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기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자신이 일과 현실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판단하도록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나는 자유롭게 그에 대해 내 방식대로 판단할 수 있었고, 어쩌면 처음엔 좀 오만한 태도로 바라봤던 것 같다. 19개의 직업을 통해 당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보겠다고...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그는 계속 일과 현실에 대해서만 이야기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방어적인 사람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는 조금씩 스스로를 드러냈고 비로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의 상처, 속살, 욕망 등을 엿보았다. 그런 그만의 개성이, 스스로를 ”무산계급“이라고 계속해서 칭하는 그의 담담함, 성실함과 대비되어 비로소 한 사람이 입체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 그게 가장 확실히 느껴졌던 부분은 책의 에필로그였다. 그는 버지니아 울프가 쓴 서평을 이야기했는데, 바로 래티샤 필킹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였다. 일과 세상에 대한 그의 묘사는 정말 세밀하고 성실하고, 담담해서 그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기에 크게 도움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갑갑한 마음도 들었었다. 다행히 책의 후반부에 그가 글에 대해 얘기하고부터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고 응원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비로소 자신과의 화해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20년 동안 경험한 19개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면서 유일하게 “눈물을 흘렸다”고 적은 부분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책을 읽으며 그가 진작에 여러번 울었어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