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예의지국엔 시상식은 없다
MAMA 시상식과 SBS 음악프로그램의 일정이 겹치면서, MAMA 시상식은반쪽 행사가 될 판이다. <소녀시대> <카라> 등 한류를 이끌어 온 주요 아이돌들이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고, 야심 차게 40억원을 협찬 받아 마카오에서 진행하려 했던 MAMA 시상식은 협찬사의 불만을 그대로 감수하며 알맹이 없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판이다. 씁쓸하다. <슈퍼스타K>의 성공으로 한껏 기가 산 M-NET의 권위를, 경쟁적인 공중파가 단 번에 꺽어버린 셈이다.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한 해를 되돌아보고 평가해 보는 우리 나라 시상식은 언제나 불협화음을 끊지 못한다. 비단, 가요계 시상식 뿐만 아니라, 영화 시상식, 그리고 뮤지컬 시상식까지, 자기들만의 집안 축제를 하고 있다. 전혀 대중과는 소통하지 못한 후보 선정과 수상이, 시상식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 있었던 <대종상> 시상식에 소녀시대 공연에 대한 배우들의 반응도 어쩌면 시상식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빚어낸 참사일지도 모른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대중의 입장으로, 영화배우로, 가수로, 뮤지컬배우로, 제작자로, 주최측으로, 과연 우리는 시상식을 존경했는가? 축제와 명예의 전당이 되어야 할 시상식이 그저 받기 싫은 수학 수업쯤이 아니었던가? 눈치 보고, 상 탈 것 같으면 참석하고, 돈 안주면 안 가면서, 대충 옷이나 챙겨 입고 대중을 우롱하지 않았는가?
우선, 우리 나라에는 알력의 구도를 확실히 보여주는 엇비슷한 시상식이 너무 많다. 협찬사의 알력, 협회의 알력으로, 특색 하나 없는 거기서 거기, 그 놈이 그 놈인 수상식이 너무 많은 것이다. 외국처럼 영화 하면 떠오르는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칸느> <베를린>, 그리고, POP의 <그래미>, 드라마의 <에미>등 대표적이고 존경 받는 시상식이 우리에겐 없는 것이다. 그 첫 번 째 이유는 협찬사에 기인한다. 말로는 문화발전기여라면서 숫자로 추정되지 않는 기업이미지의 수익을 생각하다 보니, 각종 시상식에 주도권을 쥐고 싶고, 작은 특색 있는 영화제에는 미미한 기업 홍보 효과를 이유로, 눈조차 돌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이미 주관사가 있는 시상식에는 자존심 문제로 협찬하지 않고, 비슷한 시상식을 재차 만들어 내는 것이다. 차라리 전통 있는 시상식에 힘을 합하여, 더욱 볼거리가 있고 존경 받는 시상식으로 만드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여력은 <춘사영화제> <영평상>같은 곳에 투자 한다면, 문화기업으로 우뚝설일인데, 참으로 안타깝다.
두 번 째,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엇비슷한 시상식 때문에, 수상자의 시상식에 대한 인식이다. 돌려먹기로 수상을 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참석해 봤자, 자신의 인기나 명예와 부에는 전혀 영향을 줄 수 없기에 많은 수상자들이 대리 수상을 한다. 주최측은 언제나 수상자들에게 사정사정하며 상금과 거마비로 유혹하느라 늘 진땀을 뺀다. 외국 어느 시상식에 상금이 있는가? 그래도 많은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완벽한 드레스와 턱시도로 명예와 축제를 위하여 기꺼이 참석하지 않는가? 더불어, 배우나 가수들의 화려한 레드 카펫 의상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한 스태프들의 시상식 의상이다. 화려한 시상식에 비해 그 들의 의상은 처참하기까지 하다. 혹자는 시상식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하겠지만, 스태프들의 고단한 삶을 생각한다면 밥줄을 잠시 놓고 시상식에 참석한 것만해도 그들에겐 정말 큰 결단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의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는 무리라 할지라도, 주최측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수 있도록, 오히려 시상식의 스태프들에게 예의를 갖춰 지원해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 시상식에도 <상금>을 없애야 한다. 수상자들은 <상금>이 아닌 <명예>를 얻으려 기쁜 마음으로 자발적인 참여해야 하며, 시상식은 그 수를 줄여 질을 높여야 한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협찬사와 주최측의 모습으로 예의 있는 진정한 시상식 문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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