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넌 도일 - 셜록 홈스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 클래식 클라우드 20
이다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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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고작 1년 차이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야간’자율’학습이라는 명목으로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있어야 했는데 저녁을 학교에서 먹고도 아직 두 세시간 더 남아 있어야 했던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해도해도 끝이 안보이는 공부와 야자에 활력소가 되어준 것은, 학교 도서관에서 호기심에 집어든 셜록 홈스 전집이었다.

처음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00년이 넘었지만 이토록 사랑받고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캐릭터는 드물 것이다. 명탐정 홈스와 빼놓을 수 없는 그의 파트너 왓슨이다.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에서 두 사람이 처음 조우하며 한 대화는 아직도 뇌리에 선명히 남아있다. 단 한 순간의 관찰만으로 홈스는 왓슨이라는 낯선 사람의 정체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 후로도 두 사람은 여러 장편과 수많은 단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사실 작중에서 거의 모든 활약은 홈스에게 집중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두 인물 모두가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라서다. 작가 아서 코난 도일(Sir Arthur Conan Doyle, 1859~1930)은 의학을 전공해 개인 병원을 차렸지만 업무가 없는 한가한 시간에 초월적인 속도로 글을 읽고 썼다. 그 와중에도 냉철한 추리력과 이성적인 판단력을 바탕으로 당시 경찰들을 곤란하게 했던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홈스의 모델은 대학 때 수업을 들었던 교수에게서 가져왔지만 그의 내면은 홈스와 왓슨이라는 인물로 이분되었다.

어느 사람이나 마찬가지지만 사실 도일은 굉장히 복잡한 인물이다. 경이적인 필력으로 홈스 시리즈를 꾸준히 연재하다가 싫증이 나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홈스를 거리낌없이 죽였다가, 쇄도하는 비난에 못이겨 다시 연재를 재개했다. 다른 나라의 패권을 비난하면서도 조국인 영국의 제국주의는 긍정적으로 옹호했다. 누구보다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던 사람이었지만 말년에는 비과학적인 심령술에 심취했다. 그리고, 홈스가 너무도 유명하기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는 역사와 SF 소설에도조예가 깊어 여러 작품을 남겼다.

홈스가 그토록 인기를 끌었던 건 당시 영국의 영향력이 세계쩍으로 절정에 달했을 때 빅토리아 시대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냈고, 산업혁명과 제국주의가 무르익어 인쇄물의 발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정기연재를 통해 읽을 거리를 꾸준히 제공했다는 시대적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전부라면 오늘날에도 영화, 드라마, 연극, 팬픽으로 각색되어 유행하는 홈스 시리즈의 인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어느 작품보다 매력적이고 흡입력있는 셜록 홈스(Sherlock Holmes)라는 캐릭터야말로 지금도 우리가 그의 행적을 좇아가는 이유다. 당장이라도 런던의 베이커가 221B번지에는, 빵모자를 쓰고 매부리코를 한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담배를 피고 약을 하며, 늘어진 자세로 소파에 앉아 미궁같은 수수께끼의 해답을 골몰히 고민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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