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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평점 :
인류의 역사는 자연과의 상호작용이었다. 하지만 이 관계는 사실 매우 일방적이었다. 아무리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킨들 자연 앞에서는 그저 생물의 한 종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활한 대자연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근 몇백 년 사이 이 일방적 관계에 급속도로 균열의 조짐이 보였다. 근대 이후 인간이 자연을 본격적으로 ‘정복’하기 시작했다. 이후 인간의 삶은 더할나위 없이 풍족해졌지만 우리는 전례없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구는 우리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이 터전으로 삼고 있는 보금자리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인 동시에 지구 역시 유기적인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 생명에는 어느 정도의 자연적인 회복력이 있다. 문제가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기능을 회복한다. 하지만 지구의 회복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지점은 공교롭게도 인간이 문명을 폭발적으로 팽창시키기 시작한 시점과 같다. 우리가 이 시실을 알게된 것은 불과 몇십 년 전이다.
생명에는 나름의 주기가 있듯이 지구도 마찬가지다. 간빙기와 빙하기라는 두 극단의 상태는 지구의 역사에서 특정한 주기를 두고 계속 반복해서 일어난 일이다. 최근 100년 사이 이 주기에 정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가속도가 붙었다. 지구의 온도가 조금 오르는 게 무슨 대수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지구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 인간이 개별적으로 체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기 몸살에 걸려 체온이 조금만 올라도 우리 몸의 상태는 평소에 비해 정말 안 좋아진단 사실을 생각해보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지금 인류는 많은 문제에 직면해있다. 정치, 경제, 인종, 종교, 전쟁, 그리고 최근에 우리 삶을 송두리채 바꾼 코로나까지. 하지만 이런 심각한 문제들도 환경 앞에서는 부수적인 문제가 된다. 환경의 급진적 변화는 우리의 존망과 관련된, 훨씬 근본적이고 비가역적인 문제이다. 이 문제에서 다음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대로 우리에게 닥칠 파국적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미래를 상상하지만 이제는 기후위기가 바꿀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믿음과 행동이 결국 우리를 다른 미래로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