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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대표 종이비행기 : 파종소 1 ㅣ 국가 대표 종이비행기
위플레이 지음, 조혁진 감수 / 로이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축구에 월드컵이 있듯이 다른 종목들도 세계선수권(월드)이라는 권위있는 대회가 존재하는데, 종이비행기도 세계 대회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까? 오랜만에 <국가 대표 종이비행기> 신간이 나왔고, 이전에 출간된 3권 세트처럼 이번 책도 종이비행기 국가대표팀 '위플레이'가 만들고 썼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올컬러이고, 비행기나 종이접기에 아무 관심이 없던 사람조차 당장 전용지를 한 장 뜯어내어 접어본 다음 밖에서 날려보고 싶다는 바람이 들게 하는 반짝반짝한 책이다.
이전 출간작들을 설명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데, 종이비행기에도 당연히 세부 종목이 있어서 이정욱 선수는 '오래 날리기', 김영준 선수는 '멀리 날리기', 이승훈 선수는 '곡예비행' 담당이다. 선수들이 본인 종목을 각각 맡아서 한 권씩 펴낸 책들은 그 분야에 특화+최적화되어 있어서 어떻게 하면 목적에 맞는 종이 비행기를 접을 수 있는지, 그런 비행기의 특징은 무엇인지, 또 그걸 잘 날리기 위해서는 내가 정확히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대한 비행기술까지 아주 자세한 설명이 실려 있다.
책을 펼쳐들고 약 3분 정도만 읽어봐도 이건 어릴 때 내가 대충 접고 던지던 '놀이'가 아니라 연구+노력+공학 원리+예술적 디자인의 집결체라는 걸 알 수 있다. 전기를 쓰지도 않고 모터나 엔진을 달지도 않은 종이비행기가 어떻게 스포츠가 될 수 있는지 과학적인 설명도 잘 정리되어 있고, 종이접기에 관한 기본적 포인트들이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종이비행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과 자부심은 별 생각없이 책을 집어든 사람조차 그 마음에 감화될 만큼 반짝반짝 빛날 정도이다. 게다가 그 다양한 빛깔과 무늬를 새긴 전용지라니! 민무늬 색종이로만 비행기를 접다가 용도에 맞는+화려함까지 겸비한 전용 접기종이를 만날 수 있다니! 나는 <멀리 날리기>에 실린 투창형 비행기들을 제일 좋아하는데, 비행기고 연이고 오래 날려본 적이 없었던 사람으로서 뾰족하고 날카롭게 접어 단단하고 빠르게 활공하는 비행기를 처음 허공에 띄워본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서툰 어린 시절 경험을 몇 배로 보상받는 듯한 기분. 푸른 하늘에 날아가는 붉고 노랗고 날렵한 나의 비행기.
이번에 나온 <파종소>는 '파일럿 종이비행기를 소개합니다'의 줄임말로, 위플레이 유튜브 구독자들이 직접 개발한 독창적인 비행기를 소개하는 신간이다. 각 분야별로 1권씩 발행되었던 지난 책들과는 달리 하나의 책에 '멀리 날리기/오래 날리기/곡예비행'이 모두 실려있는데, 역시 사람의 취향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인지 나는 이번에도 투창형이 좋았다! 비행에 최적화된 무게에 맞춰 만들어진 전용지들은 어찌나 화려한지, 나는 투창형 2개 접어보고 친구네 아이들에게 이 책을 거의 헌납하다시피 빼앗기고 말았다;
물론 책을 보여줄 때부터 이런 결과를 예감하고 있었고 위플레이 유튜브에서 '부메랑 종이비행기(접기 쉬운데 잘 돌아온다는 신기한 특징까지 가지고 있다!)'를 접어본 뒤 은근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친구와도 신나게 놀았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이미 종이접기 같은 건 다 졸업한 청소년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이런 즐거움을 맛보게 되다니 조금 억울하기도 하고 더 늦지 않게 만나게 되어서 반갑기도 하고.
참, 곰손이라 종이접기에 재능이 없다고 해도 걱정할 것 없다. QR 코드로 접는 방법부터 비행 영상까지 소개해주는 데다, 나도 어디 가서 곰손 소리 듣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데 책에 실린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잘 따라 접을 수 있었다. 종이접기가 소근육을 발달시키고 치매를 예방하기에 좋은 활동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아이나 어른이나 인내심과 집중력이 부족해 실패할 때도 많은데 그게 큼지막하고 멋진 전용 종이로 접는 비행기라면 얘기가 다를 것이다.
책에 적힌 추천사 중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주인공은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대대장인데, '책에 실린 비행 원리,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는 엔지니어링 기술을 익혀 대한민국 하늘을 지킬 멋진 파일럿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는 두근거리는 기대평을 남기셨다. 이 종이비행기가 언젠가 진짜 비행기가 되고, 그걸 손에 들고 있던 이가 나중에는 그 비행기에 탈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지 않더라도, 실제 비행기만큼 멋진 걸 내 손으로 만들어 오로지 바람과 나의 힘만으로 띄울 수 있다는 일은 참 멋지지 않나?
점점 날이 풀리다 못해 정오부터는 덥다는 느낌마저 드는 봄이 무르익고 있다. 책을 열어보면, 마음에 드는 그래서 꼭 만들고 싶어지고 날아보게 하고 싶은 비행기가 하나는 있을 것이다. 이 봄, <파종소>와 함께 하는 종이 비행기 접기+날리기를 좋은 취미생활로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