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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국어의 고삐 독서(비문학) - 2019 수능대비 기출문제집 + 기출지문완전분석 + 읽기방법도식화 + 강의해설 수능국어의 고삐
김민우 지음 / 재남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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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국어공부 어럽게만 생각했는데 이 책으로 공부하니 재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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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국어의 고삐 독서(비문학) - 2019 수능대비 기출문제집 + 기출지문완전분석 + 읽기방법도식화 + 강의해설 수능국어의 고삐
김민우 지음 / 재남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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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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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7월 말, 내 생일 선물로 아끼는 지인에게 도서를 선물받았다. 개인적으로 책 선물을 좋아한다. 지인에게 받은 도서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평소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기도 했고, 제주도로 여행갈 때 『홀리가든』 을 챙겨갈 예정이기도 하니까. 어쨌든 책을 선물 받자마자 읽어내려 갔다. 읽어내려 가면서 느낀 건, '당혹감'이었다. 책 제목과 스토리사이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때문인 것 같다. 제목은 밝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이보다 밝을 수 있나.

이누야마 집안에는 가훈이 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 때를 모르니 전전긍긍 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 그 가훈을 자매는 각각의 방식으로 신조 삼았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11p-

'전전긍긍 하지 말고 즐겁게 살자'라는 가훈을 각각의 방식으로 지켜가는 이들은 이누야마 집안의 세 자매다. 첫째인 아사코, 둘째인 하루코, 셋째인 이쿠코. 이 세 자매들의 일상이 책 스토리에서 번갈아가며 관찰자 시점으로 보여진다. 아사코는 29살에 구니카즈라는 남편과 결혼해 현모양처로 살고 있다. 하루코는 여행지에서 '확인하고 싶어' 만난 남자 구마키와 2년 째 동거 중. 이쿠코는 친구와 연인 중간 사이의 남성들과 만난다. 육체적인 관계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남자를 보며 고독을 느낌과 동시에 스스로를 창부 같다 여기면서.

그런데 이 세 자매의 삶이 녹록치 않다. 아사코는 어린애 같은 착한 남편의 폭력을 견딘다. 아사코가 비위를 거스를 때마다 '가끔' 폭력을 행사한다. 2~3일 정도면 없어지는 멍 정도를 목에 남길 정도로만. 하루코는 2년 째 남자와 살면서, 지독하게 연애에 의존하고 있으면서 결혼할 마음은 없다. 구마키가 2번 정도 청혼을 했지만, 법이나 제도의 개입없이 애정만을 믿으면서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 그녀의 아킬레스 건 이기도 한 '거부할 수 없는 육체를 가진' 남자와 육체관계를 가지지만, 그 뿐이다. 또 이쿠코는 이미 연인이 있는 남자와 육체관계를 가지고 있다. 연애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세 자매의 삶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캐릭터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한없이 여리고 가냘픈 아사코가 구니카즈에게 폭력을 당하는 모습에 애처로움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괜찮다며 구니카즈의 품인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에는 '독함'이 엿보인다. 공감할 수 없었다. 아사코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동생과 같은 처지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또 구니카즈의 정상이 아닌 심리를 엿볼 수 있는 구절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하기도 한다. 미친 남자다.

하루코는 그야말로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이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는 아니지만, 적어도 '언어 공부가 가장 즐겁습니다.'의 능력을 보여주는 하루코는 영어는 완벽하게 터득하고 타국의 언어도 조금씩 구사할 수 있다. 그런 그녀는 현재 라틴어도 공부 중이다. 고급 정장을 차려입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그녀와 달리 집에만 돌아오면 민낯에 대학교 트레이닝 복을 입고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에 카멜레온 같은 색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거기다 구마키와의 연애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는 애교도 많다. 머릿속에 그려지나. 얼마나 매력적인지.

