 믿는다든지, 4와 13같은 숫자는 왠지 모르게 꺼려진다든지 등의 상황은  믿음이란 행위가 단순히 개인의 성향을 넘어 문화적 맥락에 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작가가 이 책의 집필 의도를 서문에서 밝히듯 이 책은 미신을 부정하고 그 근거를 과학적으로 논박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그것도 아주 재기발랄한 문체로... 책에서 다루는 소재 자체도 흥미롭지만 동서양의 온갖 미신을 주제별로 정리해서 술술 풀어주는 재미난 입담은 책을 읽는게 아니라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같은 기분을 주었다. 1월의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말고 작가의 전작을 신청할 수도 있었는데 고민끝에 다른 책을 골랐다. 완독 후에 그 사실이 생각나서 못내 아쉬워졌다. 이 책이 작가의 4번째 책이란 건 그저 숫자는 숫자란걸 보여주는 예시가 되길 바라며, 오후 작가의 다음 책을 기대해본다. 신간을 기다리는동안 전작들도 찾아보면 충분할 것 같다.



*. 동아시아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동아시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서평은 전적으로 제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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