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대형서점과 비슷하다.
무작정 들어가도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책이 너무 많아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시간이 걸리고 몸도 힘들며, 적당한 책을 찾지 못할 위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구매할 책을 미리 정하고 가서 그것만 달랑 사고 돌아온 다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인터넷서점에 주문하면 되지 무엇 하러 굳이 서점까지 간단 말인가.
대형서점의 가장 큰 장점은 ‘뜻밖의 발견‘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즐거움을 맛보려면 서점의 구조를 미리 파악하고,
어떤 분야의 책을 살펴볼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려고 마음먹었던 책이 신간안내나 서평에서 본 것처럼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는 건 기본이고, 신간 코너와 베스트셀러 진열대, 스테디셀러 판매대, 기획 도서 진열대, 귀퉁이 서가까지 다니면서 이 책 저 책 들춰보는 여유를 누리는 것은

덤이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낯선 도시를 여행했다.
찍어둔 곳을 빠뜨 리지 않았고 몰랐던 공간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맛보았다.
그러나 나는 내 방식대로 낯선 도시를 여행하면서 들었던,
정확하게 말하면 ‘들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여기에 적었을 뿐이다. 그 것이 가장 좋은 여행법이라거나 제일 중요한 이야기라고 주장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도시를 다녔다 해도, 다른 사람들은 다른 것을 눈여겨보고 다른 이야기에 귀 기울였을 것이다.
따라서 글쓴이로서 내가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은 하나뿐이다.
"흠, 이 도시에 이런 이야기도 있단 말이지. 나름 재미있군." 이것 말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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