하지만 읽는 내내 내 마음을 빼앗은 캐릭터는 다름 아닌 이쿠코다. 4차원 느낌. 거기다 개성 있는 얼굴이라고 적혀 있다. 딱 내 스타일. 사랑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가기 위해, 고등학교 때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단계적으로 인사를 하고 말을 걸어 친해져 우정을 쌓고, 육체관계를 가졌다. 그로 인해 남자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 또 혼자 콘서트 장에 가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패스트푸트 점에 간다. 영화를 보러 갈 때의 내 모습이 살 짝 엿보였다. 그녀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250엔 하는 붕어빵 3개와 커피를 먹었다. 궁금하다, 그 붕어빵. 나는 커피와 감자튀김을 먹는다. 다른 점은 그녀는 앉아서 먹고, 나는 테이크 아웃.

그런 그녀가 선망하는 삶은, 같이 살고 싶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 사랑을 믿지 않아 연애는 건너뛰고 싶지만 가정은 이루고 싶다. 그러다 선망하는 주부가 생기고, 그 주부의 선량하고 성실한 아들을 만난다. 이쿠코는 이제 껏 만나던 남자와는 달리 '단계'를 고집하는 남자와 연애를 하는데, 이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소설 캐릭터를 또 하나 만난 것 같다. 좋아하는 소설 캐릭터가 있다. 기욤 뮈소 『구해줘』의 줄리에트 보몽(아 매력적이다.) 넬레 노이하우스 타우누스 시리즈의 피아 키르히호프. 여기에 하나 더 생겼다. 에쿠니 가오리『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의 이쿠코.

하지만 당혹스러웠다. 앞서 말했듯, 책 제목과 스토리 사이에서 느낀 '이질감' 때문이었다. 사실 처음 읽었을 땐 왜 당혹스러웠는지 몰랐다. 그냥 공감이 되지 않았다. 두 번 째 읽을 때도 마찬가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모두 읽은 건 아니지만, 꽤 많이 읽으면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다. 세 번 째 읽고 나서야 당혹감의 원인이 이질감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질감의 문제는 나였다. 책 제목에 갇혀 있었기 때문. 그러니까 책 제목이 밝으니 스토리도 마냥 밝을 거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도 밝고 따뜻할거라고. 그런데 막상 읽으니 일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책 속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세 번 째 읽으면서 책 제목에 갇혔던 나의 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책의 제목에 갇혀 스토리는 이럴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읽지 않는다면,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하 게 될지 모른다. 에쿠니 가오리의 도서는 그래서 손에서 쉽게 놓아지지 않는다. 내가 지금도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그리워 하듯.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해 한참 책꽂이에 꽂아두다 다시금 펴 봤을 때 또 다른 느낌에 휩싸여 '먹먹해질지도.' 아직 나는 그녀들이 각자 어떤 방식으로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의 가훈을 실천했는지 공감하지 못했다. 애석하게도, 한계다. 그래서 사실 리뷰를 쓰고 난 후 독자들의 서평을 읽어볼 참이다. 그러고 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혹은 '아, 그렇구나' 하며 이해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기억은 냉동된 식품 같은 것이라고 아사코는 생각한다.
오래되기는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냥 거기에 있다. 썩는 일도 성장하는 일도 없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49p-

“지나치게 자유롭다는 것은 때로 불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리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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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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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고쳐질까?”라며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던 가족. 가족에게 그녀는 고쳐야하는 게 있는 아이였다. 예를 들어보자. 공원에 작은 새가 죽어 있다. 또래 아이들은 죽어있는 새를 보고는 가여워 우는 반면, 게이코는 새를 들고 어머니에게 가더니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이거 먹을까?”

