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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평점 :
가면 혹은 복면에 숨은 것 같은 얼굴.
이 책의 표지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716/pimg_7004491631241420.jpg)
이 책을 그 복면인 상태로 읽었다.
소설의 제목도, 저자도 모르고 오직 작품으로만.
읽으면서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하진 않았다.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소설을 읽어서일까, 읽으면서
엥? 헉? 뭐지? 이런 물음표와 느낌표를 번갈아가며 페이지를 넘겼다.
일단 작가는, 미셸 우엘벡.
중간쯤 읽으면서 이름은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지만 짐작은 했다.
'이거, 예전에 읽었던 그 책이 생각나는데..?
그 작가 아니야? 프랑스 작가인데...
요즘 왜, 최근 우리나라 젊은작가들 단편 읽으면서 경향이 약간 이 사람 작품이랑 비슷해서
찾아본...
성, 종교, 지적다 못해 현학적이면서 진짜 시니컬하고,
뭐랄까 허무한? 정치적...코드가 있는...'
수년전에 읽었던 <소립자>의 작가, 미셸 우엘벡의 작품이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본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716/pimg_7004491631241422.jpg)
이제 표지의 '복면'이 다르게 보인다.
마치 무슬림의 전통 니캅을 쓴 여성의 얼굴로 다가온다.
아니면, 진짜 복면일까?
테러리스트나 침입자가 쓰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716/pimg_7004491631241407.jpg)
소설은 유럽 , 정확히는 프랑스가 이슬람 정권의 지배아래 놓이게 된 상황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그려낸다.
오늘날 유럽이 가지고 있는 이슬람 국가나 문화(정확히는 자국내의 이주민들)에 대한
공포로 읽어낼지,
아니면 일종의 소설적 상상으로 읽을지,
시니컬한 태도로 대할지는 독자의 자유다.
분명한 것은 유럽의 독자들은 분명 두려움으로 대한 듯하다.
이 책이 무슬림 극우집단의 유럽내 테러 이후 유럽 국가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니 더욱 그런것 같다.
작가가 인터뷰에서도 반이슬람주의 발언을 해서 구설수에도 올랐으니.. 뭐.
세기말도 아니지만 이 책은 세기말 같은 느낌이 강하다.
성적인 코드와 허무와 냉소 그러면서도
변화하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두려움...
이 책에서 그려내는 '이슬람'이 단지 유럽 정치사회 충돌의 한 소재나 코드뿐일지,
아니면 정확히 현재의 이슬람을 겨냥했는지는 알수가 없으나
읽으면서 오늘날 유럽의 공기를 떠도는 한 징후를 읽어내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안에 있는 어떤 흐름도 잠시 생각해본다.
복잡하면서도,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다문화 정책들과 그 사회의 이면들.
다양한 정치적인 입장들...
큰 변화와 사회/정치 사이에 의미를 찾고, 동시에 소통하지 못하는
개인들.
솔직히 (정치적으로는) 불편한 소설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 불편한 상상?으로 읽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최근에 그리스 장관이 유럽에 난민을 풀겠다고 해서 난리가 났던 해외 뉴스가 떠오른다.
유럽 외곽지역에 늘어만 가는 난민들.
그들 대부분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무슬림 국가 출신이다.
이탈리아만 지난해 17만명에 육박하고, 독일엔 올초 난민대기자만 벌써 20만명이라고 한다.
자국 국민 인구는 감소하는 가운데
이주노동자, 불법체류자, 난민 문제는 유럽사회의 오랜 숙제다.
그러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극우 이슬람 단체와 행동들...
자신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는 유럽이
지금 꿈꾸는 일종의 '악몽'이
바로 이 소설이 아닐까.
이 소설이 그려내는 풍경이
역사의 한 과정에 오는 상상에 불과할지,
정말 '위험한' 현실일지는... 각 독자의 판단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