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친구들, 이제 어른이죠? 어른이 됐으니 잘할 거예요.”(김영만)

“영만이 아저씨 ㅠㅠㅠㅠㅠ.”(누리꾼)

7월 12일 오후 7시쯤 직장인 박정환(34) 씨는 색종이와 풀, 가위를 들고 네 살 된 아이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날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온라인 생방송에는 박씨가 코흘리개 시절 챙겨 보던 ‘TV유치원 하나둘셋’의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이 출연했다. 박씨는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인물에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로를 받아 울컥했다. 방송이 끝나고도 유저들과 어린 시절 추억에 잠겨 한참 동안 채팅을 즐겼다”고 말했다. 이날 김 원장은 단 한 번 방송 출연으로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온라인 커뮤니티 대통합을 이뤄냈다.

‘백종원의 방송이 ‘너도 할 수 있다’였다면 김영만의 방송은 ‘너도 한 적이 있다’.’ 방송 후 한 누리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적은 이 말은 우리가 왜 그들의 방송에 열광하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어른이 된 어린이들에게 추억 속 인물이 “잘 자라줬다” 한마디 했을 뿐인데 눈물바다가 됐다. 박진경 마리텔 PD는 “감성이나 추억을 자극하고자 김영만 선생님을 섭외한 건 아니었다. 2030세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고, 프로그램 성격상으로도 만들기 콘텐츠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방송이 나가면 어느 정도 반향이 있겠구나 싶었지만 이 정도로 이슈가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때마다 복고 유행

“김영만 선생님의 방송을 보고 19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 세대가 특히 많이 공감했는데 한편으로 이 세대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여놨거나, 발을 들여놓으려고 취업 준비를 하는 또래이기도 해요. 딱 이 또래가 사회적 위치도 그렇고, 안정된 가정을 이룬 사람도 많지 않아 애매한 세대 같아요. 그전까지 의지했던 부모와는 멀어진 나이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딱 끼인 세대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해준 분이 그때처럼 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은 게 아닐까요.”

현대인은 추억을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위로받는다. 2012년에도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 추억을 다룬 콘텐츠가 인기였다. 당시 LG경제연구원은 ‘90년대와 통한 2012년의 복고형 감성코드’ 보고서를 통해 ‘지나간 시대를 추억하며 그 시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재현하는 복고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복고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복고를 찾는 이유로는 ‘위안’을 꼽았다. ‘따뜻하고 즐거웠던 추억을 꺼내 보며 위로받고 싶은 복고의 욕구는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더욱 강해진다. 경제위기 때마다 복고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는데 스트레스, 고독, 치열한 경쟁, 실업,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경험하는 요즘에 현대인들은 복고를 더욱 찾는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 △무의식에 잠재된 쾌락의 기억을 이끌어냄 △불안감 해소 △소속감 추구 등이 복고의 인기 이유로 분석됐다.

지난해 미국 디즈니사와 픽사의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도 흥행 주역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었다.

최근에는 디즈니사와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 어른들을 위한 ‘힐링 무비’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개봉 3주 차에 240만 관객을 돌파했다. 7월 21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 ‘인사이드 아웃’ 상영관을 채운 관객은 대다수가 20, 30대였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은 딱 한 팀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스태프롤이 올라가는 동안 훌쩍이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관계자는 “관객 중 10대와 40대를 제외한 20, 30대가 전체의 66%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 빙봉(동심)의 희생으로 라일리가 좀 더 성장하고 머릿속 컨트롤 패널도 복잡해진다. 관객들이 ‘내가 언제 동심을 잃었을까’를 생각하면서 그리움을 느낀 것 같다. 작품의 가장 큰 메시지가 ‘슬퍼해도 괜찮아’인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기분 나빠도 웃으며 상대를 대하거나 취업난에 힘들어하던 사람들이 자신을 토닥토닥해주는 것 같은 작품 메시지에 공감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때로는 가족보다 남의 위로가 더 좋아

위로 콘텐츠는 문화계를 넘어 식음료업계에서도 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만든 커피숍 프랜차이즈 ‘빽다방’은 ‘다방’처럼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재미있는 메뉴들로 향수에 젖게 만든다. 커피믹스 맛이 나는 ‘원조냉커피’, 학교 앞에서 팔던 무탄산 ‘불량쥬스’, 어린 시절 빵집에서 먹어본 ‘사라다빵’, 팥과 연유가 듬뿍 들어간 ‘옛날팥빙수’ 등이 카페를 잘 찾지 않는 중·장년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빽다방 홍보팀 관계자는 “모든 메뉴를 대표님이 개발했다. 원조냉커피는 나이 불문하고 인기가 많다. 중·장년 고객은 어릴 때 학교 앞에서 사 먹던 맛을 떠올리며 불량쥬스를 사 드신다”고 말했다.

