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덕스토리
 

뮤지컬의 고질적 차별-요덕 스토리



어느 사회나, 조직이 마찬가지겠지만,

조금씩의 차별과 약간의 불합리성은 마련이다.

학교, 회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친구들 모임에서도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차별은 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초등학교 때, 배운 <바른 생활>처럼,

고질적으로 남아있는 차별과 불합리성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그 것이 옳게 사는 방법이라 믿는다.

하지만, 좀처럼 차별의 악습은 쉽게 끝내지 못하고,

밟아도, 밟아도 고개를 드는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게 사는 거다.

그러나, 또한 포기하지 말고, 멈추지 말아야 할 의무인 것이다.



2006년 초연했던 뮤지컬 <요덕 스토리>는

당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무대로 했다는 특이성 때문에

이슈가 됐었다.

제작자와 감독은 탈북자 출신 <정 성산>이 맡았고,

많은 스태프 역시 탈북자 위주로 구성이 됐다.

어느 인터뷰에선가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사랑과 용서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말과는 달리,

뮤지컬 <요덕 스토리>는 뮤지컬이 아닌,

지극히 교육적인 참여형 뮤지컬로 인식이 돼버렸다.

더욱이 보수적인 사회인사들의 추천으로

뮤지컬의 기능 보다는,

<국민교육헌장>처럼 달달 외워야 할

<반공 교육 뮤지컬>이 돼버린 것이다.

사실, 이런 인식은 대기업의 협찬조차 힘들어지며,

관객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버리는 요인이 돼 버렸다.

각종 뮤지컬계  언저리에서 방귀 꽤나 뀐다는 이들도,

효도 상품으로 실향민 부모님을 구경시키는 정도지,

막상 <요덕 스토리>를 뮤지컬 작품으로 보는 경향은 없는 듯 하다.

사실, 필자 역시 암암리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요덕 스토리>가 눈 앞에 펼쳐졌을 때는,

여느 뮤지컬에도 뒤지지 않는 뮤지컬 요소에 깜짝 놀라게 된다.

웅장하고 대형적인 세트와 잘 짜여진 조명,

그리고, 그 당시 이명수 역의 (최 수형 분)의 가창력은

탄탄한 극본 구성과 함께 단연 최고였다.

뮤지컬 정서는 <미스 사이공>과 일맥 상통하지만,

더욱 소름 끼칠 정도로 가슴이 아픈 건

아무래도 우리의 이야기이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까닭일 게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요덕의 이야기는

쉬이 가시지 않은 여운으로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었다.



얼마 전, TV에서 다큐멘터리 <요덕 스토리>가 방영되었다.

노르웨이에서 투자를 받고,

폴란드 감독, <피딕>이 제작한 작품이었는데,

중간, 중간, 뮤지컬 <요덕 스토리>제작일지가 나오기도 했다

그의 인터뷰에서 <정작 한국의 무관심에 너무 놀랐다>는 말처럼,

우린, <탈북자><북한>이란 단어로

눈을 깔고 팔장을 낀 채, 내려 보고 있는 것이다.



<요덕 스토리>는 뮤지컬 작품이다.

그 것도 상위 수작에 들만큼,

회를 거듭할 수록, 다듬어지고 다듬어져

거의 완벽한 작품으로 재탄생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뮤지컬계를 호령하는 많은 인사들의 언급은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고,

뮤지컬의 얇디 얇은 제작진 층으로,

돌려먹기 시상식이 될 수 밖에 없는

<뮤지컬 대상><뮤지컬 어워즈>에도

도대체 <요덕 스토리>는

단한번도 제대로 노미네이트도 적이 없다.

위인전을 방불케 하는 많은 <교육용 뮤지컬>에는 비싼 상을 주면서,

하품과 억지 감동을 추구하는 <전시적 뮤지컬>에서는

대기업과 정부가 해외 공연까지 돈을 써 대면서,

왜 유독 <요덕 스토리>는 외면하는지….

결코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 아닌데도 말이다.



관객이 주는 진정한 <뮤지컬 상> 하나를 만들어야 하나 보다.

아니면, 메이저급 뮤지컬에서 최악을 뽑는,

미국의 <골든 래즈베리>같은 시상식이라도 해야 하나 보다.

그래야, 기득권을 자신의 재산으로 착각,

문화 선도자란 이름으로

대중을 교육시키려는 문화집단에 경종을 울리고,

차별 없는 진정한 문화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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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wl 2011-07-31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덕 스토리, 저도 반공교육, 민방위 훈련 영화라 생각했는데, 혁준님의 글을 읽고 다시 공연하면 봐야겠다는 반성을 합니다. 참 설득력 있는 글입니다. 만약, 관객이 주는 뮤지컬상을 만드신다면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닥터심 2011-08-02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덕스토리는 정말 뮤지컬로 기능이 있나요? 왠지 반공교육을 받고 나온 것 처럼 그런 것 아닌가요? 하지만 이혁준님이 뮤지컬로 가능성 있다면 그렇게 믿고 싶네요

세브란스 2011-08-0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잠재의식속에 있는 편견이 언제나 두렵고 무섭죠.. 우린 더 교육적인 국가적 뮤지컬에 속고있는지도 모르지요

엄씨 2011-08-04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살다보니 뒷머리를 꽝 맞는 듯한 정확한 평론도 보내요

애니 2015-10-26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한민국 뮤지컬 거품 정말 문제임 돈 아까워 미치겠슴 이민가고 싶음

도마 2015-11-1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생님의 얘길 들어보면 가장 부정부패 부조리 하면서 커넥션이 많은 것이 뮤지컬계인것 같네요 한국 문화중 가장 후진국형인 듯합니다 정말 지금 기득권층을 없애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겠네요 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뮤지컬이 문제네요

트리오 2015-12-1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점점 재미없는 우리나라 뮤지컬 돈만 밝힌다

24 2016-01-05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거품만 잔뜩 낀 우리나라 뮤지컬에게 정부지원금이 아깝습니다

sad 2016-01-0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거 반공 뮤지컬 아닌가요

연대기 2016-01-3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뮤지컬 매니아였는데 선생님 글을 읽고 보니 한국 뮤지컬의 독선과 횡포에 놀아난 느낌이 듭니다 세계 최고의 티켓값이라 했는데 이런 후진국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화가 납니다

2016-02-27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건 나도 몰랐던 사실. 문화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심한 곳이 뮤지컬판이구만 선생이 정리해야하는데

닥터심 2016-07-06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썩어빠진 한국 뮤지컬 물갈이 되어야 한다 정부 담당부터

맥스 2016-10-0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반공 문화 뮤지컬 아니었어?

가희 2018-02-0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난 처음 듣는 뮤지컬인데요

평창 2018-05-23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을 읽어보니 거의 뮤지컬 전문가시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