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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리포트 - 대한민국 초기 방역 88일의 기록 ㅣ 코로나 팬데믹 시리즈 1
허윤정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7월
평점 :
올해 초만 하더라도 사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웃나라인 중국에서 작년 연말에 갑자기 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근원지인 중국을 집어삼키고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로 순식간에 전파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인접한 탓에 코로나 유입도 빨랐던 편이다. 몇 년 전 메르스 사태로 크게 홍역을 앓았던 우리나라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 사태에서 배운 것이 있을까.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바이러스에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작가 개인의 기록이긴 하지만 꽤나 공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허윤정 저자는 보건의료 전문가로 오랫동안 일해왔고 20대 국회에서 마지막 비례대표를 승계한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기록은 2020년 1월 20일부터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4월 15일까지 88일 동안의 기록을 다룬다.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불안과 혼란으로 가득해지고 상황이 반전되어 진정세에 접어들고 장기전을 대비하는 모습을 모두 담아낸 것이 불과 3달 사이의 일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중요한 지점을 몇 개 꼽자면 해외 유입자, 특히 중국인들의 입국 차단 여부와 신천지로 인한 대구 경북 지역에서의 대규모 집단 감염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건전한 논의로 흘러가기 보다는 근거없는 가짜뉴스와 각종 혐오표현이 횡횡하면서 사안의 본질이 많이 흐려졌던 것이 안타깝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의 범위는 넓지만 그래도 공중 보건과 방역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분야라고 믿는데 코로나로 인한 혼란은 나라를 크게 나눠놓았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가이자 국회의원 신분으로 저자가 글을 쓴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기에 총선 이후의 상황을 다뤄놓지 않은 점은 집필의도를 넘은 부분이겠으나 자칫 이 문제가 정쟁적으로 다뤄지기 쉬운 인상이 들어 아쉬웠다. 4월 15일 총선이 끝나고 5월 30일부터 20대 국회가 활동하기 시작했지만 코로나 사태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일하는 사람은 달라졌어도 사안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를 들여다 보는 것은 미래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함이다. 그 과거엔 자랑스러이 여길 만한 것도,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운 것도 많았다. 끊임없이 지난 일을 복기하면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이 책은 그 지점을 더 깊이 다룰 수 있음에도 분량이 생각보다 많이 적었던 게 아쉬웠지만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