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YOUTH)-인생의 가장 젊은 날, 오늘
별 4개
세상의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그리고 선택에 의해 길을 달리 들어설 수도 있지만,
가장 정확한 명제는 사람들은 늙어가고 죽는다는 것이다.
많은 영화들이 이 불변의 명제를 다루고,
보통 <어떻게 죽어야 하냐>는 물음과 답을 요구하기도 한다.
쉽게 이해할 수 없고,
작가 정신이 하늘을 찌르는 듯한
<파울로 소렌티노>의 <유스>는 오히려,
<어떻게 죽어야 하나>보다
<어떻게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나>라는 의문을 던져준다.
전작 <그레이트 뷰티>보다는
다분히 대중적으로 다가온 영화지만,
여전히 그의 영화의 깊이는
빛조차 굴절되지 않은 해저를 헤매는 기분이다.
희대의 작곡가 프레드 벨린저 (마이클 케인)은
전설의 명곡 <심플송>을 만들고,
여생을 보내기 위해 스위스의 고급 요양원에서 생활한다.
영국 여왕의 요청에도 다시 세상을 향해 나가기를 거부하며,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며 소변이 잘 나오길 바라는
전형적인 죽음 근처의 삶이다.
반면, 오랜 친구 믹 보일 (하비 케이틀)은
확실성 없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젊은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요양원에서 심리적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조급함을 드러낸다.
그 이외에도
연기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린 배우 지미 트리 (폴 다노),
퇴물이 된 마라도나를 오마쥬한 축구 선수,
그리고, 요양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승려,
미스 유니버스등,
다양한 사람들이 쉼, 정리, 충전등의 이유로
요양원에서 생활한다.
함께 늙어가지만,
남은 여생에 대한 시선이 완벽하게 달랐던
믹 보일 (하비 케이틀)이
자신의 늙음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이후,
프레드 벨린저는 자신의 과한 신념과 독단적인 아집을 꺾고
<조수미>와 <심플송>을 연주하게 되는데,
그의 심경변화가
과거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던
동성애 커플의 묘지를 찾아가거나,
중환자가 되어 버린 아내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겨드랑이를 스물스물 간지럽히는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믹 보일(하비 케이틀)은 언제나 활기차게 활동하면서도
<젊을 때는 모든 것이 가깝게 보이지만,
늙으면 멀게 보인다, 과거의 일이니까>라는 푸념으로
젊음에 대한 자신감과
자신도 어찌 못하는 늙음에 대한 절망으로 혼란을 나타낸다.
그 와중에, 그의 현재를 일깨워 준
대 여배우 브렌다 모렐 (제인폰다)의 독설로
자신의 젊음에 대한 신념이 깨지자,
늙음을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영화에 출연했던 많은 여배우를 그리면서
과거의 집착이 이미 자신이 늙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었음을
<파울로 소렌티노>는 빼어난 미장센으로 얘기하고 있다.
지미 트리 (폴 다노) 역시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히틀러 배역을 따고도,
자신에게 명성을 안겨줬던 과거의 영웅 캐릭터를
지나치게 흑역사로 간주하면서 통증을 안게 된다.
사람들은 종종 <내가 왕년에>라는 말로
자신의 젊음과 권위를 앞세우려 한다.
이는 지금 자신이 늙고 힘없다는 사실을
바꿔 말하는 것과 같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절망과 무기력, 혹은 과한 신념과 아집이 뒤섞여
소중한 현재를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루를 산다는 건 하루를 죽는다는 것 과 같다.
이 단순한 명제를 이해한다면,
지금 이 순간이 당신에게 가장 젊은 시간일 것이다.
뜬금없이 춤을 추는 젊은 여자 마사지사도,
<어떻게 죽을 것인가> 가 판치는 요양원에서
<어떻게 남은 생을 살 것인가>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춤을 추다가도 현재가 부르면
충실하게 마사지사로 돌아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고 젊은 시간이기에,
과거의 집착이나 미래의 허세보다는
단 1초의 자투리 시간이라도 허비하고 싶지 않은
희망을 보여준다
지금이 당신 인생에 있어 가장 젊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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