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운영하는 작은 빵집 SOFT BREAD 호야의 베이킹 클래스 1
김진호 지음 / 더테이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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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홈베이킹 책들은 한국에서 나오는 모든 책들 중 가장 화려하고 예쁘장한 외피를 두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빛나는 사진들만 보면 눈이 돌아가고, 설령 직접 만들어 먹지는 못하더라도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달달한 위로가 된다. 마음이 복잡할 때 청소를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이들이 많은데, 같은 맥락에서 뭔가가 차근차근 잘 분류되고 정리된 책을 보는 것도 마음의 예민함을 많이 낮춰준다. 그래서 신경질이 날 때면 책장에서 요리책을, 특히 베이킹 책들을 꺼내보곤 한다. 정확한 레시피와 체계적인 절차, 밀가루, 설탕, 버터, 달걀, 포근포근 몽실몽실 달콤쌉싸름.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저런 까닭으로 집에 홈베이킹 책들이 아주 많은데, 내 손으로 빵을 만들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늘 시식만 하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책장에 꽂힌 베이킹 서적들이 좋은 안내서인지 아닌지는 구별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수능을 치지 않더라도 서점에 가서 참고서와 문제집을 스무 장 이상 넘겨보면 감이 오지 않나.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친절하고 상세한 도움을 주는 좋은 참고서라고 느껴진다. 비전문가의 느낌적인 느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빵을 굽는 가족이 많이 꺼내 보는 걸로 봐서 내 감상이 틀리진 않은 것 같다. 꼭 책에 있는 메뉴를 만들지 않더라도 팁을 찾아보기 위해 자주 뒤적이는 책, 눈으로 사진을 보는 만큼 꼼꼼하게 글을 읽어나갈 수 있게 조언이 많은 책. 아마 이 책도 우리집 책장을 들락날락하며 베일 것 같은 가장자리들이 부드러워지고, 손때를 타고, 천천히 세월을 입게 될 것 같다. 


일단 호불호를 타는 메뉴가 거의 없고, 웬만한 사람들이면 좋아할 대중적인 빵들로 가득하다. 오르지 못할 산이 아니라 밑준비 단단히 하고 걸어올라가면 기분 좋게 올랐다 내려올 수 있고 성취감도 있는 산을 소개해주는 느낌. 개인적으로 케이크나 과자는 그렇지 않아도 빵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꼭 너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절해지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 먹고 싶어지는 빵들이 콕콕 박혀있다. 야채 고로케를 너무 먹고 싶었지만 이 더위에 사람에게 튀김이 먹고 싶다 말하는 건 범죄와도 같은 일이라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부들 소금빵을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다른 레시피로 만든 소금빵도 두어번 먹어봤지만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데, 사람들이 이래서 소금빵을 좋아하나 싶을 만큼 맛있었다! 


현재 우리집 오븐은 스팀이 가능하지만 예전 오븐엔 그런 기능이 없었는데, 그럴 때 '스팀 기능이 없는 오븐에서 하드 계열 빵 굽기' 같은 조언을 진작 들을 수 있으면 참 좋았겠다 싶더라. 발효 때문에 빵을 만들기 어려워해서 꼭 오븐으로 빵을 만들어야 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토닥이면서 나름 괜찮아보이는 책을 사다 나른 적도 있는데, 가족 말로는 이 책에 실린 발효 과정 설명들도 마음에 든다고. 친절하지만 한없이 늘어지지 않아 군더더기가 없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부분이었다고 한다. 내 입장에서는 쿠키와 케이크에 비해 부재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아 굽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맘 편하게 이거 먹어보고 싶다고 부탁할 수 있는 빵이 많아서 좋았다. 


단과자빵은 빵과 충전물(앙금이나 내용물)이 어우러져 가장 맛있고 남김 없이 먹을 수 있는 사이즈를 추천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이유는 '맛있으면서 크기도 크면 좋겠지만, 먹다 보면 질릴 수 있으므로 너무 크게 만드는 건 추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요즘 빵들이 전에 비해 작아졌다 싶은 것이 좀 불만이었는데, 생각해보면 팥빵과 크림빵을 하나 다 먹는다고 칠 때 제일 맛있고 약간만 더 먹고 싶어지는 그 크기가 딱 여기서 말하는 50~60g인 듯. 큰 빵을 많이 먹는 게 중요한 사람도 있고 나도 그 중 하나지만, '끝까지 맛있게 먹고 부담없이 소화하기 좋아서 가장 만족스러운 크기'에 중점을 두고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아주 잘 느껴졌다. 일이나 과제도 그렇지 않나, 너무 적으면 성취감이 없고 너무 많으면 허덕이게 된다. 빵도 음식도 같은 것이다. 


여름은 두 달 넘게 남았지만 날이 풀리고 나면 고로케 류를 만들 때 나도 거들어볼 생각이다. 오븐은 잘 다루지 못해도 볶음과 튀김은 할 수 있으니 그때 열심히 양파를 볶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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