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역사 이야기들이 흥미로운 편인데 우유는 조금 더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인지 눈길이 갔다. 우유와 관련 된 이슈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유당불내증은 소수의 사람들이 겪는 불편감이라고 생각했는데 포유류 전반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증상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유모를 고용하는 데 있어서 까다로운 기준을 두었지만 대부분 노예의 역할이었다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유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선택하고 있는 시스템의 단점도 같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밀식재배와 항생제, 유전자 조작 사료, 광우병, 동물복지 등의 문제는 새롭지는 않지만 주목할만한 문제다.

티벳의 수유차는 한 번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산패된 버터 이야기를 듣고 입맛이 떨어졌다. 신선한 야크버터의 맛이 궁금하다. 인도에서 짜이가 발달한 배경도 재미있었다. 맛이 심심해서 향신료를 첨가하다보니 특색있는 음료가 되었다고 한다.

우유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고, 성의 있는 책을 만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기원전 950년 그리스에서는 상류층 여성들이 하층 계급의 여성을 보모로 고용하는 게 유행이었다. 젖을 먹이는 것 역시 노예의 일일 때가 많았고, 따라서 노예를 소유한 여성들은 아기에게 젖을 물리지 않았다.
그에 반해 과로에 시달리고 영양이 부족해서 젖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 가난한 여성들은 인공 수유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또 출산하다 죽은 여성의 아이나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들에게도 젖병으로 우유를 먹였을 것이다. 인간의 젖을 동물의 젖으로 대체하는 건 마지막 필사적인 발버둥이었을 것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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