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는 부익부 빈익빈 시대.



1980년대, 대학생들은 거의 공부를 하지 못했다. 전공 책 대신 화염병을 들고, 시험 보는 기간 동안뿐만 아니라, 방학 중에도 늘 전경들과 대치해야만 했다. 이데올로기 사상도, 군중 심리도 아닌, 해야만 했던 일이 너무나 많았고, 마치 철옹성처럼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정부의 비리와, 재벌 그룹의 부패를 무너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뿌리 깊은 부패 정부와 악덕 재벌은, 한 목소리로 뭉쳐진 서민들의 힘에 조금씩 그 막대한 힘을 잃었고, 그 당시 젊은 대학생의 희생으로 조금이나마 서민이 주인이 되는 시대가 열리면서, 민주화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그 중, 가장 서민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던 것은, <부익부 빈익빈>이었다. 아무리 발버둥치고, 악을 써도 절대 바뀌지 않는 고단한 삶과 그럴 듯한 껍데기를 타고 나지 않는 한, 코피 터지는 노력으로도 잡지 못하는 소위 <끈>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 참고, 견디고, 이 악물고, 했던 감정이 걷잡을 수 없는 핵폭탄으로 폭발한 것이다. 결국, 서민들의 한 목소리로, 만족하다고는 할 수는 없으나,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은 상대적으로 많이 완화되었고, 민주 자본주의의 비슷한 시늉이라도 내게 되었다는 것에 위안을 갖게 되었다.



연말에는 많은 시상식이 열린다. 가요계, 영화배우, 예능계 등등, 한 해 동안, 대중들을 울리고 웃겼던 많은 연예인 및 문화계 인사에게, 그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이다. 먼저 시작된 많은 가요계 시상식에서 우리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걸 그룹, 아이돌을 한자리에서 짧은 시간에 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올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 주었던 <소녀시대>를 필두로, <카라> <FX> <Miss A> <샤이니> <슈퍼주니어> <빅뱅> <2AM> <2PM> <보아> <2NE1><원더걸스>등,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젊고 어린 친구들로, 눈이 호강하는 시즌인 것이다. 그러나, 연말 시상식은 대형 기획사의 사적인 파티처럼 보인다. 위에 열거한 수많은 아이돌이 있지만, 기획사별로 분류해 보면, <SM> <YG><JYP>, 그리고 <SS501>이 얼마 전 까지 몸을 담았던 <DSP 미디어>를 포함 해, 겨우 4개의 거대 기획사가 독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4개의 대형 기획사 이외에는 가요계로 진출하는 것이 불가하게 보인다. 점점 투자는 오직 대형 기획사로만 몰리게 되고, 재능 있는 꿈나무도 작고 성실한 기획사는 무시한 채, 대형 기획사 바라기로 몇 년씩 연습생활을 감수한다. 재정이 빈약한 성실한 기획사는 자꾸 무너지고, 예전 재벌 그룹처럼 대형기획사는 문어발 확장으로 점점 거대해져만 간다.



이런 문제는 비단 가요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퍼져 있는 불치병이다. 신인 연기자는 대형기획사의 스타 시스템을 앞세워, 스타와 끼워 넣기가 아니고는 변변한 대사도 얻지 못한다.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뮤지컬 계 역시 <에이콤>을 필두로, 몇몇 대형 기획사만이 대형 뮤지컬을 제작할 수 있다. 문단계 역시 선생님이 누구냐에 따라 문단 데뷔가 결정지어진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대형기획사 탓만 할 수도 없다. 알아서 얘기 안 해도 투자 해주고, 쉽게 출연 부탁도 들어 주는 매스 미디어인데, 따지고 보면 그 들의 잘못은 그다지 큰 것 같지는 않다.



문화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7성급 호텔이 있다면, 운치 있는 민박집도 있어야, 대중들은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오로지, 7성급 호텔만 있는 세상이라면 너무 심심하지 않겠는가? 첫째, 대중은 자신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보여지는 문화에만 급급하지 말고, 직접 문화를 찾는 적극성을 보이고, 사랑을 보여야 할 것이다. 둘째, 제발 이지, 보여지는 것에만 연연하여, 대형기획사에만 특혜와 사랑을 주는 기업과 정부, 그리고 매스 미디어는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 거만하게 뒷짐지고 명예욕에만 거들먹거리지 말고, 진정 대중을 위한다면 아주 작은 기획사와 문화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관심 좀 가져 주길 바란다. 다양한 문화는 다 차단 해 버리고, 언제까지 대형 기획사들 만의 친목 모임, 시상식을 봐야 한단 말인가? 대중의 시상식은 언제 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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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씨방 2010-12-26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의 글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 못하는 부분을 딱 집어내시죠.. 실로 놀랍습니다. 님때문에 들어오지도 않던 알라딘을 들어옵니다. 지금 문화계가 부익부 빈인빈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예능계도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 이경실 라인이 되지 않으면 발도 못 붙이고 있는 상황이니, 이도 어쩌면 라인을 빙자한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선택의 다양성이 있었으면 좋겟습니다

세브란스 2010-12-2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미 거대하게 자라버린 기획사를 탓할 이유는 없지만, 아무래도 독과점 형태의 거대 기획사의 홍보, 시상식, 방송출연의 횡포는 있겠죠... 문화는 다양성이라는 말에 정말 공감.. 중소 기획사를 살리는 일은 매스미디어나 투자자가 아닌 바로 우리 대중이라는 말, 그게 곧 우리 문화를 지키는 일이라는 거.. 모두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양아치 2010-12-3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갑자기 옛날 데모했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거대 기업의 횡포? 그 걸 깨뜨리기 위해 젊은 혈기로 서민을 대변했죠.. 근데 이젠 문화마저 약육강시과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얼마나 우리가 나태하게 살았는가를 깨달았습니다.... 방법은 오직 대중이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소수의 다양한 문화를 사랑하고 키워주고 관심가져 줘야한다는 것에 정말 감명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꼭 봐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애니 2015-10-26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심감한 문제 한국문화의 부익부 빈익빈/대중은 세뇌당한 좀비

연대기 2016-01-30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경제던 문화던 아무리 떠들어도 고쳐지지 않는 부익부빈익빈 경제는 그렇다 치고 문화만이라도 우리 대중이 정신차려서 독과점 독재를 막아야합니다

2016-02-2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문화의형평을 이룰 사람은 선생밖에 없어

맥스 2016-10-0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넘의 부익부 빈익빈은 안 없어지는가?

평창 2018-05-2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익부 빈익빈 비단 연예계 문제만은 아니죠 언제나 이문제 없어지려나

바운드 2019-08-1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은 정덕현 평론가가 카피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