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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면회
김태곤 감독, 심희섭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4년 4월
평점 :
족구왕-한국 독립영화에 꽂힌 다양성 한 방!
별 3개
독립영화, 특히 대한민국의 독립영화에 소개나 평을 쓸 때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과 제작비에서
열정 하나만으로 고군분투한 영화 관계자의 처절함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상영되기 때문이다.
응원하는 차원에서 과장된 한 마디를 하면,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실망하고,
다시는 독립영화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반대로, 영화적 관점에서 정확하게 장단점을 얘기하면,
그나마 관객을 끌어 모으던 독립영화의 관객수가
뚝 떨어지는 것이다.
힘없고, 이름없는 평론가의 평은 물론,
입소문이 마케팅인 독립영화에겐
실관람객의 한 줄 평까지도 큰 타격을 입는 건 사실이다.
그러기에, 독립영화의 평가는
상업영화처럼 솔직 대담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우문기>감독의 <족구왕>이
독립영화로는 대박인 5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심심찮은 천 만이 나오는 한국 영화 부흥기에
조족지혈(鳥足之血) 같은 숫자이지만,
제작비 1억 남짓을 생각하면,
<워낭소리>이후에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 남은 방송판권과 DVD 판권등을 감안한다면,
꽤 괜찮은 몇 배 장사인 것이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
크고 작은 영화제에 먼저 선을 보이면서,
그야말로 관객의 힘으로
메이저 스크린을 차지한 <족구왕>은
독립영화에서 보기 힘든 코믹 드라마 장르를 선호하고 있다.
복학생 홍만섭(안재홍 분) 의 족구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들의 꿈과 맞바꾼 타협,
<공무원 시험>과 가열차게 대립하지만,
영화 어느 장면에서도 훈육하려는 무거움은 찾아 볼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독립영화는 아닌 것이다.
보통 독립영화는
제작비의 많고 적음으로 가리는 것이 통상이지만,
대한민국의 독립영화는 장르로 구분 되어 있다.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사회이슈나, 사회적 약자를 대신하는 장르,
그냥 총칭해서 아트 무비가 독립영화로 인식되어있고,
독립영화의 대관과 흥행 역시
아트무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물론,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나,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등,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독립영화는
이미 어느 정도 인정 받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응일 감독의 초저예산 잉여 SF <불청객>처럼,
코믹 드라마 독립영화는
그 실험성도 인정 받지 못하고 평가절하되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의 본질적인 기능에 비추어 보면,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끌어내는 점에서
전혀 손색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에, <족구왕>의 흥행은
독립영화의 다양성이란 면에서 참으로 반가운 영화인 것이다.
그렇다고, <족구왕>이 상업적으로 완벽한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성인 남성들의 마초냄새 나는 추억팔이라면,
그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저렴한 저작권의 노래 하나 정도는 흘러야 했다.
사운드적인 면에서도 지독히 세련되어
오히려 극의 흐름에 지장을 주는 순간도 더러 있다.
또, 지나치게 주인공의 시선에서 본 스토리텔링은
상대적으로 창호(강봉성 분)나,
미래(황미영 분)의 비중이 낮아지면서,
함께하는 감동의 수치를 내려놓기도 했다.
또한, 재패니메이션적 후반 특수 효과는
영화 전체 중 가장 돈을 들인 장면이지만,
영화전체를 이끌어가는 풋풋한 톤앤매너를
갑자기 어설픈 상업영화로 변모 시켜버리며
뜬금없는 효과가 되어버렸다.
또한, 주인공 홍만섭 (안재홍 분)이외에는
조연 연기자들의 앙상블이 많이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분명 <족구왕>은 독립영화로 눈여겨 볼만 하다.
아무 것도 건질 것 없는 블록버스터에 비한다면,
<남들이 싫어한다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숨기지 않는다>는
놀라운 배우 <안재홍>을 건지는 기쁨을 마주 할 수 있는 것이다.
평범하다 못해 평범 이하 일 것 같은 영화 초반의 그의 인상은,
영화 스크롤이 올라갈 즈음엔,
심지어 장동건 같이 보일 정도로 연기의 내공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 전반에 흐르는 독립영화의 풋풋함은
분명 아마츄어리즘과 차별화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한국 독립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존 카니의 <원스는>
제작비 15만달러로 우리나라에서만 23만명을 모으며
전세계적인 흥행으로, 오스카 트로피도 거머쥐었다.
사회적 문제도 아닌 단순 천재 뮤지션의 거친 이야기로
영화계를 뒤흔들었다.
독립영화도 다양해야 한다.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고 평가절하되는 일은
반드시 버려야 할 대중과영화계의 습성이다.
독립영화의 장르를 규정하는 것은,
영화의 목숨 같은 다양성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분명 <족구왕>은
한국 독립영화의 다양성의 초석을 다진 작품이다.
이제 초저예산 호러물 <마녀>가
다시 한번 독립영화의 다양성을 이어가길 바란다.
관객 역시, 지금 힘을 보태야,
영화편식으로 건강한 독립영화 문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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