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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드럭스 -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지적인 약 이야기
토머스 헤이거 지음, 양병찬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11월
평점 :
어느 날 몸이 좋지 않다면, 그렇다고 해도 병원에 가야할 정도가 아니라면 우리는 그냥 약을 먹는다.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서 주의점을 듣거나 주사를 맞는 치료를 받아도 결국 이것은 어떤 약을 복용해야할지 알려주는 처방전을 받기 위해서이다. 몸의 상태가 단순히 약이나 진료로 나아질 상태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수술을 받지만 수술 이후 몸을 완치하기 위해선 꾸준히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약은 앞에서 언급했듯 나쁜 상태의 몸을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해 이용되지만 신체에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챙겨 먹는 온갖 영양제가 좋은 예다. 건강하지 않으면 꼭 약이 필요하고, 몸이 정상이라도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약을 먹는다. 약 없는 우리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언제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약이 등장한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 전에는 특별한 효능이 있는 식물을 자연 그대로 쓰거나, 정제와 추출같은 약간의 과정을 더해서 효과를 조금 더 늘리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놀랍도록 빠르게 발전한 과학 기술의 성과 덕택에 약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면서 효과는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책의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다루는 약의 종류를 보면 이런 점이 두드러지는데, 아편과 헤로인, 인두법 등 자연물을 응용한 것에서 피임약과 비아그라, 단클론항체 등 인간의 생리학적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인공합성물을 개발한 것으로 이어지는 책의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다.
어렵고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약에 얽힌 이야기를 다방면으로 보여주는 책의 전개방식, 약학이라는 어려운 분야를 감안해 각주를 최소화하고 지나치게 지엽적이거나 전문적인 서술은 생략한 저자의 의도, 이 분야를 전공한 역자의 전문성있는 번역이 모두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아스피린과 페니실린 같은 너무 유명한 약물은 이 책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이 책은 전형적이지 않고 더 다양한 종류의 약을 소개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약의 효능을 무조건 찬양하는 게 아니라 그에 얽힌 부작용과 주의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주장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나쁜 점은 있으니 이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신약 개발의 미래를 다룬 책의 마지막 부분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선 우리는 더욱 많고 새로운 약을 끊임없이 복용해야 하는 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 동아시아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동아시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서평은 전적으로 저의 사견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