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어 베러 월드(In A Better World) – 고요와 혼란, 바람의 이중성
별-4개
덴마크 영화 하면,
당연 <어둠 속의 댄서> <브레이킹 더 웨이브>등을 연출한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마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보지 않아도 될 것을 직접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저항과 반항의 몸부림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의 영화가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덴마크 영화를 대표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복수와 직접적인 폭력,
희망의 부재에 대해,
대부분 억울한 인생을 살고 있는 관객은 동감하고,
대리만족으로 그의 도그마 운동을 추종한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같은 도그마 운동 출신인 덴마크 감독 <수잔 비에르>는
<라스 폰 트리에>와 달리,
폭력의 해결책엔 추상적인 용서도 있음을 깨우쳐 주고 있다
2011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과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인 어 베러 월드(In A Better World)>는
온 세상 사람이 겪는 억울한 폭력에 대처하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폭력에 대한 폭력, 폭력에 대한 용서,
어느 것이 옳은지는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박애주의자 의사 <안톤 (미카엘 페르스브렁)>은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용서에 가까운 인물이다.
태아의 성별을 맞추는 내기를 위해
산모의 배를 가르는 폭력의 정점,
갱단 두목의 아픈 다리를 치료할 정도로,
사소한 아이들 그네 싸움에서
자동차 정비사 <클라우스(율리히 톰센)>에게
무차별 폭력을 당하면서도,
용서가 이기는 것이라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하지만, 폭력의 해결책은 폭력이라는 생각을 가진
<크리스티안(윌리암 욘크 닐슨)>은
집단 폭력과 따돌림을 당하는
<안톤>의 아들 <엘리아스(마르크스 리가르드)>를 위해
칼을 들어 해결하고,
<안톤>에게는 <당신이 폭력에 진 것이다>라며,
폭력을 행한 <클라우스>의 차를 폭파시키려는
무시무시한 복수를 감행한다.
폭력에 대한 해결책이 각기 다른 극과 극의 인물설정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감독 <수잔 비에르>는
그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듯 하다.
<안톤>은 폭력의 대표적 인물인 갱단의 다리를 고쳐주지 않고,
개선의지가 전혀 없는 그의 폭력 앞에,
박애주의를 버리고 같은 폭력으로 쫓아내 버린다.
<크리스티안> 역시, <클라우스>의 차를 폭파시키다가,
단짝인 <안톤>의 아들 <엘리아스>가 크게 다치자,
복수를 위한 질주를 멈추고
<엘리아스>의 용서에 융화되기 시작한다.
두 인물 모두 양면의 칼날처럼
폭력의 대항방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수잔 비에르>는 여성 감독답게,
인물의 섬세한 갈등을 바람으로 잘 표현했다.
사람의 혼돈을 상징하는 바람의 거친 성격이,
아프리카의 흙바람과
옥상에서의 귀신울음소리를 내는 바닷바람으로
폭력을 표현해 낸 반면,
용서를 연상케 하는 고요한 바람은,
<안톤>과 가족간의 화해와
<크리스티안>의 심리적 변경이 일어나는
옥상씬에서 잘 정리된 코드로 활용했다.
바람이 거칠때면 왠지 코를 막아야 할 것 같은 불안과 혼돈이,
꽃잎을 스치는 정적인 바람이 화면을 뒤덮을 땐,
안도와 고요함이 그대로 전해 들기도 했다.
이는, 차분히 스토리를 끌어나가면서,
늘 꼼꼼하고 계획적으로
복선의 코드를 두는 역량 있는 감독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완벽을 위해 초등학교 교과서와 종교서적에는
폭력의 해결책을 용서로 가르치고 있지만,
만만하지 않은 세상은
용서로는 너무나 오랜 시간과 억울한 희생이 따르며,
때로는 희망의 믿음마저 져버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관객의 대리만족을 시키는 <라스 폰 트리에>는
이러한 <수잔 비에르>의 영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또한,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수잔 비에르>의 용서의 존재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교과서처럼
무조건적인 용서를 주장하는 것같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폭력에 대한 또 다른 대항 방법이
존재함을 가르쳐 주는 것 뿐이다.
<안톤>의 아내 <마리안느(트린 디어홈)>의
<용서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돼>라는 대사처럼,
나약한 사람들에게는
늘 바람 속의 고요한 용서와, 거친 폭력이,
아직도 선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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