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고 정신없던 첫 한달이 지나자 슬슬 아기와 놀아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아기 눈앞의 흑백모빌을 흔들어주는 것만으로는 아기도 많이 심심해하는 것 같고요. 흑백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이 아기의 시각발달에 좋다고 해서 그걸 알아보다가 <하양까망>을 보게 되었어요. 하양까망은 두 권이 한 세트로 되어있는 흑백 그림책으로, 하나는 한장씩 넘겨보는 그림책, 다른 하나는 병풍처럼 펼쳐볼 수 있는 그림책이에요. 보통의 흑백책은 단순한 문양의 나열이기 때문에 아기에게 펼쳐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놀이를 하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하양까망은 각각의 그림이 의미를 가지고 있고 모양도 예쁘기 때문에 아기와 엄마가 즐겁게 볼 수 있어요. 모양이 예쁘다는 것이 저는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반 흑백책처럼 의미없는 도형이 있는 것들은 첫 신생아시기, 흑백만을 구분할 수 있을 때에 잠깐 보고 말지만 하양까망처럼 각각의 그림이 의미있는 모양을 가진 것들은 아기가 큰 다음에도 계속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아기에게 그림책을 보여줄 때도, '자, 여기 아기캥거루가 엄마 주머니안에 있어, 여기는 귀여운 원앙이 있네'라고 뭔가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으니까 아기와 노는 시간이 더 즐거워요. 하양까망 첫째권인 넘겨보는 그림책은 모두 엄마동물과 아기동물 쌍이 등장해요. 아기를 대상으로 하는 책에도 주제가 있다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들어요. 둘째권인 병풍책은 컵이나 우산같은 주변 사물이 있어요. 병풍처럼 펴놓고 보는 책이라 그런지 그림 자체는 병풍책이 좀더 단순해요.(하지만 우리 아기는 둘째권을 더 좋아하네요.^^) 그림이 둥글둥글하면서도 섬세해서 보기에도 즐거운데 상당히 고급스럽게 만들어져서 소장가치도 있어요. 하양 부분은 무광, 까망 부분은 유광처리돼서 명암 외에도 질감으로도 대비돼요. 이 질감차이가 책을 한결 고급스럽게 만드네요. 손끝으로 만져볼때 입체적이어서 좋기도 하고요. 여기는 제가 좋아하는 페이지예요. 엄마 원앙과 아기 원앙이 서로 바라보는 모양이 행복해 보여요. 우리 아기와 제가 처음으로 같이 본 책이 이런 따뜻한 그림책이어서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