반에서 싸우는 아이들을 친구들의 “좀 말려봐”라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에 삽을 꺼내 가장 격하게 반응하던 아이의 머리를 내려친다. 악의가 있던 건 아니었다. 새는 아빠가 새 꼬치구이를 좋아해서였고, 삽으로 머리를 내리친 건 싸움을 빨리 말리기 위해서였다. 나름 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었다. 그 덕에 어머니는 학교에 계속해서 불려와야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무엇이 잘못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상하다고만 할 뿐. 다만 자신때문에 학교에 자꾸 불려와 사과를 해야 하는 부모님과, 자신의 무언가를 고치려고 먼 병원에까지와 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고쳐야한다'고 인식하게 했을 뿐이다. 이에 그녀는 먼저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모든 학년을 별 무리 없이 ‘혼자’ 보냈다. 그런 그녀가 대학교 때 사회에 처음 발을 들였다. 바로 역 근처 편의점.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된다. 일한 기간은 무려 18년. 점정이 8번이나 바뀐 기간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보통사람’의 매뉴얼을 편의점에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편의점의 규정대로 헤어를 스타일링하고, 거추장스런 액세서리는 모두 뺀다. 편의점의 유니폼을 입는다. 이렇게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두 ‘편의점 점원’으로 탈바꿈 한다. 또 입꼬리를 위로 쭉~ 끌어올리며 고객이 들어올 때마다 힘차게 '어서오세요'라고 인사하고, 계산한다. 후루쿠라 게이코는 편의점의 매뉴얼에 편안함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했던 보통사람의 모습을 편의점 동료 점원이 되면서 체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그녀는 눈에 띄게 뛰어나지 않지만,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태 좋은’ 편의점 점원(그녀가 말하는 부품)으로 자리매김 한다. 매끼를 편의점의 음식(빵, 주먹밥)으로만 섭취하는 게 다반사. 다음날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하기 위해 전날 관리를 하는 것도 시급에 포함된 거라고 가르쳐준 두 번째 점장의 조언을 18년 동안 지키고 있다. 그녀의 나이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게이코는 30대 중반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았으며, 연애경험도 없다. 사람들이 직장이라고 규정한 회사에 취업한 경험도 없다. 이런 그녀의 삶은 주의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 18년 동안 알바만 하는 것에 측근들은 궁금함을 감춘 걱정의 말을 건넨다. 연애 경험이 없는 것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고로는 정상적으로 비춰지지 않는지, 걱정의 말을 잊지 않는다. 그녀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18년 동안 하며,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이 측근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우려를 표현한다. 그렇게 그녀는 이물질이 된다.

하지만 후루쿠라 게이코는 편의점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평범하다. 완벽하게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태생적으로 화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화를 내야하는 상황이라면, 함께 일하는 점원의 표정과 말투를 따라한다. 분노를 공유하면 동료가 좋아하고 보통사람 같아서다. 나이에 맞는 옷을 입기 위해 직장 내 점원을 표본으로 삼고 브랜드 명칭을 몰래 확보해 흉내낸다. 흥분하는 말투, 좋아하는 말투도 곧잘 따라한다. 더할 나위 없이 보통사람 같으니까. 또 그녀는 편의점에서 누구보다 전문가다. 손님이 물건을 꺼낼 때 마다 자연스럽게 들리는 소리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날 어떤 물건이 잘 팔릴지 그날의 온도차나 날씨 같은 환경차이로 모두 판단하고, 편의점 인근의 상황을 캐치해 편의점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계획한다. 그녀는 자신이 보통사람의 범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편의점 업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대단하지 않나.

