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무순은 할아버지의 장례 이후 할머니댁에 남겨졌다. 할머니 홍간난 여사와 함께 지내면서 15년전 이 동네에 4명의 여자아이가 같은 날 실종된 사건을 알게 된다. 심지어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강무순도 동네에 남겨졌다면 실종되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할일이 없어서 집에있는 책을 뒤적이다가 어린 시절 자신이 그려놓은 보물지도를 발견했고, 꽃도령 창희와 함께 실종된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재미있다는 후기들이 많이 보여 집어든 책이다. 우선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선명했다. 삼수생이지만 공부보다 다른 일에 파고드는 무순, 능청스러운 듯 필요한 곳에 툭툭 대사를 내뱉은 홍간난 여사, 그리고 외모지상주의 투자자들에게 좋은 미끼가 될 것 같은(영상화의 노림수?) 꽃도령 창희,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각자의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 하나하나에 시선이 갔다.
또한 각 장 앞부분에 범죄자의 ‘주마등‘을 삽입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했다. 이 장치 덕분에 추리/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걸 잊지 않을 수 있었고, 초반의 지루함을 견뎌낼 수 있었다. 전반부의 가벼움 때문인지 후반부에서 밝혀진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이런 장치들이 신선한 감도 있지만 내가 소설에서 기대하는 것과는 많이 달라서 아쉬웠다. 마음을 탁탁 건드리는 문장도 적었고, 유머 코드의 문제라기보단 너무 가벼운 느낌이었다. 주마등이 아니었자면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 같은 소설이다. 새로움과 당혹스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 책이다. 이 작가님은 곱게 보내드리는 걸로..
354페이지의 저 멘트,
안산에 사는 그자가 떠올라 진심 빡친다

대부분의 상처는 위로가 힘이 되지만, 정말 지독한 상처는 남들이 아는 척만 해도 고통이 된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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