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늑대처럼
에릭 바튀 지음, 양진희 옮김 / 우리들의행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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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늑대처럼

책을 다 읽고 덮으면 이게 뭐지? 하면서 다시 책을 펼치게 만든다. 찬찬히 그림을 보면서 써진 글과 맞춰 본다.

그림책 색깔이 주로 검정과 빨갛다. 다른 색깔들이 있어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또 토끼를 분류하는 방법들이 겉모습에 있다. 키가 작고, 수염이 짧고, 털이 하얗지 않은 토끼들은 마을을 떠난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오직 하얀 토끼만이 하얀 늑대처럼 생긴 토끼만 말을 한다. 이 모든 것을 하얗고 키 크고 수염이 긴 토끼 한 마리가 결정한다.

그 하얀 늑대처럼 생긴 토끼는 표지에 빨간 해를 바라보면서 다리는 짝 발하고 있다. 손 하나는 허리춤에 하고 뭔가를 응시하면서 눈을 찌푸리고 있다. 그림책 중간에 짐 보따리는 떡 하니 있다. 떠나거나 떼 내려고 하는가 보다. 공존이 없다. 그 하얀 토끼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되어서 행복했을까? 다르다는 것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가? 다르다는 것은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가? 나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그로 인해서 나를 힘들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의 안락함, 풍요로움이 그들로 인해서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표면적 상황으로 보면 그럴 수 있다. 먹고 사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유태인을 그렇게 생각했고 백인들이 흑인을 그렇게 바라봤고, 우리가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그렇게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방법이 꼭 분류하고 퇴출만 있는 것인가? 세금은 들어오니 그것을 다방면의 사람의 의견을 들어서 재배치 방법을 고민하거나 합리적인 시스템을 고민하면 안 되는가? 그리고 나의 욕심을 조금 줄이고 다 같이 질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하면 안 될까?

결국 주인공 토끼는 자기가 이상적으로 그린 늑대를 만난다. 그 늑대가 생각하는 방향이 토끼와 다르니 또 잡아 먹힌다.

조금씩 등 떠밀려 떠난 토끼들은 어떤가? 어디 가서 얼마나 고생하면서 지냈을까? 남아 있는 토끼들의 입장도 생각해 본다. 누군가 떠나는 이를 위해 말을 하면 그 불똥이 나에게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말을 하지 못했을까? 떠나는 이들은 슬퍼 보이고 마지막으로 숨어있던 토끼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지켜본다. 결국 살아남는 자는 누구인가? 세상은 누가 이끌어 가며 과연 여기서 행복한 자는 누구인가?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파친코 소설 첫 문장이 떠 오른다. 역사의 흐름 속에 있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침묵하지 않고 눈을 잘 뜨고 지켜보는 것, 주변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 그런 것들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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