찌질한 남자가 나온다. 조몬시대 이야기를 자꾸 꺼내며 보통사람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자신을 ‘강간’하는 사람들과 사회를 비난한다. 뭔가 공감이 갈 법한 이야기와 함께 문제제기를 하지만, 2번 째 읽는 동안 ‘찌질하다’는 생각을 감출길이 없었다. 문제제기를 하려 했지만, 자신보다 잘난 사람에 대한 열등감이 몸 속 구석구석 물든 남자에 불과했다. 멋진 남자만 좋아하는 여성을 힐난한다. 자신의 처지와 딱 맞지만 눈길조차 가지 않는 그런 여자와 서로 위하며 살수 밖에 없는 현실에 분노한다. 그런 여성의 표본이 이를테면 후루쿠라 게이코다.(난 이부분에 분노를 느꼈다) 게이코는 일반인이 말하는 ‘밑바닥 인생’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는 밑바닥 인생. 하지만 찌질남일 뿐이다. 찌질남의 문제제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 빛을 보고 한 살 한살 나이를 먹으면서 ‘사회’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렇게 가족외의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건, 대학을 졸업한 후건 사회에 나가게 되면 타인과의 관계속에 ‘일’을 해야 한다. 아르바이트가 좋은 눈으로 허용되는 나이가 있다. 대학생들 그리고 20대 후반까지가 한계다. 그 이후에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취업을 왜 안하고 있는지 우려석인 목소리로 물어오는 사람들이 생긴다. 게다가 나이가 찰수록 ‘결혼’에 대한 압박도 거세진다. 가족을 비롯한 친구, 친척들의 우려섞인 질문이 마치 인사말처럼 되어버린다. 다양한 삶을 인정한다는 사회의 말과는 달리, 사람들의 사고는 아직 과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여전히 과거속에 있다. 책속의 찌질한 남자가 하고싶었던 말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말뿐인 것 같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말은 페이스북 페이지 자주 나타는 아름다운 이미지 위에 박아놓은 수많은 공허한 명언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삶의 다양성을 긍정하지만, 평범한 삶처럼 보이지 않는 이들을 향한 다수의 시선은 절대 곱지 않다. 불편한 진실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4개월동안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함께 오버랩 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재밌었다. 화나는 일도 물론 있었지만. 나는 편의점 보다는 크고 대형마트보다는 작은 곳에서 캐셔로 일했다. 일하면서 느꼈던 건, 점원이 그곳에서 몇 년 씩 일을 했는데도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낮다는 사실이었다. 거기에는 손님의 시선도 한 몫 한다. 시쳇말로 우습게 본다. 직원들은 사람들의 시선에 분노하면서도 자신의 처지가 우습게 느껴진다. 정규직도 아닌 아르바이트라 더욱더. 나에게 한 점원이 우려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너 엄마가 이일 하는 거 알아?” 친동생은 내가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는 말도 해왔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을 경험하다 보면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도 공허한 외침 같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정해둔 직업에 귀천이 있다.

나는 후루쿠라 게이코의 삶이 '절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진심이다. 찌질남은 세상 사람들에게 강간당한 피해자가 아니라 열등감을 몸속에 안고 사는 한심한 남자일 뿐이다. 초등학생 당시 행동은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평소 생활습관도 절대 이상하지 않다. 독특할 뿐. 약간 나의 일상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편의점이 아닌, 일반 회사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그녀는 보통사람의 범주에 들어가고자 연기하지만, 보통사람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삶을 스스로 택하기도 한다. 변명거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겁없이 강구하며, 쿨하게 대응한다. 찌질남의 빈정거림과 비하발언에도 절대 주눅들지 않는 모습도 매력적이다. 배우고싶을 만큼. 절대 이상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싶은 삶을 사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단적으로 자신의 회사의 일을 사랑하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지루하게 보내는 정상범주에 들어가는 많은 사람들보다 삶이 훨씬 활기차 보인다.

'편의점 인간'의 저자 무라타 사야카는 현재도 일주일에 3일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단다. 그래서 그런지 편의점의 다양한 소리들을 비롯해, 게이코가 편의점 인간화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었다. 편의점 공간을 표현한 다양한 묘사들을 보면 머릿속에 편의점의 모습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다. 편의점 수많은 소리들속에서 게이코가 오랫동안 행복하기를 바란다. 가장 그녀답게 보통사람으로 연기할 수 있는 공간에서 편안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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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과 친해지는 법
방현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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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과 친해지는 법' 이라는 책을 펴서 한 장 한 장 읽다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이 도서의 최고의 매력이라 꼽고 싶은 '인간미' 다. 프롤로그에서 형진이가 홀로 남겨지게 된 원이에 대해 알 수 있다. 과거의 모종의 비밀도 예견한다. 책 제목을 빌어 말하자면 형진이의 '불운'이다. 이 불운을 특유의 '낙천성'으로 딛고, 셰어하우스를 모집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형진이의 셰어하우스는 독톡하다. 바로 '집밥 먹는 셰어하우스.' '집밥'이라는 단어에 따뜻함이 물씬 풍겨져 나온다. 타지에서 홀로 치열하게 생활하다 집에 내려가면 어머니는 '자녀에게만 하늘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걱정 거리를 입에 담으며 잔소리를 시작한다. 그래도 괜찮다.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정성 가득 담긴 푸짐한 집밥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불운과 친해지는 법, 방현희 지음>

