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역사
프랑수아 도스 지음, 김복래 옮김 / 푸른역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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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부분의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아날학파에 관한 책들은 사학사 교과서 같은 서술, 즉 학자들의 계보와 이론을 소개하는 정도다. 그에 반해 이 책은 아날학파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비판하고 있으며, 아날학파의 승리를 비롯한 신사학의 대두로 아이러니하게 초래된 역사학의 위기에 대한 저자의 원인규명과 원론적인 수준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읽으면서 저자가 아날학파를 해부하고 분석하는 것이 대단히 아날적인 방법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아날 각 세대의 특징들이 골고루 섞여있는... 계량적인 방법부터 심성사까지...

저자의 비판 대상은 주로 브로델과 르 루아 라뒤리, 퓌레, 아리에스 등이다. 저자는 ‘조각난 역사’로 초래된 역사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배제된 ‘사건’과 ‘정치’를 다시 변증법적으로 통합하여 총체적인 역사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대체로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나 역자는 역자후기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었다. 나는 ‘사건’의 복원이란 결국 장기지속과 구조에 밀렸던 인간을 다시 역사의 중심적 요소 중 하나로 되살리는 것이고, ‘정치’가 역사가의 담론의 장으로 다시 복귀한다는 것은 정치사의 배제가 사실은 역사가 집단의 정치적 성향의 발로라는 한 측면을 인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역사학이 국가 이데올로기 강화에 복무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변혁이 정치의 핵심 담론이 되었을 때, 역사학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집단은 ‘정치사’ 배제를 통해 ‘정치적 선택’을 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날학파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러나 단지 역사에 관심이 좀 있고 아날학파가 뭔지 알아볼까 하는 생각이라면 이 책은 적당하지 않다. 문체가 이야기체이긴 하지만 동시에 현학적인 수사법을 많이 사용하고 인용이 많은 반면에 친절한 설명은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프랑스 현대사에 대한 배경지식과 아날학파 각 세대의 이론과 주요 인물에 대한 개요 정도는 잡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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