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은 청렴한 재상이었다. 어느날 낮에 잠시 졸다가 꿈을 꿨는데 대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인과 부부관계를 가지려고 했으나 체면에 어긋난다며 거절당했고, 몸종 춘섬과 정을 통하게 된다. 열달 뒤 용모가 뛰어난 아들이 태어났고 길동이라 이름지었다.

하지만 천한 첩의 소생이었기 때문에 길동은 입신양명할 기회가 없었다. 기생출신 애첩인 곡선 어미가 길동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관상을 보는 초낭을 집에 들여 길동이 왕의 기운을 타고 나서 가문에 화가 닥칠 수 있다고 했다. 초낭은 가족들을 설득하여 길동을 해치려는 계획에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특자라는 자객은 길동에게 죽임을 당했고, 길동은 11살에 집을 떠났다.

집을 나서 활빈당 두령이 되고, 요귀를 제거해 세 부인을 얻게 되며, 율도국의 왕이 되어 꿈을 이룬다.

파란만장한 허균의 생애 마음이 짠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홍길동전은 한글본/한문본, 필사본/판각본/활자본 등 다양한 판형으로 출판된 걸 보면 그 시절에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작품이라는 점을 봤을 때 당시 사람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짚어낸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민음사 홍길동전은 2개의 판본을 실어놨다. 초반 100페이지만 잘 읽으면 뒤의 이야기는 가볍게 재독할 수 있다. 명칭이 조금씩 바뀌고 가감되는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옛이야기의 재미 중 하나가 이런 변주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율도국이라는 이상세계와 능지처참으로 생을 마감한 허균 사이의 간극에 마음이 쓰인다. 수탈하는 관리와 무능한 정부, 부패한 승려들, 도적떼가 기승을 부리고, 신분에 의해 차별받는 세상. 조선중기와 지금의 사회는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본다.

가정 비극이야말로 등장인물의 욕망이 밑바닥부터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야기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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