집밥 먹는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사람은 총 5명. 형진이까지 합해 총 6명이 살아간다. 입주자를 소개하겠다. 혜진, 수진 자매로 언니는 화장품 대기업 마케팅 팀장으로 예쁘지만 까칠하다. 수진은 경비행기 조종사가 꿈인 소녀로 수줍음이 많다. 호준은 야간반 수의사. 정규직으로 꿈꾸며 회사에 충성중인 계약직 사원 민규. 마지막으로 정우는 밴드에서 퍼스트 기타를 맡고 있는 아직은 풋내기 아티스트. 이밖에 형진이의 셰어하우스에 감각적인 화장실과 욕실을 설계해준 강지우와 부모님이 살아생전 친밀하게 지냈던 장시아저씨가 있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문제 들이 발생한다. 졸지에 혼자가 된 형진에게 닥친 자신의 과거사를 비롯한 입주자들의 문제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부모가 바라는 길과 자녀가 바라는 길이 달라 빚어지는 갈등. 이혼으로 인해 혼자 남겨진 아들과 냉혹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미혼부. 정규직으로 승급되기 위해 야근은 기본, 상사의 비유를 하나하나 맞춰가며 열심히 해왔지만 학벌에 밀려 좌절되는 일. 여자 혼자 건축업계에 뛰어들어 모진 세상풍파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일 등. 여기에 남녀가 함께 생활할 때 빚어지는 핑크빛 스캔들은 덤. 이런 불운들은 딱히 특별하지도 않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또 현재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비일비재한 문제들이다. 하지만 비일비재한 문제라고 견디기가 쉬운것도 아니지만. 허무맹랑한 불운들이 아니라 읽다보면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고, 책을 읽는 재미가 한층 더해줄 것이다. 이게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이다.

두 번 째 매력은 ‘모성(母性)’ 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었다. 개인적으로 모성을 아름답게만 표현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불편함이 느꼈다. 모성을 생각하면 어머니의 헌신, 희생 그리고 사랑이 떠오른다. 아름답고, 감사한 마음이 샘솟는다. 하지만 은연중에 여성에게 어머니의 이상적인 상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것 같으 불편했다. 어머니는 강하다고 하지만, 어머니도 여자다. 여자는 사람이고, 사람은 부족한 점이 차고 넘칠정도로 많은 연약한 사람에 불과하다. 이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생각을 '불운과 친해지는 법'이라는 책을 통해 공감받은 듯 해 기뻤다. 모성을 아름답게 표현하지 않았다. 그들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말을 건넨다. 미화를 시키지도 않았다. 비난도 아니었다. 여기에서 표현된 어머니는 누구하나 완벽한 모성으로 자녀를 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속이 답답해짐을 느겼지만, 이게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해온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안타깝지만.

“몰이해가 고통스러운 것은 그것이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빚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형진은 애처롭게 우는 정우의 어머니가 무척 낯설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어머니 역시 가슴 깊은 곳에는 저런 나약함과 저런 방향 없음,, 저런 이기적인 성품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약해서 자식에게 상처를 주고 방향이 없어서 자식을 헤매게 하고, 이기적이어서 자식을 떠나가게 했음에도 나를 위해 돌아와달라고 울부짖는, 그런 어리석은 점이 엄마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불운과 친해지는 법, 91p>

