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애니메이션 왕국의 새 봄을 그리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이

전체 영화로는 열 한번 째,

외국영화로는 <아바타>에 이어 두 번째,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천 만 관객의 영화의 반열에 올랐다.

대한민국에서 천 만 관객 영화가 갖는 의미는

초대박을 의미하며,

영화관에 갈 수 있는 인구의 절반 정도는 관람을 했다는

범국민적인 영화에 등극함을 알리는 것이다.

초반 정치성 짙은 <변호인>의 흥행을 저지할까 두려운

정치적 네티즌의 평점테러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한 빠른 입소문과,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패러디,

<겨울왕떡국><연아엘사>등이 인기를 얻으며,

예비관객의 관심을 모으고,긍정적인 마케팅 효과로

수그러들었던 <겨울왕국>의 인기를 회복 시키고,

뒷심을 발휘시키며 흥행의 롱런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묘하게도, 정치적 색깔로

초반 <노 무현> 반대파 네티즌의 평점 테러를 받았던 <변호인>이나,

<노무현>을 옹호했던 네티즌들의

미제국주의 애니메이션이라며 평점 테러를 받았던 <겨울왕국>,

두 영화 모두. 아이러니하게도 천만 관객의 영화가 되었다.

어쩌면, 평점 테러가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촉매제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영화 자체가 졸작이었다면, 이는 가능하지 않았다.

겨울 왕국의 개봉시기도 아이들의 겨울방학과 더불어 적절했고,

이렇다 할 큰 경쟁작이 없던 상영 대진운도 한 몫 거들었다.

또, 스토리 면에서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었던

전적으로 남자에게 의존했던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는 달리,

자신이 타고난 운명을 헤쳐 나가는 독립적이고

주체성이 강한 공주의 캐릭터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상승과 더불어 공감대를 넓히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구원해주는 이가 남자가 아닌 형제,

즉, 자매애를 보여주면서,

가족붕괴라는 위태로운 현대 사회에

경각심을 일으키는 효과도 있었다.

음악 역시 대중들이 좋아하는 뮤지컬적 요소에,

후렴구가 확실한 주제가 <Let it go>의 열풍은,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영화라는 통념을 깨고,

디즈니 영화를 보고 자랐던 성인관객층의 향수와 더불어

가족영화로 인식되면서,

성인관객층을 끌기에 충분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엘사가 자신의 운명을 더 이상 불편해 하지 않고

머리를 풀며 받아들이는 장면과,

얼어붙은 동생 안나를 자매애로 녹이는 장면을 꼽는 것을 보면,

그 동안 뻔한 스토리와

눈을 속이는 화려한 기술력에 지쳐간 관객들이.

얼마나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결국, 옛 향수와 새로움을 적절히 배합한

디즈니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승리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디즈니를 비롯한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의 노력에도 찬사를 보내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사운드 총 감독의 뚝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외국에서도 수많은 제작비를 들여,

흥행을 목적으로 스타들을 영입해 더빙을 시키고,

스타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이 수년간 지속된 애니메이션의 관례였다.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 더빙판을

온전히 스타에게 의존하는 것이 실상이었는데,

<겨울왕국>은 이름조차 생소한

<크리스틴 벨(안나 역)> <이디나 멘젤 (엘사 역)>을 과감히 캐스팅,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히 살리고,

스타에게 가려졌던 작품의 질을 분명히 높인 것이다.

우리 나라 역시 철저한 오디션을 거쳐

스타가 아닌 실력 있는 성우와 뮤지컬 배우를 캐스팅 한 것이

애니메이션 더빙판은 들러리라는 오명을 씻고,

<겨울 왕국>의 더빙판도 인기를 얻으면서

함께 초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린 안나 역 <윤시영>을 따로 캐스팅하는 등,

우리나라 더빙판도 미국의 뚝심을 본받으려는 노력은 가상했지만,

노래와 더빙 연기를 동시에 연출할 수 있는 사운드 디렉터의 부재로

<소연(엘사 역)>과 <박혜나(엘사 역)>

엘사의 목소리와 노래 부분을 따로 캐스팅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과,

결국 스타 <효린>의 힘을 빌리고자 한

엔딩크레딧에 오점을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스타 마케팅을 벗어나고자 한

장족의 몸부림이라 칭찬해주고 싶다.

 이젠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과 더빙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할 것이다.

제작비를 건지겠다는 일념으로

캐릭터보다 스타가 먼저 보이는 제작이나 더빙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오직 스토리와 화면, 노래에 집중해서

영화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지금 대중들은 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극적인 안전 제일주의를 버리고,

제대로 된 사운드 총 감독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마케팅을 앞세운 <효린>의 <Let it go>보다

입소문으로 인기를 더 얻은 <손승연>의 <Let it go>가

대중들을 매혹시킨 일을,

애니메이션 관계자는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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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 2014-03-1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화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인상깊습니다. 선생님이 사운드 총 감독을 맡으면 끝내주겠네요 그러길 바라겠습니다.

원씨 2014-03-14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고 섬세한 애니메이션의 더빙의 문제점을 콕 짚어주셨네요. 소문듣고 왔는데 정말 놀랍네요 선생님같은 분이 문화계에 버팀목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종로 2014-04-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더빙도 전문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영 막하는 느낌에 저도 동감입니다

루팡 2014-04-0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나라는 정말 얼레벌레 하는게 많은 것 같다. 이름만 따라가려는 못된 습관을 버려야 한다

이한 2014-04-16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찾아보니 대단하신 분이네요 평론가에 음악감독에 광고까지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분이네요
제 생각엔 겨울왕국도 평론가님이 음악감독을 하셨다면 더빙판도 크게 성공했을 것 같습니ㅏ

어른 2014-04-2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굴은 동안, 생각은 어른, 몇살이세요?

PC 2014-04-2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겨울왕국 평론 중 가장 공감이 됩니다

상하 2015-08-1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더빙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녹음연출도 크레이티브인데 아무한테나 시키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생각 못했던 부분을 딱 짚어주시네요 현장에 계셔서 그런지 경험도 생생하시고 아는 것도 많으시고

애니 2015-10-26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들이 지적하지 않은 더빙의 예술성과 중요성. 애니메이션에서는 중요한 건데 평론가와 제작자는 신경쓰지도 않음 님만 신경쓰고 대중을 위해 한마디함

도마 2015-11-1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게요 만화영화에서는 더빙 연출이 가장 중요한데 도재체 우리나라는 무슨일이든지 중요한게 뭔지 우선 순위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아요

트리오 2015-12-16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만한 만화영화가 다시 나올까요? 정말 다시 봐도 좋은 영화

sad 2016-01-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서 다시 자막판 봤어여

엔탑 2016-02-2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서 저도 다시 자막판 봣어여

헤드 2018-01-31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겨울왕국은 그대로

문화 2018-05-21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니메이션도 일반 영화를 넘어서는 감동이 있는 것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