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다는 건 뭘까?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1
채인선 글, 윤봉선 그림 / 미세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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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지만 우리는 어린 시절에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바르게 걷고, 서고, 앉는 것. 젓가락질하는 방법, 글씨를 단정하게 정리해서 써야 한다는 것. 책은 읽고 한 번은 되새김해보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생활분야,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음악, 미술, 체육 등등의 교과목을 포함한 지식분야도 배웠습니다. 더불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포괄적인 항목 안에서 양보, 배려, 헌신 등등의 가치도 배웠지요. 그런 다양한 분야를 배웠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청년기가 끝날 무렵, 저는 아이를 낳았습니다.

 

부모가 되니, 가르칠 일이 참 많아졌습니다. 말귀도 못 알아듣고, 말도 못 하고 그래서 무엇이든 울음부터 터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는 훌륭한 학생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자리에 앉혀 놓고, "잠깐만 앉아 있어"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일어서서 뒤뚱거리며 걷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묘한 한숨을 쉬던 날들도 있었지요. 아이는 항상 어디든 뛰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고, 저의 말은 가뿐히 무시하면서 자신의 일에 무섭게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하던 거 그냥 해라."라며 제가 반은 내려놓았지요. 기본적인 생활습관,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기, 흘리지 않고 밥 먹기, 엘리베이터 타는 방법, 번호키 누르는 방법, 양말 신기, 버스 타는 방법, 인사하기 등등. 요즘에는 학교 수업과 관련된 교과목까지. 하.. 세상 모든 부모님들. 오늘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가르치는 것이야 부모 된 입장이라니 그러하려니 합니다만, 그럼 배우는 입장에서 배우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저 역시 학생의 입장이었지만, 배운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지요. 2014년에 미세기 출판사에서 출판된,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1권입니다. 제목부터, <배운다는 건 뭘까?>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네요. 그러게요. 배운다는 건 뭘까요?


배운다는 건, 보고, 듣고, 읽고, 질문하는 것입니다. 따라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배우면서, 마음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을 배워야 하지요. <마음으로 배워야만 하는 것> 정말 설렜습니다. 우리네 배움이 높은 성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때, 은연중에 상대적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어떻게든 "내가 너보다 잘났다, 잘한다."라는 근거를 찾는 것에 몰두할 때, 작가님께서는 마음으로 배워야 하는 것에 방점을 찍으셨어요. 마음 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 인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마음"이 와닿습니다. 


그럼 배워서 뭐 할까요? 박민영 님, 송중기 님, 유아인 님께서 출연하셨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기억하실까요? 아직까지도 그 드라마의 한 장면이 눈앞에 남습니다. 반촌에서 금등지사를 찾은 박민영 님의 대사. "배움이 향하는 곳. 반촌". 단순히 배움에서 끝나지 말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라, 세상을 향해 배움을 나누라는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말미에도 그런 글이 나옵니다. <내가 아는 것을 나누어 주는 것> 우리네 배움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배운다는 것은 결국 하루하루 자라나는 것이겠지요. 그렇기에 배움에는 끝이 없고, 공부는 평생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간 해 온 (시험) 공부야말로 고된 노역에 가깝기에 평생 공부라는 말에 진저리를 치실 분들도 계시겠지요? 확실히 시험만 바라보며 하는 공부는 전혀 즐겁지 않습니다. 그럼 시험 이후에는요? 시험 다 봤으니까 끝이 아닌, 이제부터는 즐기는 공부를, 배움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책을 찾아 읽고, 궁금한 것은 직접 해보고 생각하고. 때에 따라 사람을 배우고, 예술을 느끼고. 요리 동영상을 찾아보고, 불어오는 바람을 눈을 감고 느끼고, 새소리를 들으며 구분하고, 하늘을 보고, 구름을 세어 보는 것. 우리의 공부는 그런 일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간디학교 교가, <꿈꾸지 않으면>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경전의 글귀도 아니고 유명한 잠언도 아니지만, 저는 이 구절을 때때로 곱씹습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그 자체로 꿈결 같은 일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이에게 가르치는 일은, 아이가 세상을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계기로 바뀌기를 소망합니다. 살아있는 우리에게, 배움은 정말로 아름다운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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