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슬퍼할 것 - 그만 잊으라는 말 대신 꼭 듣고 싶은 한마디
하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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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위로 받는 것도 둘 다 어렵다. 어떤 때는 위로가 오히려 칼날처럼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위로가 오히려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누군가를 위로하는 게 너무 조심스럽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사람은 안다.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도, 잊는 것도 둘 다 너무 고통스럽다는 것을. 가슴에 묻어 두고 살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이 고개를 든다.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충분히 슬퍼할 것의 저자인 하리는 23살 어머니를 잃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 엄마는 병원 응급실에서 취객으로 오인 받아, 제때 필요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고, 그 뒤로 깨어나지 못했다. 저자는 이 책에 엄마와의 추억,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애도를 담았다. 책 제목인 충분히 슬퍼할 것은 그가 엄마를 잃고 꼭 듣고 싶었던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말이 듣고 싶지 않을까. 그만 잊으라는 말보다, 충분히 슬퍼하라는 말이 듣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젠가 내 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떤 철학자는 헤어질 때는 꼭 웃으며 헤어지라고 했다. 그게 그 사람과의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 기억 속 그 사람의 모습이 웃는 모습이라면 조금이나마 덜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어떤 철학자는 누군가를 대할 때 내일 죽을 사람처럼 대하라고 했다. 그럼 누군가를 미워할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우리는 철학자가 아니라, 너무도 평범해서 이런 진리를 잊고 살아간다.


 

내가 그 사람의 죽음에 아무런 잘못이 없더라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다. 그때 왜 그랬을까, 더 잘할 걸, 그러지 말 걸, 후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결국 스스로가 미워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에다가 스스로를 미워하는 마음까지 더해진다.

 

저자는 엄마를 떠나보낸 고통을 조금이라도 잊어보려고, 상담을 받기도 하고, 의사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충분히 이해받고 치료받지 못한다. 그렇게 절망하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저자는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방법대로 슬픔을 슬퍼하면서 자신을 슬픔으로부터 끌어올린다.


 

비슷한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가 겪은 아픔과 그 아픔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저자의 사랑스러운 그림을 보고, 엄마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읽으며 미소 짓다가, 결국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드는 책이다. 눈물은 치유의 힘이 있다.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어도 된다. 책을 덮을 때쯤에는 마음속 응어리가 다소 풀어진 느낌이다.


 

결국 나를 다독일 수 있는 사람은 라는 걸, 먼저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나의 남은 삶을 잘 살아내야 한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있을 때 잘 해라, 같은 뻔한 소리를 늘어놓는 책이 아니라서 좋았다. 소중한 사람을 먼저 보낸 이들에게 어설픈 위로 대신 이 책을 건네고 싶다.


 

엄마를 떠올리는 게 괴로우면서도 엄마와의 시간들을 잊어버릴까 봐 두렵다.” (181)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에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했던 건 바쁘게 살면서 슬픔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충분히 슬퍼하는 게 아니었을까?”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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