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로잔느의 부모님은 이혼했다. 엄마가 재혼한 새아빠는 못생겼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외로웠던 그녀는 가출을 했고 아빠에게 전화하기 위해 카페로 갔다. 아빠는 부재중이어서 자동응답기로 넘어갔고 카페에서 다비드라는 청년을 만났다. 카페 주인은 다비드와 로잔느를 내쫓았고 갈곳이 없었던 그녀는 다비드의 집으로 갔다. 자고 일어났을 때 다비드가 마약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대신 슬픈 미소만 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발생하는데......

로잔느의 가출은 부모를 걱정하게 할만한 요소가 너무 많았다. 낯선 사람을 따라간것부터 화근인데 이남자한테 수영하고싶다고 호수를 데려가달라고 하질 않나, 마약하는 장면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질 않나. 그런데 아이가 왜 집에 돌아가지 않는지 생각해보면 외로움의 크기가 더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아빠와 엄마의 결혼으로 집에 있기 싫은 마음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였다. 약쟁이 오빠는 나에게 예쁘다는 얘기를 해주니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나중에는 마약살 돈을 구하기 위해 엄마돈을 훔쳐나오는데 걱정이 되었다.

마약이 우리나라는 비교적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는데 해외의 사정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마약을 소재로 한 이 짧은 소설이 흥미로웠다. 자꾸만 슬퍼지는 사연은 뒤로한 채 악마와의 계약을 언급한 다비드의 모습에 마음이 쓰였다. 낯선사람을 따라가지 말라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을 로잔느도 싫은 환경을 피하고만 싶어서 반대의 선택을 하는 걸 보면서 감정의 힘이 얼마나 센지 깨닫게 된다. 사실 이들은 주변에 널리고 널린 외로운 사람 중 하나 아닐까. 누구나 이런 결말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닿았다.

짧고 명료하면서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대사들의 배치가 좋았다. 티에리 르냉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다.

그 시절에는 말이야, 만일 네가 부귀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같은 걸 원하면 악마랑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했어. 네가 원하는 걸 악마가 주는 거야. 그 대신, 얼마 있다가 악마가 나타나서 네 영혼을 가져가고 넌 영원히 악마의 종이 되겠다고 약속을 해야 돼. 물론 일은 언제나 나쁜 쪽으로 흘러가지. 일단 사랑이든 돈이든 얻게 되면 약속을 지키고 죽고 싶은 사람은 없거든. 하지만 악마에게서 영혼을 다시 살 수는 없는거지. 마술사의 도움으로 악마와의 계약에서 벗어나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대개는 미칠 때까지 싸우다가 죽었대.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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