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부침
한류스타 <박 용하>가 사망했다. 그 흔한 유언장도 없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갑자기 우리들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냥 스타도 아닌, 한류 스타란 화려하고 빛나는 타이틀을 가진 그가, 타당한 이유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것이다. 다시는 그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없다는 것에 너무 가슴 한 구석을 베어 낸 것 같았다. 과거 <이 은주> <유니> <정 다빈> <안 재환> <최 진실> <최 진영>등, 많은 사랑을 받은 이가 스스로 목숨을 버릴 때마다, 언론들은 무책임한 네티즌들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경쟁이 너무 심한 연예계의 스트레스를 주 원인으로 꼽기도 했으며, 심지어 사회 전반에 걸친 사람들의 약육강식 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다 맞는 말이다. 대중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을 가진 그 들은, <대중>의 사랑으로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화장실을 가는 직업이기에, 대중의 외면은 마치 믿고 사랑했던 배우자의 배신과 같으며, 대중의 질책은 가장 의지되었던 가족의 호된 꾸지람과 같은 것이다. 대중의 조그만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생각 이상으로 외로워하며 힘들어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책임감과 아픔을 대중의 사랑과 맞바꾼 <공인(公人)의 운명>이라 부른다. 물론, 과도한 관심이 불러 온 병폐라는 것은 맞다. 얼토당토 아니한 루머에 휩쓸리는가 하면, 눈만 뜨면 오늘은 무슨 질투어린 악플로 공격을 당할까 몸을 사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점점 방구석이 가장 안전한 안전지대가 되어버리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 컴퓨터를 켜는 것 조차 두렵다고 한다. 그 들도 사람이기에, 더구나 감수성 예민한 사람이기에, 일반인보다 배는 더 상처를 받을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다. 공인(公人)을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고, 소유물, 혹은 장난감정도로 여기는 이기적인 문화가 팽배하고 있고, 이는 꼭 시정되어야 할 관념인 것이다.
그러나, 연이은 공인(公人)들의 자살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우면서도 화가 난다. 이미 스타나, 정치, 혹은 유명인사라는 타이틀로 공인(公人)이 되었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남은 사람들의 슬픔 정도는 생각해 줘야 하지 않을까? 다른 일반 사람들의 죽음보다도, 슬퍼할 사람이 몇 십 배, 몇 만 배는 될 터인데, 꼭 이렇게 끔찍한 자살로 사람들의 슬픔을 배가 시킬 이유는 없지 않은가? 사람들은 각기 나름대로 자신만의 힘겨운 무게가 있기 마련이다. 공인(公人)들의 짊어진 십자가는 일반인들보다 당연히 클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쌓이는 만큼, 책임감과 의무감이 더 가중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슬픔으로 갚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은 그만 했으면 한다.
공인(公人)이 되었으면, 공인(公人)답게 행동하자. 일반인 보다 몇 배 더 강한 의지로, 팬들의 사랑을 훨씬 뛰어넘는 인내력으로, 자신의 아픔보다는 사람들의 슬픔을 더 생각하라. 적어도 다른 일반인 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가를 생각하라. 그 많은 사랑을 받고도 일반인과 같이 분노하고 아파한다면, 당장 공인(公人)을 때려 치워라. 자신의 아픔이 우선인 이기적인 생각이라면, 사람들의 슬픔을 생각하는 이타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면, 더 큰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당장 공인(公人)을 떠나라. 당신은 이미 공인(公人)의 자격은 없는 것이다. 한 사람도 당신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 때 죽어도 좋다. 하지만, 아는가? 어느 누구의 죽음도, 단 한 사람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은 없다는 것을…
대중들도 공인(公人)을 사람으로 대하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제발 이제는 공인(公人)들도 공인(公人)다운 굳건함으로 무장 해야 한다. 다시는 너무 너무 슬퍼서, 화가 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겨울 연가>의 <박 용하>를 비롯한 운명을 달리한 모든 이들, 그리고, 늦여름 한 켠에서 세상을 떠나신 <겨울 나그네>의 <곽 지균> 감독님의 명복을 빌며, 저 세상에는 겨울이 아닌 봄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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