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이 X년이 되지 않기를…
5월 17일 성년의 날이다.
매년 5월 3째 주 월요일, 만 20세가 되는 사람들은 누구나, 어른으로 대접을 받으며, 향수, 키스, 초콜릿의 선물을 꿈꾼다. 어른이 된다는 것, 어른으로 인정 받는다는 것, 모든 사람들에게 터닝 포인트 같은 가슴 설레는 일임에 틀림없다. 패스트 푸드점에 머물렀던 수다 장소를, 멋들어진 카페로 옮길 수도 있고, 정치에 대한 의견을 투표권으로 보탤 수도 있고, 클럽의 현란한 조명 아래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도 당당하게 춤을 출 수 있다. 갑자기 세상이 내 중심으로 바뀌고, 미래는 거칠 것 없는 직진 코스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얘기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멍에를 짊어진 일이라는 것을… 그 멍에는 달콤한 권리와 함께 딸림 자료로 붙어 온, 등이 휠 것 같은 책임과 의무인 것이다.
<성년의 날>에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누리꾼들에게 일명 <경희대 패륜녀>라 일컬어진 사건이다. 아직 사실 확인 중이라 하지만, 너무나 상식을 벗어난 극악한 사건 스토리라 심히 충격이었다. 한 경희대 여대생이 화장실 세면대에 우유를 놔뒀는데 환경미화원 아주머니가 그 여대생의 우유만 치우지 않았다고 한다. 여대생은 <왜 내 우유만 치우지 않냐?>고 항의 했고, 어머니 뻘 되시는 아주머니는 <우유가 남아서 다 안 먹은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자, 여대생은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로 치울 것을 강요했고, 복도까지 따라와 사과 할 것을 요구하는 환경 미화원 아주머니에게 <시끄럽다, 미친 것 아니냐? 맞고 싶냐? 꺼져라>라며 더욱 심하게 아주머니를 몰아 붙였다고 한다. 이 글은 환경 미화원 아주머니의 자제분이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 <경희대생에게 어머니가 봉변을 당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경희대 패륜년>이라는 이름으로 경희대를 지탄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부모를 죽이는 일도, 부모를 내다버리는 일도, 자식을 학대하는 일도, 자식을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한 세상이라지만, 어찌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교에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인지, 실로 가슴이 먹먹하고, 울분이 목젖을 울컥 뚫을 기세다.
요즘 사람들은 <피터팬 신드롬>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순수하고 깨끗한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니라, 핵가족으로 인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파렴치한 독재자를 만드는 것이다. 어린이라고 해서 다 착한 것은 아니 듯, 성년이라고 해서 다 이성을 갖춘 어른은 아닌 것이다. <네가 세상에서 제일!>이라는 부모의 교육은, 부모마저 하인취급 하는 아이들을 양산하고, <기죽지 말고 살아라>는 부모의 바람은 성년이 되어선, 안하무인의 패륜아를 만드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마음대로 뛰어다니는 아이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남의 테이블의 음식을 먹는 뻔뻔한 청년으로 자랄 것이며, 맞지 말고 때리라는 교육을 받은 아이는, 만원 지하철에서 비어있는 노인석을 놔두고, 굳이 지친 젊은이에게 자리를 요구하는, 배려 없는 어르신으로 늙을 것이다. 지금 당장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말하기 시작하는 꼬마부터 최고령 어르신까지 패륜의 천국이 될 것이다.
얼마 전, 모 백화점 푸드 코트에서 싼 음식을 먹는 청년에게, 단무지 조차 주지 않는 40대 아줌마를 봤다. 싼 걸 먹는 청년에게 거지 같다고 놀리는 아이를 말리지 않는 20대 엄마를 봤다. 멀쩡하게 쓰레기통을 옆에 두고, 환경 미화원 앞에서 담배 꽁초를 버리는 할아버지를 봤다. 그리고, 그 담배 꽁초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예닐곱 살의 손자를 봤다. 누가 정녕 성년이란 말인가? 성년은 더 무모한 X년을 탄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늦기 전에 반성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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