때로는 가까운 사람보다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다 털어놓은 뒤 울고 싶을 때가 있다. SNS 어라운드는 일부 익명 애플리케이션이 익명성을 악용해 변질된 것과 달리 3년째 ‘청정구역’을 유지하고 있다. 가입할 때 입력하는 정보는 성별과 태어난 연도가 전부이고, 일기처럼 비공개로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 글을 공개 설정하면 익명의 유저들과 소통 가능한데, 이때 필요한 아이템인 버찌는 타인의 글에 댓글을 달고 공감을 얻어야 획득할 수 있다. ‘내 이야기를 하기 전 남의 이야기부터 들어주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들은 시시콜콜한 연애 고민부터 직장생활, 가족사까지 가감 없이 털어놓고 위로받는다.

어라운드 유저들은 ‘1일1선행’ ‘달콤창고’ 등의 자발적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특히 지하철 역사 사물함에 초콜릿을 채워놓고 자신의 이야기와 사물함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시작된 ‘달콤창고’는 서울 강변역, 대방역을 비롯해 고려대, 연세대 등 학교 캠퍼스로도 퍼져나갔다. 유저들은 달콤창고의 간식을 꺼내 먹고, 또 다른 간식과 쪽지를 채워둔다.

어라운드를 만든 콘버스 관계자는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던 공동창업자 4명이 진심을 담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만든 애플리케이션”이라며 “이곳에서 소통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나’와의 소통과 편견 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너’와의 소통 두 가지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내면의 이야기를 적으며 진짜 ‘나’에게 한 걸음 다가선다. 이름 없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결국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댓글로 위로하는 것도 어찌 보면 나를 위로하는 것이다. 어라운드에 이름이 없는 또 다른 의미다. 그러다 보니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아졌고, 서로 배려하는 존중의 문화도 형성됐다. 앞으로도 표현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하나씩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불황의 장기화, 복고의 장르화

현대인은 왜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타인으로부터 위로받고자 하는 걸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지나친 경쟁으로 다들 지쳐 있다. 상대를 지적하며 생기는 박탈감도 크고, 나만 피해를 보고 사는 것 같은 거부감도 팽배하다”며 “심리적 피로감이 큰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힐링할 수 있고 위안받을 수 있는 것에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되고, 그런 것에 집착하는 성향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종이접기를 하고 만화영화에 푹 빠졌던 시절이 있잖아요. 어른이 돼서도 어릴 때 좋아하던 걸 보면 굉장히 안락해지거든요. 돌이켜보면 그때는 지금만큼 각박하지 않았던 것 같고, 누군가로부터 보호받거나 자기 위주로 해도 괜찮은 시기였던 거죠. 현재가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그 시절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것 같아요. 또한 가족의 위로는 ‘가족이니까’라며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람의 격려가 가까운 사람의 위로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거죠.”

이혁준 문화평론가는

“현재 우리나라에 정치적, 경제적 불안 요소가 많고

호황을 누려본 지도 굉장히 오래됐다.

사람들은 가장 아름답고 편안했던 시절로의

자궁 회귀 본능을 갖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복고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고 콘텐츠는 우리에게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

해결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복고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힘을 얻고,

당시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떠올리는 거죠.

당분간 복고가 유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되리라는 보장이 없고,

불황까지 장기화하면서

복고가 하나의 장르로 정착했기 때문입니다.

굳이 장기 불황이나 사회적 불안정을 논하지 않더라도

복고문화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컬처클럽] 셜록홈즈 열쇠고리 탐나는데 책 주문할까-허인혜기자입력 : 2015.10.13 10:01 | 수정 : 2015.10.13 10:23

왼쪽부터 셜록 홈즈의 주소가 적힌 키링, 앤 셜리의 찻잔. /알라딘 제공
왼쪽부터 셜록 홈즈의 주소가 적힌 키링, 앤 셜리의 찻잔. /알라딘 제공
“셜록 홈즈 열쇠고리를 샀더니 책이 딸려왔어요.”

요즘 책 시장에서 화제는 ‘도서 굿즈(goods)’다. 책에 나오는 캐릭터나 문장, 표지 디자인 등을 따서 만든 부록 상품을 말한다. 작년말부터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출판계 사방으로 번지고 있다.

