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 – 광해는 없고, 왕의 남자 약간, 하선만 있다.
-별 4개
감독 <추 창민>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얼마나 다양한 영화장르에 도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데뷔작 코미디 <마파도(2005)>,
멜로물 <사랑을 놓치다 (2006)>,
가족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010)>,
그리고, 사극<광해, 왕이 된 남자(2012)>까지,
겹쳐지는 장르가 없다.
그만큼 자기 안에 있는 많은 깜냥을 모두 쏟아내 표현하려는
감독의 의지가 돋보이는 것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그 동안 감독 <추 창민>이 영화를 찍으면서
많은 시행착오로 숙달된 여러 가지의 코드들이
집대성된 영화다.
스토리의 흡입력이라던가, 편집의 묘미,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유머코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 창민>의 영화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함께 사는 세상이 공통적으로 그려져 있다.
우리가 <연산군>과 더불어 폭군으로 기억하는 <광해군> 역시,
역사가 흐르면서, 시대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적인 면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성선설(性善說)에 입각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이들 사이에서
신경쇠약으로 시달릴 수 밖에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애잔함이,
영화 초반에 화면을 뒤덮는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와 비교되는데,
같은 사극이라는 점,
그리고, 시대가 폭정시대였던 <연산군>과 <광해군> 시대라는 점,
심지어, 제목에 <남자>, <왕>이 들어가며, 그 필체마저 비슷하며,
포스터의 구도 역시 비슷하다.
선배 감독의 오마쥬인지는 모르겠으나,
초반, <하선(이 병헌)>의 놀이에서도
<왕의 남자>의 <장생(감 우성)>의 놀이를 연상케 하는데,
아무래도 <왕의 남자>를 넘지 못하는
실망스런 해학과 채색, 카메라 워킹이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전개되는, 탄탄한 시나리오의 힘과,
<이 병헌>의 어깨에 힘을 뺀 소탈하고, 사실적인 연기가,
완벽하게 <하선>과 빙의 되면서,
마라톤의 전력질주인 마지막 구간처럼
영화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사실,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액션 배우로 인정 받고 있는 <이 병헌>의 경우,
그 동안 보여주었던 캐릭터들이
모두 눈에 힘을 주고 크게 떠야 하는 <광해>의 이미지였지만,
영화의 70%이상 차지하는 <광해>의 대타, 서민 <하선>의 연기가,
배우 <이 병헌>의 새로운 연기력에 대한 재발견을 하면서,
그의 전에 없던 의외의 매력에 도취되어 버리는 것이다.
거기에 자칫하면 무겁고 정치적일 수 있는 주제를
<매화틀>사건이라던가, 중전에게 보내는 수필 편지,
정적(政敵)에게 <엿 드시오>라는 귀여운 유머코드로,
영화의 중압감을 해제하는 영악함도 놓치지 않았다.
<하선>이 가짜 왕인 것을 알면서도,
차차 그의 인간적인 면에 푹 빠져버린 주위 사람들은,
왕이라면 <하선>과 같아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전개 과정도
무리 없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기미나인 <사월이(심은경)>에게
일부러 음식을 남겨주는 에피소드,
<중전(한효주)>의 오빠를 무대포로 살려주는 일,
또, <도부장(김 인권)>의 잘못을 용서하는 장면,
<조 내관(장광)>의 내시가 되는 과정을
비밀리에 들으며 킬킬거리는 왕은
충분히 매력이 넘치는 왕이었던 것이다.
우직했던 <허균(류승용)>마저,
<하선>을 왕으로 세우려는 역모의 마음을 갖게 하는
진정한 왕의 모습을
<이병헌>과 연기자들은, 오버하지 않고,
차분하고 순수하게 풀어나가,
영화의 흡입력을 한껏 높이는데 기여했다.
또, 저마다의 역할에 충실한 조연,
그 중에서도 <허균 (류승룡)>과 <조 내관(장광)>의 연기는
<이 병헌>을 연기하는 왕이 아닌,
진짜 왕처럼 보이는데 일조한 것이다.
하지만, 왕대신 죽는 <사월이(심은경)>의 비중이
<하선>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모티브이면서도, 너무 낮아
설득력이 뒤떨어지며,
영화의 아름다움을 담당해야 할 <중전(한효주)>가
폼을 잡을 장면이 단 한 장면도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하선>을 죽이라는 명을 어기고,
대신 죽어가는 충정의 아이콘, <도부장(김인권)>도,
<하선>에게 용서를 받고 우는 장면은 아예 삭제해도 될,
영화의 걸림돌이었다.
코믹에 관심이 많은 감독의 욕심이 부른
참사라고 표현하고 싶다.
묘하게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관객 천만을 넘은 <광해, 왕이 된 남자>.
<허 균>의 대사처럼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또 <하선>의
<나에겐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의 목숨이
백 곱절, 천 곱절 더 중요하다>는 말처럼,
<박 근혜> <문재인><안철수>등,
대선 주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천만이라는 숫자로 대신 한 건 아닐까?
12월에 <허균>처럼 <하선>에게 두 손을 모아 인사 할 수 있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은 욕망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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