세번째 매력은 '한국의 미식소설'이라고 불릴 법하다는 점이다. 집밥 먹는 셰어하우스 답게 갖은 한식 요리들이 책속에서 출몰한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듣도 보도 못한 요리들이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알겠지만,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요리들이다. 책 속에는 세가지 요리의 레시피도 있다. 책을 읽는 재미를 위해 요건 남겨두겠다. 요리를 좋아하고 잘한다면, 한 번 쯤 시도해봐도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일본 미식영화나 소설을 좋아해서 인지 더욱 마음에 들었다. 머릿속에 머릿말 풍선을 띄우고 그려보자. 요리를 떠올리고, 왁자지껄한 흥겨운 분위기에서 조잘 대며 너도나도 손을 뻗어 먹는 모습을. 단, 배를 채우고 읽는 것이 좋겠다. 배고프다.

한 두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홀로 살아가는 게 익숙해져 버린 세상이다. 1인가족이 늘어나면서 혼밥족이 많아졌다. 요즘이 그런 때가 아닌가. 그런데 집밥 먹는 셰어하우스로 일면식도 없었던 5명이 뭉쳤다. 생판 모르던 남이었던 사람이지만, 아침에 함께 출근 준비를 하면서 밥을 먹으면서, 좋고 나쁜 일에 축하를 하고 위로를 전하면서 점차 돈독해진다.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남'이기에 선을 넘지 않으며 축하하고 위로한다. 선을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서 보여주지 않아도 함께 살아가면서 혼자라는 사실을 잊게 해준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작정 좋은 것만도 아니다. 사실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보여준다. 여기에 요리 잘하는 집주인 형진이가 입주인의 몇마디 칭찬에 넘어가 냉장고를 탈탈 털어 한식, 양식 등 갖은 요리들을 뚝딱해오는 모습은 어머니의 손맛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가 지어지며, 배가 고파진다. 함께 살아보고 싶어질 정도다. 혼밥이 익숙해진 시대라고는 하지만, 사람들과 끝없이 조잘대며 먹는 밥도 정말 맛있지 않나. 특히 홀로 건축업계에 뛰어들어 세상에 맞서고 있는 딱 부러지고 쿨한 그녀가 집밥에 감동하고 마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면서 "나같은 사람이 저기 있네"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형진이와 강지우의 이야기도 좋다. 읽는 재미가 쏠쏠해진다.


“그동안 아쉬운 것도 모자란 것도 그닥 없었어요. 근데, 이제 와서 보니, 내게 뭐가 부족했었는지 알겠네요.”
“그, 그게 뭡니까.”
“따뜻한 밥이요. 하하, 한 번도 내 입맛에 맞춘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어느 날엔가, 나는 왜 내 입을, 내 감각을 소홀히 했나, 생전 처음으로 그런 후회를 하고 있더라구요.”

<불운과 친해지는 법, 140p>




참고로 이 도서는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에 선정되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BOOK TO FILM' 선정작이라고 한다. 됐고, 일단 재밌다. 책을 읽다보면 시끌시끌하고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집밥 먹는 셰어하우스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마치 시트콤처럼. 개인적으로 한국 소설은 김진명 작가님의 글자전쟁 이후 들춰본 일이 없었는데 괜찮았다. 사실 평소 일본 소설만 주로 읽다보니 내 주제에 할 소리가 아니긴 하지만 '호흡이 긴가' 싶기도 했다. 무슨 느낌이었는가 하면, 이쯤에서는 마침표가 찍혀야 하는데 왜 아직도… 하는 생각과 함께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와 당황했다. 하지만 곧 괜찮아졌다. 여전히 문장이 짧은 글이 좋지만.

혼밥에 지쳐 집밥의 그리움을 간접적으로 느껴보고 싶거나, 냉혹한 삶에 치여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일상의 불운을 위로 받고 싶다면 필히 들춰보기를 권한다. 혼밥에 지친 나머지 간접적으로 나마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만끽해보고 싶다면 역시. 이 책을 읽다보면 셰어하우스를 찾아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는 게 맞다. 혼자 취미생활 하는 걸 즐기고, 거의 모든 생활을 혼자 하는 나도 세상은 절대 혼자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절절히 느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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