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과 작가들 - 위대한 작가들의 영혼을 사로잡은 음주열전
그렉 클라크.몬티 보챔프 지음, 이재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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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s block'이라는 표현이 있다. '글길이 막혔다'는 뜻인데 구체적으론 작가들이 글을 쓸 내용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애를 먹는 상황을 나타낸다.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학생 때 몇 장짜리 과제를 제대로 쓰지 못해 쩔쩔 매면서 하염없이 깜빡이는 화면 속의 마우스 커서만 바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과제 한 번에 이렇게 답답한 마음이 드는데 하물며 매일같이 글과 씨름해야할 작가들은, 도대체 무슨 재주로 평생을 글을 쓰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 간과한 점은 작가들 역시 작가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이들도 우리처럼 글을 쓰고는 있지만 제대로 쓸 수 없는, 그러니까 창작의 고통을 겪는다. 사실 이들이 글을 쓰는 빈도와 분량을 생각하면 거의 매번 이 고통을 마주한다고 해야겠다. 이렇게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작가들에게 위안과 도움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알코올'이다. 좋은 음식엔 좋은 음식이 필요한 것처럼 술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에는 알코올 중독의 해악이 크게 알려져 부정적 인식이 크지만,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들었던 옛날에는 건강을 가져다주는 음료이자 때로는 약의 대용으로, 적절한 취기를 동반해주면서 창작에 필수적인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와인과 맥주라는 전통적인 발효주부터 시작해서 위스키, 진, 보드카, 압생트, 메스칼·테킬라, 그리고 럼에 이르는 증류주까지,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일러스트와 함께 술의 간단한 유래와 이에 관련된 작가들에 얽힌 비화, 그리고 작중 소개된 술의 제조법까지 다양하게 알려준다. 생각보다 분량이 적어서 아쉬웠지만 반대로 그만큼 가독성이 높아 잘 읽히고, 저자들과 역자들의 바람처럼 술 한 잔 하면서 책을 읽기엔 적당했다. 


  에디슨은 "천재는 99%의 노력과 1% 영감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어떤 분야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결과가 항상 좋게 이어지진 않을 수도 있는 법이다. 그렇지 않았던 작가들도 물론 많았지만, 책에서 소개된 많은 작가들이, 아니 실제론 이보다 더 많은 작가들이 알코올이라는 신비한 도구에 의존했던 것은 그만큼 술이 가져다주는 창작의 영감이 중요했기에 그랬을 것이다. 괜히 맛있는 술 한 잔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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