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의 전장에서 - 최초의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만들어져 인류를 구했나
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코로나19가 발병하고 전세계에 유행한지 벌써 반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각국 정부와 거대 제약회사에서 이 무서운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 매진이라는 뉴스를 계속 듣지만 언제 백신 개발이 완료되어 보급될 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백신이라는 치료제를 개발하기까진 그만큼 막대한 시간과 비용, 노력이 소모되고 또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실제로 인간의 몸에 투여되었을 때 어떤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임상 실험을 거친다고 해도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투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동안 우리는 많은 질병을 마주했다. 수많은 질병 중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전염병인데, 사람에서 사람으로 증상이 전염되어 피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생기는 까닭이다. 사람의 목숨을 너무도 쉬이 앗아가는 이 전염병의 원인이 눈에 보이지도 않은 세균과 바이러스라는 게 밝혀진 것은 역사에서 아주 최근의 일이다. 오늘날에는 이런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항생제라는 물질이 개발된 것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발견보다 더욱 최근의 일,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일이다.


  항생제는 인체에 심한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인체 내의 특정 세균들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모든 성분을 지칭한다. 우리 몸 내부에 있는 수많은 세포를 건드리지 않고 해가 되는 병균들만을 죽이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항생제의 기원이 되는 것이 바로 '설파제'이다. 설파제는 술파닐아미드라는 비교적 단순한 원자 집합으로 그 활성을 추적해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약물을 일컫는다. 설파제를 발명한 것은 게르하르트 도마크라는 인물로, 의대를 다니다가 1차 대전 때 독일군으로 참전했다. 후에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학과 의학상을 수상한다. 그동안의 전쟁에선 총탄을 맞아 사망하는 사람보단 상처의 감염으로 죽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전장은 총탄이 오가는 곳만이 아니라 감염이 일어나는 곳, 즉 우리 신체이기도 한 셈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미세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다친 이의 몸을 잠식해가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게, 그리고 그 속도를 늦추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설파제의 개발 덕분에 전쟁에서 다친 이들도 확실히 치료할 수 있었고 감염으로 죽는 사람의 수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꿔 감염 예방에서 적극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 초점을 옮겼다. 작금의 코로나19만이 아닌 앞으로도 우리는 많은 바이러스와 세균을 마주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모든 병을 치료해주는 '기적'같은 약물이 개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노력을 계속하는 한 우리는 기적에 다다르진 못하더라도 조금씩은 가까워질 것이다. 감염이라는 전장이 최소화되는 낙관적인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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