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이벤트는 죽음인가?
배우 <최 진영>이 누나 <최 진실>의 죽음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나란히 정상급 스타로 함께 했던 그 들인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살이라는 끔찍하고, 독한 방법으로 두 분 다 우리 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스스로의 목숨을 끊을 만큼,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조카와 어머니의 슬픔을 생각하니, 안타까움을 넘어 선 너무나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만 더 버텨주고, 조금만 더 힘내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사람들의 기대가 오히려 부담이 되고 짐이 되었을지언정, 그래도, 부모님을 생각하고, 조카들을 생각했다면, 더욱 씩씩해야 했어야만 했다. 사람들은 <최 진영>이라는 한 사람의 아픔에 동조하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입 모아 다짐하면서도, 과연 정말 심각하게 반성하는 것인지 의심이 간다. 누구나 느끼겠지만, 사람이 죽어도, 맑은 하늘의 구름도 그대로이고, 작은 교통사고의 잦은 싸움도, 공무원 앞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실랑이도 그대로이다. 사람이 죽어도 변하는 것은 없다.
비슷한 시기, 서해에는 꽃다운 젊은 장병 46명이, 원인도 알 수 없는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실종되었다. 그 차가운 바다 밑에서 답답하게 갇혀있을 그 들을 생각하니, 마치 내 동생이, 내 남편이, 내 가족이 일을 당한 것처럼 뭐라 형용할 수 없이 슬프고, 아프다. 지휘 체계라는 명목 하에 어설프기 짝이 없었던 군 당국의 초등 구조나, 보안이라는 너울 속에 <천안함>의 교신내용도, 생존 장병들의 증인도 들을 수 없으며, 또, 인양되는 함미의 비공개도 실종자 가족을 더욱 진저리 치게 만들고 있다. 물론, 나라를 운영하시는 법칙도 있을 것이고, 어쩔 수 없는 애로도 있으리라고 심히 이해가 되고 남는다. 그런데,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 사람이 실종되고 죽은 것이다.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지 않은가? 적어도 왜 죽었는지, 어떠한 이유로 사고가 났는지, 속 시원히 밝혀줘야 남아있는 가족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이다.
함미에 갇혀 있다면, 69시간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인양하지않은 채, 구조 작업을 벌였다. 그 와중에 민간 잠수부가 과로로 사망에 이르렀고, 쌍끌이 어선 금양호도 구족 작업을 하고 돌아가던 중 실종되고 말았다. 모두, 내 가족의 슬픔 같아 생업도 마다하고 구조작업에 뛰어왔던 분들이었다. 실종자 가족은 목숨을 거는 더 이상의 구조 작업을 중단하고 함미 인양작업을 할 것을 요청했다. <애국적 결단>은 아니다, 단지, 내 자식 살리자고 남의 자식 죽이는 짓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높으신 어른들은 그런 마음을 모르는 모양이다. 주위에 사고나, 사회적 억울함으로 돌아가신 분은 없고, 모두 호상을 누리신 모양이다.
아침마다 신문을 보는 것이 두렵다. 어디서 우울증, 혹은 억울함을 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고로, 범죄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한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래 된 경험으로 냄비 끓듯이 분노하다가도 이내 굳은 살이 박힌 듯 무감각하게 넘겨버릴 지도 모른다. 너무나 많은 사건, 사고, 죽음이 많은 나라이기에….. 이런, 사회 문화가 사실 아침 신문을 보는 것보다 더 두렵기까지 하다.
1분만 생각해보자. 누구에게 목숨을 맡길 것인가? 내 가족, 내 형제를 누가 지켜야 하는 것인가? 아무도 믿을 수는 없다. 과거, 나라의 중대한 일이 있을 때 마다, 국민 없이는, 우리 없이는 아무 해결도 나지 않았다. IMF때 <금 모으기>운동이 그랬고,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 때도 우리가 아니면 기적을 이뤄낼 수 없었다. 죽음에 둔감한 누군가 처럼, 우리도 예사일로 치부해버린다면, 언제 내 가족이 갑작스런 이별을 고할지도 모른다. <최 진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악성 루머 근절도, 의문 투성이인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도 국민의 이름으로 명확히 밝혀내서 다시는 내 가족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공부하고, 오랫동안 기억해서 후대에게도 가르침을 전수해야 한다.
밥도 많이 먹자. 넋도 놓지 말자.
대한민국을 지키는 이도, 대한민국을 살리는 이도, 베일에 싸인 윗 분들이
아닌, 바로 대한민국의 주인 <우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죽음이
이벤트처럼 취급되는 대한민국을 보고만 있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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