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블랙 스완- 선악동체(善惡同體) 인간이란 이름으로
별-4개
지금도 <성악설>과 <성선설>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끝나지 않는 논쟁처럼,
사람들 마음 속에는 과연 무엇이 바탕을 이루면서,
환경과 교육에 의해 자기 본성을
얼만큼 다스리고 감추고 사느냐는 것이
많은 윤리와 도덕으로 인정 받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먼저 <백조>라 이름 붙여진 새가,
어느 날 갑자기 호주에서 <흑조>가 발견되면서,
마치 세상사 많은 일들처럼, 혼란을 대변해 주고 있다.
백조가 먼저인지 흑조가 먼저인지
누구도 자신 있게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한 사람 안에 우주를 가둬놓은 듯한,
많은 갈등을 세심하게 표현해 내는 <대론 아로노프스키>감독은
<미키 루크>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레슬러>에 이어
한 발레리나의 자신의 본능과의 싸움을 투영한
<블랙 스완>을 내 놓았다.
그리 많은 제작비의 블록 버스터도 아니고,
그 흔한 애정관계도 없는 <블랙 스완>은
순전히 연기자들의 앙상블로만 극을 이끌어 나간다.
완벽한 테크닉을 가지고 있는 니나<나탈리 포트만 분>는,
그녀의 심성에 맞게 착한 백조는 완벽하게 소화해내지만,
탐욕스럽고 섹시한 흑조의 연기는 사람들에게 멋진 인상을 주지 못한다.
더구나, 테크닉은 부족하지만,
열정으로 강한 춤을 추는 신입단원 릴리<밀라 쿠니스>에 대한
질투와 정신병적인 열등감은 급기야 정신분열까지 일으킨다.
그러면서, 점차 엄마의 <Sweet girl>로
억압되고 잘 교육되어 온 본성, <흑조>가 되살아나,
자신을 해치면서까지 <백조의 호수> 공연을 완벽하게 끝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단연 영화 <레옹>부터 똑 부러지는 연기를 줄곧 해온
<나탈리 포트만>의 이중적 연기다.
엄마가 못하게 했던 그의 등을 긁는 버릇이 점점 심해지면서,
등에서 검은 깃털이 나는 미장센은 그야말로 압권이며,
또한, 발레라는 직업상 필요하겠지만,
늘 거울을 이용해 사람의 이중성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던,
감독의 치밀한 구성도 돋보인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습실에서 담배를 피워무는
<밀라 쿠니스>의 발레와 동떨어진 이미지의 방탕한 연기와,
비중은 작았지만 <뱅상 카셀>의 농익은 연기도
충분히 시선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83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탈리 포트만>못지 않게,
제 몫을 톡톡히 해 낸 연기자는,
니나의 엄마 역으로 나왔던 <바바라 허쉬>이다.
<우디 알렌>의 <한나와 자매들>이나, <게리 마샬>의 <두 여인>처럼,
주로 사람의 갈등과 심리에 탁월한 연기를 보여 온 그는,
<블랙 스완>에서도 친절한 억압으로
니나의 갈등의 원천을 만드는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내고 있다.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샤이 피플>,
<크리스 맨지>의 <월드 아파트>로
<87년 88년 칸느 영화제>의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을 당시도
마찬 가지로 가족과 사람의 갈등에 대한 연기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니나를 철저히 교과서 적 착한 딸로만 만드는, 섬뜩한 연기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밑받침이 된 것이다.
이런, 연기파 배우의 잘 어우러진 호흡은
예전, 헐벗은 사랑 얘기도 없이,
오직 사람 안의 갈등과 가족이라는 에피소드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영웅본색>처럼,
<블랙 스완> 역시, 치밀하게 파고드는 사람 안의 원천 갈등,
선(善)과 악(惡)의 갈등만으로도, 숨을 죽이게 하는 영화인 것이다.
누구나, 억압된 살인, 욕망, 탐욕 등등이
이미 사회적 교육에 잘 다스려져 있기에,
그 공감대는 훨씬 넓을 수 있었던 것이다..
<뱅상 카셀>의 <너를 방해하는 것은 오직 너다>라는 충고와
영화 끝에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고
이중적인 <백조>와 <흑조>의 연기를 잘 해낸 후,
스스로 <완벽하다>고 행복해 하는 니나….
우린 어쩌면, 착하다는 말에 현혹되어
남에게 피해 주지 않을 만큼의 욕망도 발로 짓밟아 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착함의 쇠사슬이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과잉 진압해 버린 것은 아닐까?
오늘 밤, 살며시 본성을 깨워보자, 남한테 피해 주지 않을 정도로만…
사람이란 한쪽으로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동전의 앞 뒷면처럼, 다 타고 났을 것이다.
적절하게 이루어진 선(善)과 악(惡)의 결합이
어쩌면 우리 인생을 니나처럼 완벽하게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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