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양분은 시간이니까....
<날 보러와요> 김광림 / 평민사
임/ 안녕하세요.
오늘은 희곡집을 가지고 오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아직도 가슴 아픈 미제 사건이죠.
화성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김광림 작가의 희곡집
<날 보러와요>입니다.
이 잔혹한 사건을 수사하는 각계각층의 형사들이 모이고,
범인을 검거하려는 나름대로의 다양한 방식,
고문, 과학수사등의 충돌 속에서,
인간들이 갖는 가치관에 대한 신념,
선입관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주변 인물들의 평범한 일상사를 유머러스하게 다루면서,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세상에 대해서,
우리가 절대적으로 믿었던 진리가 얼마나 불완전하며,
더불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뇌가
얼마나 무능력하며, 단순한지를 반성하게 만드는
인간탐구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임/ 2003년 개봉한 영화 <살인의 추억>이
이 작품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죠?
2003년 <괴물><설국열차>등을 연출했던
스타 감독 봉준호의 초기작인데요
그 당시로는 대단한 500만이상의 관객을 모으면서
대종상등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등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날의 송강호와 봉준호를 있게 만든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연극 보다는 극의 재미나 몰입도를 위해서
희곡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박기자란 인물을 버리고,
순박한 박형사에게 초점을 맞추고,
살인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방송국에 신청되었던
<모차르트 1번 레퀴엠>은
대중성을 위해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로
대체되기도 했습니다
또, 각색하신 봉준호 감독님의 대사 능력도 놀라운데요
강압수사로 목격자에서 피해자가 되었던
박노식 씨가 연기한 백광호가 강압에 의해
매일 되뇌었던 <향숙이>,
그리고, 가장 범인이라 의심되었던
박해일의 박현규에게 <밥은 먹고 다니니?>라는
의미 심장한 말은 큰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임/ <날 보러 와요>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김광림 작가는 이 살인 사건의 범인이
이 연극을 보러온다는 가정하에 이런 제목을 썼다고 하는데요.
엉뚱한 범인을 잡고 시간을 보내며,
진짜 범인을 잡고도 권위주의와 증거주의에 의해 놓치는
어이없는 세태등을 조롱하는 의미가 담긴
제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연극에서는
Neil sedaka, Eruption의 One way ticket을 번안한
<방미>의 <날보러와요>가 쓰였는데요
고문에 의해 가짜 범인 <이영철>을 붙잡고
파티를 벌이는 형사들의 씬에서 쓰인 것은
진실을 가리고, 가짜 진실을 만들어내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임/ 희곡으로 쓰여진 만큼 소설과는 다른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보통 우리가 책을 읽는다고 하면
희곡이나, 시나리오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요,
우리가 고전이라고 일컫는
심청전, 춘향전 판소리나,
세기의 문호 세익스피어의 작품들도 모두 희곡이죠.
소설 역시 상상력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희곡은 지문을 통한 작가의 의도와 친절한 상황설명으로
마치 눈 앞에 한편의 연극을 보는 느낌으로
보다 정확한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자면,
<날 보러와요>에서도 검거된 범인,
<이영철><남현태><정인규> 세명이
같은 옷을 입고, 한배우가 연기하는데,
형사들은 이들이 한 인물이라고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고 싶어하는
인간들의 우둔함을 지적한 것인데,
사실, 소설이나, 다른 글에서는
작가의 이런 의도를 파악하기가 힘들죠,
이런 것이 희곡만이 갖고 있는 최대의 매력인 것이죠
임/ 저자가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이 작품은 화성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 자신감과 자존심을 키우는 무지막지한 교육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가치관이 세상의 전부>라는 신념으로
사는 이들이 많죠.
대표적으로는 세계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IS만해도
그들의 절대적인 신념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김광림 작가는 이 희곡을 통해 <진실은 없다>
다시 제가 해석하자면 <영원불변한 진리는 없다>입니다 .
형사들의 각자의 수사방법도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 없으며,
진범과 가짜 범인의 경계도 애매하 듯이
진리를 인식하는데 방해가되는 많은 요소에 대해
담담한 충고를 주고 있는 것이죠.
극에서도 두 번째 범인 <남현태>에 대해
아내는 섹스중독자인 <님포매니악>으로 진술하지만,
같은 회사 직원은 더할 나위없는 성인군자로
<남현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느 것이 진짜 모습인지 헷갈리는 장면인데요.
여기서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명제를 갖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즉 내가 내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만,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라는 사실만이
오직 진리라는 것입니다
임/ 책 속 구절을 소개해주시는 시간..
‘내 손 안의 인생 구절’
새로온 반장이 형사들에게 수사에 대해
경고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범인 열명 놓치더라도
한명의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서는 안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고한 사람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긴 하지만,
놓친 범인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에게도 옳은 가치일까요?
이렇게 진리는 상황과 선입견에 의해
변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진리를 주장하는 배려없는 자존심은
자만심일 뿐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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