도서 굿즈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출판 시장에서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부록에 의존한 마케팅이 진정한 독서 문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굿즈 상품은 간단한 텀블러나 다이어리, 부채 같은 소품부터 독서등, 탁상시계, 표지 디자인으로 만든 300 조각 퍼즐, 책 속 인용문이 찍힌 베개와 수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도서 굿즈의 상당수는 공짜 사은품이다. 몇 가지는 따로 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정액 이상의 도서를 구매하거나 이벤트 도서를 살 경우에 부록으로 준다. 그러자 이제는 마음에 드는 사은품을 얻기 위해 최소 구매액인 3~5만 원어치의 책을 사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교보문고의 김현정 브랜드관리팀 담당자는 “작년 도서 정가제가 시행되면서 할인률로 고객을 끌지 못하게 된 서점들이 색다른 마케팅으로 시작한 것이 굿즈 전략”이라면서 “최근에는 점차 출판계에서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책 표지 디자인을 딴 베개. /알라딘 제공
침체된 출판 시장에 활력 소재

최근 들어 도서 굿즈로 인기몰이를 시작한 곳은 온·오프라인 서점인 알라딘이다. 알라딘이 새 굿즈 소식을 올리면 트위터에서는 평균 300건의 리트윗이, 페이스북에서는 200건 이상의 ‘좋아요’가 따라붙는다.

포털 사이트에서 ‘알라딘 굿즈’를 검색하면 한 달 사이에 올린 포스팅만 190여 건이 눈에 띈다. 지난 7월 알라딘이 1만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평가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4명 중 1명꼴로 ‘서점 서비스 중 굿즈가 가장 좋다’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온라인 서점과 일부 출판사들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책 내용을 적은 독후감 대신 ‘굿즈’를 자랑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뜬다. 베트맨 맥주컵을 구매한 임성호(26·서울 종로구)씨는 “책을 디자인한 파생 상품이라기보다 하나의 독자적인 콘텐츠로 이해하고 좋아하는 편”이라고 했다. 자신을 ‘셜로키언(셜록 홈즈 팬)’이라고 소개한 서하은(26·서울 서초구)씨는 “좋아하는 인물의 물건을 현실로 가질 수 있다는 쾌감 때문에 굿즈도 구매한다”고 말했다.

90년대 팬문화에 책 특유의 감성 매력 더해

도서 굿즈의 인기는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트렌드를 반영한다. 첫번째는 이른바 팬심(fan心) 문화다. 도서 굿즈를 산 사람의 상당수는 곧바로 블로그와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린다. 좋은 굿즈를 ‘득템’했다는 사실을 서로 알리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런 현상은 90년대 초중반, 1세대 아이돌 그룹의 팬덤 문화를 연상시킨다. 당시에 인기있는 뮤지션의 팬임을 알리는 일종의 물증이 굿즈(goods)였다. 이런 물건에는 흔히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름이나 얼굴,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찍혀 있었다. 이 굿즈가 출판업계로 넘어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진종훈 문화평론가는 “책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굿즈를 주고 접하게 함으로써, 이런 경험이 책도 거부감 없이 집어들게 만드는 체험 마케팅”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책 특유의 디자인이 주는 미적 만족감과 지적 상품이라는 이미지도 한몫 한다. 책이라는 ‘물건’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그것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까지 발산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서점에서 경구가 적힌 텀블러를 구매한 문새롬(23·서울 중랑구)씨는 “요즘은 책 표지 디자인도 여느 디자인 못지 않다”면서 “북 디자인은 깔끔하면서도 의미가 깊어 제품을 사고 싶게 만든다”고 말했다. 문씨가 손에 든 텀블러에는 ‘책은 너무 많고, 읽을 시간은 짧다’는 인용문이 적혀있다.

교보문고 광화문 점의 ‘펭귄북스 굿즈’ 진열대. /허인혜 인턴기자
교보문고 광화문 점의 ‘펭귄북스 굿즈’ 진열대. /허인혜 인턴기자
◆펭귄북스는 디자인 본딴 별도 매장까지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아예 ‘펭귄 굿즈’ 매대까지 따로 뒀다. 펭귄북스 특유의 디자인을 따서 만든 지갑, 노트, 여권 케이스 등을 파는 곳이다. 이 코너를 담당하는 권미정 대리는 “펭귄북스만의 디자인 매니아가 있다. 단순히 디자인만 보는 건 아니다. 깔끔한 디자인에 문고본, 책의 이미지가 덧입혀져 매니아 층이 있다”고 했다.

펭귄북스 경우는 아예 출판사가 굿즈 디자인과 제작까지 겸하기도 한다. 출간된 책을 기반으로 해서 미술 작가와 함께 2차 파생 상품을 제작해서 파는 출판사도 생겨났다.

