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1급 지체장애인 변호사다. 일반인의 시선에서 쉽게 건너뛰게 되는 문제들을 조곤조곤 풀어내 이해를 돕는다. 사실 내게는 너무 벅찬 주제이기도 하고, 부끄러운 모습도 발견하게 되서 읽기 쉽지 않았다.

유전자 진단기술이 가져올 미래가 조금 더 걱정되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다운 배려보다 손쉬운 배제를 선택하게 될까봐 겁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기꺼이 키워내기로 선택한 이들과 경제적 효율의 문제가 부딪칠게 뻔해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설치 의무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투쟁이 얼마나 길고 지루한 과정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겨우 유모차를 밀어보고 나서 노면상태를 인지하게 됐고, 턱때문에 상가를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으며, 국내와 북유럽의 대중교통을 비교해보게 되면서 지금의 불편함이 당연하지 않다는걸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휠체어, 유모차를 고려한 저상버스와 경사로가 더 많이 확보되면 좋겠다.

각 개인의 역사와 고유한 서사를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관점은 장애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 이해하지 못해도 조금씩 알아가고 들으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유전자진단기술을 통해 장애아를 ‘걸러낼‘ 수 있는 사회는 해당 장애에 대한 의료, 사회복지 지출에 둔감해지기 쉽다. 그냥 ‘걸러내면‘ 될 것을 굳이 낳아서 치료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개인은 사회에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죄책감은 타당할까? 위 프로그램의 의미를 소개하면서 연구자 황지성은 첨단기술을 활용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은 사회적 차별과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모순을 지적한다. 유전자진단이나 임신중절은 일정 범위 안에서는 당신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다만 그 자유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장애아가 태어나면, 그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 결국 모든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된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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