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란 무엇인가
하워드 리사티 지음, 허보윤 옮김 / 유아당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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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취미생활로 목공예를 배운 지 5년이 되었다. 3년이 지나면서부터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가 만드는 것을 '소품(작은 예술품)'이나 '작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기능성이나 실용적인 부분만을 고려하던 그가 미감과 아름다움에 훨씬 더 마음을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지켜보면서 나는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 거듭 생각한다. 


그가 배움을 기록한 노트를 들여다보면서 '캔틸레버'라는 건축 양식이 의자까지 녹아드는 과정에 대해 함께 공부했는데, 참 재미있지 않나? 그저 앉을 수만 있으면 그만일 의자에 얼마나 많은 디자인들이 있고 또 그게 그저 앉을 수만 있으면 끝일 의자에 얼마나 많은 매력을 느끼게 하는지. '필요한 기능'은 '앉음'이지만 그 의자는 어떤 공간에 놓일지, 누가 쓸지, 어떤 재료로 만드는지에 따라 수없이 옷을 갈아입는다. 


내 손에 들어오더라도 주인이 따로 있다는 직감을 느낄 때가 있다.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 이 책이 있어야 할 곳은 내 책장이 아니라 지인의 손이 닿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보는' 사람이지만 그는 '만드는' 사람이고 그에게는 그 '만듦'을 언어로 정리하여 더 많은 길로 뻗어나가게 만드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회화, 조각, 디자인에 비해 입에 덜 오르내리던 공예의 예술성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논하고 있는 책이며, 말 그대로 '장인의 재주(장인 공, 재주 예)'와 그 마음가짐, 그를 보는 시각에 관해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돕는다. 나는 '만드는' 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겠지만, '보는' 이에게도 아주 깊은 시선을 선사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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