굿즈 마케팅은 도서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출판사와 서점, 도서 작가의 이해관계가 대체로 일치한다. 따라서 디자인 저작권을 둘러싸고 큰 갈등 없이도 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편이다.

마케팅 효과에 대한 자체 평가도 좋은 편이다. 지난 9월 시공주니어는 ‘빨간머리 앤’ 출간을 앞두고 도서 굿즈인 틴 케이스(금속제 상자 팬시상품)로 마케팅전을 편 결과, 7~8배 판매율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공주니어의 정주호 마케팅부 과장은 “틴케이스, 북스텐드 등 다양한 파생상품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서점에서는 상품 제작을 맡았고, 출판사는 스토리를 짠 뒤 상품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민음사의 허진호 마케팅부 부장은 “7~8월 여름이 출판계 성수기인데 수건 마케팅을 진행한 9월에도 판매 수준이 유지됐을 정도”라며 “특히 SNS 반응이 좋다”고 했다.

표지 본딴 노트에서 시작, 목침까지 등장

2010년대 초, 국내에 도서 굿즈가 처음 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책 표지 디자인을 빼다박은 노트가 거의 유일했다. 그 뒤로 필통으로 옮겨가더니 파우치에 이어 목침(나무베개)까지 등장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남한강편’의 굿즈 목침. /알라딘 제공
지난 14일 출간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남한강편’은 굿즈로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목침을 선보였다. 목침에는 ‘검이불루 화이불치(檢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저자가 백제의 미학을 이야기한 대목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민음사는 교보문고, OIMU와 함께 알베르 까뮈, 헤르만 헤세 등의 명문이 담긴 ‘성냥 굿즈’도 제작했는가 하면, 셜록 홈즈의 집 주소가 적힌 열쇠고리나 빨간머리 앤 찻잔 세트도 있다.

J. D. 샐린저의 ‘호밀밭 파수꾼’을 구매하면 재치있는 인용문이 찍힌 수건이 함께 배달되기도 한다. “얼굴이나 씻으라고 말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지만 난 그때 제정신이 아니었다.” 수건을 포장한 종이상자도 호밀밭 파수꾼의 표지 디자인과 똑같다.

‘웃기는 소리 하네’, ‘망할 놈의 돈 같으니라고’ 같은 도발적인 인용문구가 적힌 수건은 책과는 별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민음사의 허진호 마케팅부 부장은 “책갈피, 북홀더처럼 도서 관련 용품 이외에도 생활 속에서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찻잔이나 키링, 파우치 같은 상품까지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밀밭의 파수꾼 판촉 수건(위·알라딘 제공)과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속 명문을 담은 성냥(아래·교보문고 제공)
피상적 상품 소비 아닌 독서 문화 기폭제로 이어져야

하지만 굿즈를 통한 도서 마케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혁준 문화평론가는

 “옛 잡지의 부록 문화가 단행본 굿즈로 넘어온 것”이라며,

“옛날 잡지도 한때 독자들이 책보다 부록에

더 관심을 갖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

출판사가 자정 운동을 펼쳤다”면서

“1차원적인 콘텐츠 활용을 넘어

책 내용에도 집중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케팅의 획일화가 독서의 다양성과 선택의 범위를 줄일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진종훈 문화평론가는 “각 서점만의 정체성과 지향점이 있을 텐데 한 가지 마케팅이 잘 됐다고 해서 똑같이 따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도 좋지 않다”면서 “마케팅이 다양해지지 않으면 그만큼 선택 가능성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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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l 2015-11-14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복고문화의 얘기는 정말 새롭네요 장기적 불황을 얘기 안하더라도 추억의 힘뿐 아니라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말.. 어떤 평론가도 생각못한 말이죠 다른 평론가는 비슷하게 얘기하는데 늘 새롭고 고민하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트리오 2015-12-16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른 평론가와는 많이 다른 말을 하네

루팡 2015-12-1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굿즈가 선물이 아니라 미끼임을 일깨워 주셨네요

성인 2015-12-1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복고문화는 사회의 현상을 반영한 걸 넘어선 현상이라는 말 사실인것 같습니다

24 2016-01-05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복고 문화가 일시적은 아니죠

엔탑 2016-02-23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생님은 짧은 인터뷰도 강력한 감동을 주네요

현대 2016-03-1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짧은 인터뷰에서도 내공이 와

2016-07-09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윗분 말에 동감

엔탑 2016-09-2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평론가라기보다는 그냥 바른 사람

포텐 2017-12-3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 줄 안되는 평에도 공감이 갑니다

헤드 2018-01-3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기사에서도 눈에 확 띄네요

문화 2018-05-2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적은 인터뷰에서도 내공이 팍팍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