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할리우드 키드의 영악한 킬링 타임

-3개 반



영화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평론가들은 미장센, 몽타즈, 카메라 워크를 따지고,

스토리 텔링의 완성도와

다시 곱씹어서 생각하게 하는 사회 참여형 영화에

늘 많은 별들을 달아준다.

당연한 얘기다.

그래서, 우리 나라는 물론, 외국의 유명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엔 코믹 멜로나,

가벼운 에피소드의 아기자기한 영화는

외면당하기 십상인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첨단 기술로

시각적인 깜짝 이벤트가 있는 블록버스터가 아닌 이상,

시상식의 높은 곳은 아예 엄두도 못 내는 모양새다.

 

하지만, 영화의 또 다른 존재 이유는

공감대 형성과 즐거움이다.

이는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으로,

영화를 보는 시간 만큼은

유쾌, 통쾌, 상쾌의 공식으로

우리의 뇌를 즐겁게 하는 영화인 것이다.

비록 영화를 보고, 남는 건 없다 할지라도,

잘난 척 영화 꽤나 보는 듯,

우월주의에 빠진 관객에게 저급 영화라 손가락 질 해도,

사실 그런 영화는 관객의 코드를 정확히 읽어

즐거움을 선사한 최고의 영화인 것이다.

우리는 그런 영화를 <킬링 타임> 영화라 부른다.



뜻하지 않은 830만 영화,

<과속 스캔들>의 <강 형철>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써니>에는

그 흔한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과속 스캔들>에서도,

<차 태현>을 제외한 <박 보영> <왕 석현>의 신인을

과감히 기용한 것처럼,

왠지 낯선 신인들과 영화와는 먼 듯한 배우들이 단체로 나온다.

등장 인물이 많기에 개런티 문제도 있겠지만,

사실 <써니>가 갖고 있는 <되살아 난 추억>이란 주제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관객과 함께하는 공감대 코드 <추억>에는

한류 스타는 방해만 되었을 것이 뻔한 일이다.

또, 영화 초반, 어린 아역들의 대거 출연은

드라마에서 종종 이뤄지는 주목도 형식,

즉 3B 시스템

(Baby, Beast, Beauty가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킨다는 학설)에 입각한

영악함이 돋보이는 구성이었다.

단순한 메모리가 아닌,

관객들의 억압된 현실과 돌아가고 싶은 추억을,

매끄러운 교차 편집을 통한 파노라마 형식이

<아, 지금 나도 이런데, 저 때는 나도 그랬지>라는

진정성을 끌어내기 충분했다.

<심은경>을 비롯한 7명의 아역과 조연은

아낌없이 제 역할을 해냈고,

 모든 배우들의 일취월장된 연기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찾아 볼 수 있는 옛 영화의 추억도 함께 발견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어항 장면을

<나미(심은경 분)>의 첫 사랑에 적용 시키는가 하면,

더불어 같은 장면에서

<소피 마르소>의 <라붐>의 명장면을

대놓고 베끼기까지 했다.

1980년대 시절, <라붐>을 보고 따라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대리만족을 완벽히 시켜준 것이다.

또, <춘화>의 장례식에서 함께 추는 춤은

<임권택>감독의 <축제>의 마지막 사진 장면의 정서를 가져온 듯 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비디오 점원을 하면서 본,

많은 영화의 명장면을 패러디, 혹은 카피하면서,

새로운 영화의 차원을 연 것처럼,

<강 형철>감독도 할리우드 키드의 영악함으로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춘화(진희경 분)>의 부탁으로

다시 모인 7명의 친구들,

그리고, 지루하기 짝이 없던 일상은

가장 찬란했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

누구나 꿈꾸는 일일지도 모른다.

연일 계속 되었던 시위 장면에서 나온

<조이>의 <Touch By Touch>는 블랙 코미디를 연상시키고,

<리차드 샌더슨>의 <Reality>와

친구를 묶어주는 노래 <Boney M>의 <Sunny>까지,

절묘한 음악 선곡도 칭찬해 줄만 하다.

거기다, 잠깐 등장해주신

<이경영><성지루><윤 정>의 존재감도 놓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재미있는 <Killing Time>용 영화가,

마지막 장례식 장면에서

갑자기 <국민 교육 헌장>이 되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저 완벽한 <Killing Time> 영화로 끝나더라도,

<춘화 (진희경)분>가 죽지 않고, 굳이 재산을 나눠주지 않고,

<나미(유호정)분>의 딸을 괴롭히던 불량 청소년을

 함께 혼내주는 것처럼,

학생시절로 돌아가, 같이 자신들만의 축제를 했더라도,

더 완벽한 <Killing Time>영화가 되었을 텐데…

아직도, 한국 영화는 교육적이어야 하나 보다.

시계가 필요없던 초반부, 억지 감동, 씁쓸한 후반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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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2011-07-1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게으른 이혁준님.. 써니 저도 봤는데, 초반부의 짜임새에 비해 후반부가 문화영화를 보는 것 같아 저도 많이 아쉬웠습니다. 영화가 꼭 무거울 필요는 없죠

형호 2011-07-12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낱 재미있는 스쳐가는 영화라 생각하고 돈내고 보기엔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의 본질적인 존재감을 생각해보니, 무조건 무시할 만한 영화는 아닌 듯합니다.2시가동안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아무 생각없이 즐거웠다면 이 또한 좋은 영화라는 말, 깨우침을 주네요 낼 써니를 봐야할 듯 합니다.

루핑 2011-07-14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 그러고 보니, 진짜 여기저기서 인용한 이미지들이 많은 영화네요 하지만 나쁜 것만은 아니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니까... 참으로 재미있는 글을 쓰십니다.

pc 2011-07-1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제나 이혁준님의 글은 항상 낮은 곳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라 공감이 갑니다 이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은 곳에 있으니까요

닥터심 2011-07-20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써니의 적절하고 다른 시각.. 기본적으로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평론, 모든 것이 사람중심인 당신의 글.. 근데 너무 아끼시는 거 아닌가요? 많이 좀 올려주세요

롤링홀 2011-07-27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들어왔다 세시간째 읽었습니다. 제 생애 이런 느낌의 평론은 난생 처음입니다. 근데 정말 너무 안 올려주시는 거 아닌가요?

상하 2015-08-1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화평론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못 본 영화는 다시 보고 싶군요

sad 2016-01-0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혁준님의 영화평론은 다른 잘난척하는 평론과는 완전 다르네요

2016-02-2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과소평가된 영화지 오만화 영화계에 의해

맥스 2016-10-0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작은 아니고 상큼한 영화에 한표

가희 2018-02-02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도 잘 만든 설 명절 영화다

평창 2018-05-2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마전 테레비에 보고 정말 잘만든 영화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