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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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아껴 책을 읽고, 읽을 책이 손에 없으면 주변에 시선 닿는 곳 어디에서라도 글자를 찾아내 읽어야 하는 활자중독자 인구 중 하나로서 타박을 받아온지 어언 nn년. 어떻게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느냐(하루에 한 권씩 읽는 것도 아니건만), 그렇게 책 읽어서 뭐가 좀 나아졌느냐(아니, 취미생활이 반드시 밥벌이와 성취로 연결되지 않으면 죽는 병에라도 걸렸단 말인가), 어려운 책 읽는다고 과시하느냐(그런 오해가 받기 싫어서 책을 커버로 싸서 다닌 적도 있는데!) 등등의 다양한 핍박을 받고 나면 '이 책 재미있으니까 읽어 봐'라는 말도 떼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한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책에는 한계가 있어서 내가 읽은 범위 안에서 완벽하게 요구조건에 딱 맞는 책을 찾아내기는 어렵지만, 독서가 취미인 사람은 세상 모든 책을 다 읽었으리라고 생각하는 건지 드물지 않게 아니 사실은 흔하게 책을 추천해달라는 사람들의 부탁이 이어진다. 시/소설/논픽션부터 갈래를 따지고 그림책을 좋아하는지도 묻고, 어느 장르에 관심이 많은지 백문백답을 이어나가 이거다! 싶게 추천해도 '넌 뭘 그런 책을 골라주냐'라는 말을 듣기가 쉽지만, 


<보건교사 안은영>은 특히 책 읽기를 싫어하는 청소년~성인들 손에 들려주었을 때 좋은 반응을 많이 얻었던 소설이다. 책은 가볍고(무거운 책, 두꺼운 책은 다들 읽기 싫어한다.), 드라마화가 끝난 만큼 스토리에 대한 검증도 끝난 셈이고, 일반 소설보다 웹소설과 웹툰에 더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줄거리가 이어진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가운데, 장마다 새로이 나오는 조연들과 그들 삶의 이야기에 금방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 인물들이 정말 다들 '사랑스럽다.' 사랑할 만하다는 이야기다. 좋은 사람 하나 찾기도 힘든 시대에, 마음이 가서 신경이 쓰이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책 안에서라도 이렇게 많이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인물을 제일 좋아했느냐고 물어보면 각기 다 답이 다른 것도 유쾌하다. 


'학교'라는 배경공간에 대해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 공간만큼 흥미진진한 장소를 찾기도 어려우며, 그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인물들과 이야기도 언제나 관심을 끈다. 학교는 일상과 판타지가 녹아있는 곳인데, 이 책이야말로 그 두 면모가 잘 섞여 드러난다. 


한 챕터만, 두 파트만 읽어보라고 단단히 신신당부한 다음 손에 쥐어주고 오면 '그 책 정말 재미있더라'라는 말을 듣고 '이런 거 있으면 또 알려 줘' 하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책 읽는 사람에게 그보다 더 듣기 좋은 말이 또 어디 있겠나. 책에 대한 장벽을 무너뜨리기가 정말 쉽지 않은 요즘, 책보다 재미있고 신나는 것이 널려있는 요즘, 책에 가까워지고는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첫 번째 책이 정말 필요하고, 그 첫 번째 책이 참 중요하다. 이 책을 누군가의 첫 번째 책으로 추천한다. 뭐든 처음 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그 다음은 쉽고, 이 책은 처음의 어려움도 즐겁게 이겨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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