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미리엘 주교에 대해 나오는데 분량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왜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나 싶었는데 주교의 선택 하나하나에 마음이 쿵쿵 내려앉았다. 왜냐하면 범인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국민위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소득이 있었다. 하지만 누이의 연금만으로 생활하고 그 외의 소득은 다른 사람들을 구제하는데 전액 사용했다.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했던 그에게도 포기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은식기에 밥을 먹는 것이었다. 먹는 음식은 소박했지만 아름다움은 포기하지 않았던 그였다. 인간다움이 묻어나기도 했지만, 이것마저 내어주는 마음은 또 다른 감동을 안겨주었다. 주교는 사실 법관의 아들로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었지만 프랑스 혁명으로 집안이 몰락했다. 나와 우리 식구를 망하게 한 혁명 세력에 분노하고, 사회에 분노할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베푸는 삶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존경심이 솟아났다.

그런 미리엘 주교와 장발장이 만났다. 장발장의 모습은 사회가 어떻게 남자 노예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줬다.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쳤는데 총을 소지하고 있어서 형량을 높게 받았고, 투옥 이후 여러번의 탈옥 시도때문에 형량이 19년까지 늘어났다. 형기를 채우고 노란색 통행증을 발급받아 사회로 나왔지만 여관에서 잘 수도 없고, 밥을 사 먹을 수도 없을정도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사회로부터 배척을 당하다 주교관에 갔을 때 비로소 쉴 수 있었다.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게 배려를 받았지만 은식기를 훔침으로써 배신을 했고, 가난한 아이의 동전을 훔치는 악을 저질렀다. 희망을 앗아간 삶에 남는 것은 악 밖에 없을거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돌이켜 미리엘 주교가 자신에게 베풀었던 자비를 다른 이들에게 베풀고자 했다. 자신의 힘으로 헌병대장의 아이 둘을 구하고, 사업을 성공하면서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주교의 장례 후 상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친척일지 모른다며 괴롭힘을 멈췄다는 말에 허탈한 웃음이 났다.

팡틴은 여자가 매음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했다. 세상 물정을 모르던 그녀는 자유로운 연애를 했던 노총각에게 마음을 주었다. 마음에 굶주림이 있어서 사랑했다는 표현이 마음에 비수처럼 박혔다. 좋은 사람을 분별하기에는 너무 외로워서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을 것 같다. 졸지에 미혼모가 되었는데 일을 해야만 했던 그녀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좋은 보모의 역할을 해줄 것 같은 여자에게 아이를 맡겼다. 하지만 그녀는 돈만 가로채고 아이를 학대했다. 요구하는 돈이 많아질수록 선택지는 좁아져갔고 나중에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매음을 선택했다. 팡틴의 선택 하나하나가 낙수였는데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이 처절했다. 그녀에게 죽음이 삶보다 평온했을 것만 같다.

자베르는 엄격함의 대명사 같다. 하지만 강박적인 치밀함에는 출생의 비밀이 관여했다. 출생 당시 부모는 감옥에 있었고, 엄마가 점쟁이였다고 한다. 그가 남들보다 수십배의 노력을 하더라도 무시당하기 좋은 비천함이 있었다. 그는 사회의 규칙을 내제화 했고 규칙이 곧 그가 되었다. 스스로가 너무 잘 적응해버린 나머지 사회에 대해 분노하기는 커녕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을 걸러내기 바빴다. 사회와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권에서는 중요인물들이 등장하고 주인공이 딜레마에 빠진다. 팡틴의 자녀인 코제트를 찾아 돌보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엉뚱한 사람인 샹마티외가 장발장이라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306, 320, 340페이지의 인용한 부분이다. 사람들의 쓸데없는 호기심과 들추고자하는 욕구가 나쁜쪽으로 큰 힘을 발휘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팡틴과 장발장을 사지로 내몬 것은 단순히 제도나 권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호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규칙은 힘을 얻는다. 사회에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한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돕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오직 알고 싶고, 보고 싶고, 들추고 싶은 일념에서. 순전히 지껄이지 않고는 못 배기기 때문에. 그리고 흔히 그러한 비밀이 알려지고, 그러한 기밀이 공표되고, 그러한 수수께끼가 백일하에 드러나면 파국이, 결투가, 파산이, 가정의 파탄이, 일생의 파멸이 야기되고, 그들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이 단순한 본능에서 ‘모든 것을 발견한‘ 그들은 그것을 보고 쾌재를 부르짖는다. 한심한 일이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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