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들어가기도 전,
책을 보면 항상 머리 속에
이야기가 연극이 되고, 영화가 되고, 뮤지컬이 되고,
혹은 장편의 시리즈 드라마가 되곤 했었다.
심지어,
스스로 작곡까지 해대며
동네 아이들과 동생들을 연습시켜
극본, 연출, 세트,조명, 의상까지
1인 다역으로
꽤 그럴싸한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그 때, 참가했던 아이들이
이젠 꽤 명성있는 문화계 인사가 되어 있기도 하다
내 기억이 있었던
자리에는
늘 연기를 하고 싶어했다.
고등학교 때, 모 뮤지컬 극단에 들어갔고
허드레 일부터
나무 8, 행인 7, 해적 11등
한 작품에 1인 다역을 해내며
막도 올리고 내리는 일도 하며
꽤 오랜 시간을 버티어냈었다.
신장의 열세로
난 어린이극에서도 대사없는 나비 6을 하면서 지칠무렵,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기보다는
돈을 빨리 벌 수
있는 가수가 운좋게 되었고,
연기와는 조금
멀어지게 되었지만,
아직도
난 연기에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 있다.
가수로 이름이 난 후에는,
가끔 그래도 꽤 비중있는 단발성 출연으로
방송에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어린이 드라마, <벡터맨> 이후에
거의 8년만의 배우 제안을 받았다.
독립 영화 <유현호>감독의 <캐러멜라이즈>
한 씬이었는데,
그 동안 심각하고 고뇌적이며 억울한 역할만 하다가
재수없고, 자만하며, 술주정뱅이로
막말고 남을 무시하는 건 기본이고
남의 인격을 짓밟는 퇴물이고 천박한 영화감독.
덜컥 겁이났다.
무엇보다도 난 술을 잘 마시지 않을 뿐더러
술이 취한 적은 딱 한 번 밖에 없다.
몇 번을 고사했지만,
희미한 옛 꿈에 작은 용기를 내고자
승락해버리고 말았다.
더 늙어 보이려고
일부러 염색을 하지 않고 한달 머리를 기르고
더 추접해 보이려고
일부러 씻지않고, 보름 화장품도 멀리 했다.
얼마되지 않는 대사지만,
계속 호흡량을 체크해가며
밤새 연습했다.
긴장된 촬영 아침.
사실 계산된 대본 연기 이외에
각 테이크마다
다른 애드립이 나오고, 다른 연기가 나왔다.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는
대부분 애드립이다
메소드 연기인가? ㅋㅋㅋ
다른 배우들은 아침부터 내가 역할을 위해
술을 과하게 마신 줄 알기도 했다.
죽은 세포가 아니라
연기에 관한 세포는 그냥 잠들어 있었던 것 같다.
영화는 LA 필름 페스티벌에도 초청받을만큼 잘되었다지만,
난 잠자는 세포를 깨워놓았으니
이제 다시는 잠들지 않으려 할 것 같아
걱정이다.
얼마전, 드라마에서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것도
있는 힘을 다해 거절하고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다.
다음에는 어쩌면
미끼를 덥썩 물지 모른다.
그런 내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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