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눈물의 별이 지다..
대중 문화 평론을 기재한 지가 벌써 4개월이 넘어 간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관심에, 그래도 꿋꿋이 내 의견을 피력하고 많은 분들과 생각을 공유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꾸준히 바쁜 틈을 내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 큰 반응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매니아층도 생겼고, 댓 글도 심심치 않게 달린다. 이름있고 유명한 평론가가 충고랍시고 한 마디 던졌다.
<요즘 누가 이렇게 글만 있는 평론을 봐? 그림도 넣고 화려하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소재야. 한창 인기 있는 드라마나 아이돌의 신변 잡기를 써야 유명해지고, 매스컴에서도 관심 받고 유명해지지….>
틀린 말은 아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내 글 중 가장 큰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 아이돌의 해체 문제였으니까… 필자도 인간인지라 내 글이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원초적 본능이 있다. 그러나, 오늘 또 조회수 포기한 글 하나를 올려야겠다.
지난, 23일 <비실이 배 삼룡>님이 작고하셨다. 매스컴을 주도하고 있는 10대와 20대에는 낯선 이름이겠지만, 지금 <개그콘서트>보다 훨씬 인기 있었던 <웃으면 복이 와요>의 주역이었다. 그의 배역은 늘 7부 바지에 어리숙한 표정과 꼬리를 내린 눈썹을 휘날리는 바보였다. 심 형래의 <영구>나 이 창훈의 <맹구>도 <비실이>의 인기는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했다. 앞 날이 보이지 않던 암울하던 시절, TV라는 신기한 박스 앞에 모인 온 동네 사람에게 <바보 배 삼룡>은 개 다리 춤과 어눌한 말투로 끊임없는 웃음을 선사했다.지쳐만 있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의 손짓 하나에 박장대소를 하며, 다시 힘을 얻곤 했던 것이다. 이는, <배 삼룡> 특유의 <바보 철학> 때문이었다. 당당하게 <나를 낮게 보세요>라는 그의 철학은, 온통 주눅 들어서 살아야만 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유일한 만만한 카타르시스였다. <배 삼룡>의 웃음은 어떠한 복지국가 정책보다 국민들의 생명을 1초라도 늘리는데 기여했고,자신을 낮춰 웃음을 선사한 <배 삼룡>은 무대가 너무 행복했다고 한다. 투병 중에도 다시 무대로 돌아가는 꿈을 꾸던 그가, 이렇게 국민적 지지를 받았기에, 어느 정부는 <아이들이 따라 한다>는 이유로 그를 출연 금지시키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분이 억대가 넘는 병원 빚을 뒤로 하고 우리 곁을 떠나셨다. TV에서는 한류, 아이돌, 스포츠 스타에게는 넉넉히 할애되던 추모마저, 5분도 안 되는 장례식 기사로 마무리 했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 적어도 매스컴을 휘두는 세력들도 그에게 위로를 받으며 성장했을 터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또 한 분 고 <여 운계>님도 생각난다. 지난 5월 22에 타계하신 국민 배우 <여 운계> 님의 죽음은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역시 <대장금> <프란체스카>등 정극과 시트콤을 넘나들며, 서민에게 감동적인 눈물을 안겨 주었다. 그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서로 아파하며, 눈물을 통한 카타르시스로 큰 위로를 받곤 했었다. 고학력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다양한 배역으로 서민들의 친구가 되고자 했던 <여 운계>는, 죽는 그 직전까지 KBS 드라마 <장화 홍련>에서 마지막 연기를 꽃피우며, 끝까지 서민의 눈물을 안고 가려 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도 급작스런 노 무현 대통령의 자살에 가려, 변변하게 보도조차 되지 못했다. 이 역시 가슴이 아픈 일이다.
우리 나라 국민 중, <배 삼룡>의 웃음으로 힘을 내지 않은 자 있는가? 또, <여 운계>의 진솔한 연기에 눈물을 흘리며 착한 본성을 일깨우지 않은 자 있는가? 우리들의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던 그 들의 죽음이 너무나 초라하고 쓸쓸한 건, 어쩌면 배은망덕한 지금 우리 세대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희생해 우리에게 웃음이란 생명 연장과, 눈물이라는 인간 본성을 일깨워 준 그 들에게, 어쩌면 우리는 최소한의 예의도 못 지키는 호로 자식일지도 모른다.
옛 것이라고 뒷전으로 치워 버리는 사회..
오래 된 가치를 방치해 버리는 매스컴…
지금의 한류, 아이돌, 한류도 그 들의 빛나는 업적을 딛고 서있다. 매스컴이나 사회는 우리를 있게 해준, 그 들에게 최소한의 존경심은 보여야 한다. 문화라는 하늘에 계속 빛나는 별을 보고 싶다면 말이다.
삼가 두 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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