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식품 <라스트 갓파더>는 맛있다.
어렸을 적, 문방구나 구멍가게에서 동전 몇 개로 사먹었던 <쫀드기> <아폴로> <뽑기>가 가끔 먹고 싶다. 버스 값을 아껴 사먹었던 이 불량식품은, 학교의 단속에도, 부모님의 성화에도 언제나 내 허기진 마음을 달래는 비타민이었다. 얼마나 건강에 좋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마음을 달콤하게 달래줬던 그 시대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렇기에, 약간의 배앓이를 해도 계속 문방구의 연탄불 위에 <쫀드기>를 올려놓곤 했다.
<진 중권>님은 트위터에 <심 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Last Godfather)>에 대해 <불량품을 파는 가게에는 다시 가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지 않을 것 같다>라고 평했다. 같은 곳을 봐도, 느끼는 것이 모두 다를 터이니, 그의 의견에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촌철살인의 의견을 피력했던 그의 생각에 일부는 동조하고, 일부는 사회적 리더로써 너무나 무거운 중압감을 느낀 나머지, 오버된 테너의 어조에 반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사실 불량품 가게라 하더라도, 매번 불량품을 팔 수는 없다. 계속 불량품만 팔아댄다면, 벌써 대중의 이름으로 그 가게는 망하고 말았을 테니 말이다. 더구나, 불량품인지 아닌지는 제품을 구입하고 써 본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왠지 문화 염려증으로 성급한 편견을 피력한 것 같다.
조카를 데리고 심심치 않게 <심 형래>감독의 영화를 봐 왔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졸작이 많았던 것 인정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의 영화를 기다리고, 보고, 좋아한다. 비록 어린이들이라 할지라도 그의 슬랩스틱 코메디와 허황된 스토리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그의 영화에 대중을 매료시키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영구 시리즈> <우뢰맨 시리즈> 그리고, 조금 업그레이드 된 <용가리> <디워> 그리고, <라스트 갓파더>까지, 어쩌면 영화 전문가들이 보기엔 한참 모자란 영화일지 모른다. <스토리 텔링>의 허술함과 맥이 끊기는 편집, 어색한 연기, 그리고 턱없이 모자란 미장센, 그리고, 애국심을 강요하고, 본인의 한풀이를 영화 끝에 넣었던, 철저한 유치함까지, 무엇 하나 완벽하지 않고, 그처럼 늘 모자란 영화다. 하지만, 그는 영화마다 꼭 한가지씩은 발전된 모습으로 철저히 잘 해 왔다. 요즘 세상에 정치, 문화계 인사를 막론하고 하나라도 잘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영구 시리즈>에서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물해줬고, <우뢰맨 시리즈>에서는 <권선징악>의 통쾌함을 선물해 줬다. 성인 영화로 탈바꿈한 <용가리>에서는 최첨단의 CG기법을 도입하더니, 800만을 동원한 <디워>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CG를 완성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번 <라스트 갓파더>에서는 미국 <히비 키이텔>등 미국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며, 세계시장에 대한민국 영화의 간판을 내 걸었다. 많이 모자라고, 많이 창피 할 수 도 있는 영화지만, <심 형래>감독은 분명 우리 나라 영화인이 못했던 것을, 오랜 시간을 거쳐 혼자 이룩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아닌 것은 분명 아니라고 얘기해야겠지만, 또 좋은 점은 좋다고 얘기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주위에, 자신이 마치 문화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처럼, 무조건 <국내 영화>를 무시하며 보지 않는 문화계 친구들이 생각난다. <칸느 영화제>에서 상을 타기 전에는 <국내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전혀 인정하지 않던 <박 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도 생각난다.
<심 형래>감독의 영화가 작품성을 논하기에는 너무 요원한 영화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영화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 로켓 같은 추진력은 영화계 인사뿐 아니라, 문화계 인사 중에도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불모지나 다름 없는 미국 영화계에 한 발을 들여 놓는 그의 뚝심과 홀로 고난을 이겨내는 인내심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존경심까지 들게 만든다. <작품성>있는 영화라 할지라도 대중이 봐 주지 않으면, 누가 그 작품성을 인정해 줄 것인가? 대한민국의 작품성 있는 영화는 왜 아직도 <헐리우드>에 간판 하나 걸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 점에서 <심 형래>감독의 영화는 인정받아야 한다. 또, 작품성 보다 먼저 선행 되어야 할 <대중의 평가>만이, <심 형래> 감독을 잣대질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스트 갓파더>가 100만을 넘어가고, 예매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실망한다 할지라도, 속는다 할 지라도, 내일은 그의 영화를 볼 참이다. 그의 열정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영화는, 그 옛날 먹었던 <불량식품>의 피할 수 없는 중독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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