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 - 나노로봇공학자, 우리와 우리 몸속의 우주를 연결하다
김민준.정이숙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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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스케일로 보면 우리 인간은 아주 보잘 것없이 작은 존재다. 끝도 없이 펼쳐진 광막한 우주 공간에서 한 사람은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라는 존재 역시 너무도 미세하다. 세포의 크기와 숫자를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로 치환시키면 인간과 우주 사이의 관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을 정도이다. 우리 몸을 소우주라고 부르는 표현은 여기서 나왔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 몸 안의 소우주, 즉 이너스페이스(inner space)를 탐구하는 어느 과학자의 기록이다.


현대의 과학과 기술은 이전 세대의 사람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생물과 의학 분야이다. 학문의 발전으로 불치병도 점차 줄어들고 인간의 평균과 기대수명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의학에서는 특히 요즈음의 신기술을 더 나은 치료를 위해 적극 응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미세로봇’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우리는 병에 걸리면 약을 먹었다. 수술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부작용도 따르는데, 문제가 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제거하는 와중에 정상적인 세포까지 어쩔 수 없이 손상시키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미세로봇을 이용한다면 로봇이 우리 몸안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에 치료 약물을 직접 투약하는 ‘목표지향형’ 방식으로 앞선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방안이다.


문제는 이 일이 무척이나 힘들다는 점이다. 온갖 물질이 뒤섞여 있는 신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로봇을 만드려면 체내에 있어도 문제가 없는 재료로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 로봇들을 정확하게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고 신체의 다른 물질과 섞여도 이동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 목표가 되는 세포를 확실히 겨냥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목표들을 모두 충족하려면 한 분야의 연구로는 불가능하다. 생물학, 화학, 의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제어계측학, 유체역학 등 여러 분야의 협업이 절대적이다.


김민준 교수 역시 여러 분야의 학문을 공부하고, 다른 분야의 학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 협력하면서 오랫동안 이 분야의 연구를 진행해왔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선책을 내놓는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과학은 완전함을 지향하지만 결코 완전해질 순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발전하는 것이 과학이기 때문이다. 과학과는 담을 쌓는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나이지만 과학책을 읽을 때마다 신선한 지적 충격을 받는다. 끊임없이 대상을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열정은 물론 자연의 대단함과 경이로움을 같이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로봇, 그중에서도 육안으론 볼 수도 없는 아주 작은 로봇을 다룬다. 로봇이 상용화된 미래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 분명하다. 마치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는 것처럼,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단편을 살짝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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