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동성애



얼마 전, 섹시 가수 <리키 마틴>이 커밍 아웃을 했다. 아, 그렇게 잘 생긴 청년이, 아, 그렇게 남성적인 가수가, 왜 동성애자가 되었는가? 윙크 한번만 하면 너무나도 멋진 여성들이 줄을 지어 섰고, 앞섶 단추 하나만 더 풀어도 기절하는 여성들이 속출하는 남자로서의 행운아가 동성애자라니, 많은 여성들에게는 실망을, 많은 팬들에게는 <왜?>라는 물음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경우였다.더구나, 유교 사상이 철저히 발목을 잡고, <남자다움>이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존경과 숭배를 한 몸에 받았던 우상이, 마치 죄인처럼 취급되는 결과까지 낳아 버렸다. 과거 <홍 석천>이 커밍 아웃하자,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인기 있던 <뽀뽀뽀>에서 강제 하차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의 동성애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싫어하든, 좋아하든 간에 분명히 동성애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건 옛날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앞으로 미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현존하는 것을 마치 없는 것처럼 무시하고 멸시하는 것처럼 비인간적인 처사는 없을 것이다. 트랜스 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등장했을 때도, 찬반의 여론으로, 사회가 냄비 끓듯이 시끄러웠지만, 너무나도 당당했던 그 앞에서 그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우리 옆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각양각색 취향을 가진 이들이 살고 있음을 알면서도, 마치 처음 깨닫는 모자란 사람들처럼 우린 그 들의 등장에 적쟎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다, 대다수의 기준과 살짝 다를 뿐인 그 들을 마치 사회의 치부처럼 자꾸만 숨기고 싶어했던 것이다. 어쨌든 <하리수>가 트랜스 젠더가 아닌 한 사람으로 인정 받은 이후, 트랜스 젠더 연예인들은 심심치 않게 우리 눈에 띄었고, 비로서 그 들이 우리 옆에서 같이 살고 있음을 인지하곤 한다.



급기야, 우리 나라 최고의 방송 드라마 작가 <김수현>의 작품에도 <동성애>테마가 중심 스토리로 자리를 잡았다. 과거 <완전한 사랑> 에선 주인공의 친구로 <홍 석천>을 캐스팅, 동성애를 살짝 건드리는가 싶더니, 이번 <인생은 아름다워>에선 <송 창의> <이 상우> 두 멋진 남성을 필두로, 동성애 얘기를 보다 과감하게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사회가 동성애에 대한 시각을 조금 누그러뜨린 탓도 있겠지만, 먼저 영화계에서 <유 하>감독이 연출한 <조 인성><주 진모> 주연의 <쌍화점>이나, <이 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동성애 코드를 저변에 미리 깔아둔 것도 큰 공헌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중파는 다르다. 거장 <김 수현>이기에 보수적인 방송사 윗분 들도 꼼짝 못하고, 연기자들도 단단한 믿음으로 수락을 했을 것이다. 패기 있는 젊은 감독이나, 트렌디에 민감한 젊은 작가는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런데, 하나 걱정이 있다. 정말 <동성애자>들은 정상급 배우처럼 훌륭하고 잘생겼을까? 아니면, 반대로 야들야들한 손을 흔드는 천박한 사람들만 있는 것일까? 물론, 외국의 퀴어 드라마 <Queer as a folk>에서 보듯이, 패션과 유행에 대부분 민감한 집단이기도 하지만, 방송이나 드라마에서 그리는 것처럼 모두가 평범은 없고, 성공하거나 밑바닥 인생만 있는 것일까? 혹시, 그런 것들이 오히려 동성애자들을 곡해하고, 동물원의 원숭이 정도의 가십거리로 만드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처럼, 동성애자들의 생활이 그리 녹녹하거나, 비극으로 치닫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연령이 많으신 <김 수현> 작가님께서도 왠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취재 없이 사상누각을 그리는 것처럼 위태롭기까지 하다. 오래 전 뜻하지 않게 보았던 1996년작 <박 재호> 감독의 <내일로 흐르는 강>은 보셨는지 묻고 싶다. 동성애가 이슈거리가 아닌, 그저 평범한 동성애자라는 것을 보여준 영화다. 있는 그대로의 평범한 동성애자가 더 많을 터인데, 우린 그들을 과장되게 미화하거나, 혹은 참혹하게 천대해 버린다.



드라마나 영화가 허구일지언정, 분명 기본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 동성애자라고 명명하고, 내 멋대로 규정하지 말고, 그 들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대해줘야 한다.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상상을 넘어선 자극적인 코드보다는 평범에 기초한 있는 그대로를 그리는 것이 함께 사는 사회의 의무인 것이다. 동성애자는 평범하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점심 식사 메뉴로 <자장면>을 선택하고, <갈비탕>을 선택하는 차이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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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장 2010-04-1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주 평범한, 생각치도 못한 사람들이 동성애자임을 알았다. 너무 허구로 미화하거나, 포장하거나, 아니면 아주 비참하거나로 대하지 않았음 좋겠다. 동감입니다.

경희박 2010-04-2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성애 코드 참 조심스런 문화이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는 문화이겠지요..혼란 스럽네요

현대 2016-03-1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성애를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인정해야 줘야한다 반대하는 박영선은 도대체 뭐야

맥심 2016-10-0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성애에 반대하는 건 인성부족아냐?

ska 2018-01-04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홍준표도 문재인도 대놓고 찬성 못할 걸요 박원순도 표리부동하고

정식 2018-04-20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성애 지지 했다가는 다칠텐데

평창 2018-05-2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생각이 좋으시긴 한데 저도 동성애는 싫습니다

바운드 2019-08-1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민감한 문제도 지혜롭게 조언을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