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후안은 중세 민간 전설부터 몰리에르의 희곡,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등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카사노바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바람둥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그런데 페터 한트케가 그려낸 돈 후안은 조금 다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법이 없지만 여자들이 알아서 그에게로 넘어온다. 책에서는 동시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뭔가에 접속된 것처럼 그들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여성편력이 있어서 수집하듯이 다니는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러면서도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행동에서 노마드같다는 인상도 받았다.
이 캐릭터를 이해하려면 다른 돈 후안들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그런데 배경지식이 없는 상황이라 이 캐릭터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게다가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어려웠는데 언어파괴와 형식파괴를 동시에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맙소사 왜요...... 노벨상은 그래야만 하나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들이 죽었다고, 유랑했으며, 여자들과 짧은 만남을 갖고 정처없이 떠도는 듯한 행태를 보며 저런 삶도 있나라는 의혹이 들었다. 악의가 있다면 욕이라도 할텐데 그것도 아니고 의중을 이해할 수 없었다. 관찰자의 호평도 의아했다. 이 책은 지금 나와 맞지 않는걸로.

돈 후안은 유혹자가 아니었다. 그는 여태껏 어떤 여인도 유혹한 적이 없었다. 물론 나중에야 그가 자기를 유혹했노라고 쑥덕거리는 여자들을 만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여자들은 거짓말쟁이거나, 아니면 물인지 불인지 가릴 줄도 모르는 처지라, 원래 하려고 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걸 지껄이는 축들이었다. 또한 그 반대로 돈 후안 역시 여자에 의해서 유혹을 당한 적도 없었다. 물론 어쩌다가 그를 유혹하고자 하는 그런 여자들의 뜻대로, 아니면 어찌 되었거나, 내버려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면 지체 없이 그 여자들에게 똑똑히 일러두었다. 그것이 그들의 유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과, 자신은 남자로서 유혹하는 사람도 유혹 받는 사람도 되지 않겠다는 것을. 그는 하나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것은 다른 종류의 힘이었다. 돈 후안, 그는 바로 그 힘을 두려워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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