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개그 콘서트>의 <박 성광>이 매주 토요일 외치는 대사다. 파출소에서 술에 취한 채, 내뱉는 이 한 마디를 들으며,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짧은 한 줄에, 누구나 마음 속에 갖고 있는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이 많은 인구 중에, 1등은 극소수이고, 나머지는 모두 2등 이하인 패배자이기에, 낄낄대는 공감의 웃음 속에서 짠한 눈물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주 오래 전 보았던 호주 영화 <위너스>가 생각났다. 원제가 <The Gold And The Glory, The Coolangatta Gold>인 이 영화는 철인 경기 가족 이야기로 1984년에 호주 감독 <이고르 오이진>이 만들었고, 우리 나라에서는 아마 1986년에 개봉되었다. 철인 경기에서 늘 2등만 하던 아버지 <루카스 (조스 맥윌리엄 분)>은 큰 아들 <애덤 (콜린 프릴스 분)>을 통해 철인 경기 1등의 꿈을 이루려 한다. 작은 아들 <죠 (닉 테이트 분)>는 그저 형의 페이스 메이커로 2등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 <왜 1등을 하고 싶냐?>고 질문을 던졌을 때, 아버지 루카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세계 어디에서나 <2등 콤플렉스>는 존재한다. 천재적 작곡가 <모짜르트>와 <살리에르>가 그랬고, 미인 선발 대회에서도 끝까지 경합을 벌였던 선(善)은, 진(眞)의 그늘에 가려, 미(美)보다도 훨씬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는 대접을 받는다. 복권의 2등도 1등과 엄청난 상금의 차이를 보이며, 숫자 하나에 너무나 가혹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따른다. 그럴려고 그러는 것은 아닌데, 어디서 이런 몹쓸 세계 공통 교육을 받았는지, 이상하게도 1등만 기억되니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밴쿠버 올림픽이 시작 되었다. 우리 나라 금메달 밭인 <쇼트 트랙>에서 자랑스런 <이 정수> 선수가 금메달을 거머 쥐었다. 결승점까지 <이호석>과 <성 시백>이 뒤따라 금,은,동을 싹쓸이 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 나라끼리 선수의 충돌로 그만 은, 동을 놓쳤다. 여론은 이미 알고 있는 쇼트 트랙의 파벌싸움을 또 다시 운운 하며, 무리한 경기 진행으로 은, 동을 놓쳤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누리꾼들은 <이 호석>의 홈피에 비난의 댓글을 실시간으로 올려대기 시작했다. 가슴이 아프다. <이 호석>은 그대로 들어와도 입상 할 수 있었는데, 왜 살짝 욕심을 낸 것이었을까? 잘 생각해 보자. 그 건 바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때문이었다. <이 호석>의 잘못도, 누구의 잘못도 아닌, 우리 모두의 <1등 지향주의>가 만든 결과인 것이다. 우린 모두 반성해 야한다. 여론 뿐만 아니라, 우리는 금빛 색깔에 노예가 되어, 은이나 동, 혹은 입상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을 가벼이 여겨 버리는 것이다.물론, 세계 1등을 한 <모 태범>, <이 상화> <이 정수>의 4년간의 끈기와 노력, 그리고 투지는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 5,000미터의 은메달리스트 <이 승훈>을 비롯, 은과, 동, 그리고, 입상하지 못한 수많은 선수들 또한, 잊지 말고 격려해야 할 것이다. 누구든 1등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처음부터 2등을 하려고 그 긴 시간을 힘들게 견디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조금의 운의 차이일 뿐인데, 우린,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패배자인양, 무시하고 관심 밖에 두는 일을 예사로이 여긴다.



조금은 고쳐보자. 1등과 2등의 포상금도 그리 많은 차이를 두지는 말자. 격려를 위한 포상금과 연금제도라면, 월에 금메달 100만원 은메달 45만원, 동메달 30만원의 차이는 어불성설이다. 점수제도도 금메달 90점, 은메달 30점, 동메달 20점으로 그 격차는 아무리 순위의 경쟁이라지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금메달이 100만원이면, 은메달은 80만원, 동메달은 60만원은 돼야, 진정으로 그 들의 노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것이 아닐까? 여론이나 매스컴도 선수들의 지면 할애를 이 비율로 해야 할 것이다.



이제 피겨 스케이팅의 김 연아 선수가 금빛 사냥을 시작한다. 시상대에 가장 높은 곳에서 그의 환한 웃음을 보고 싶다. 아니, 꼭 높은 곳이 아니더라도 이미 그의 인간을 넘어선 투지와 인내는, 우리 마음 속에 우상이어야 할 것이다. 세상은 <모짜르트> 보다, 평범한 ,<살리에르>가 더 많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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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tl 2010-02-27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시 온기가 느쪄지는 냉철한 칼날을 가조 계시네요 그렇죠 2등이하가 더많은 세상이죠

보령 2010-02-2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린 모두 2등이다~ 힘이 되는 글입니다.

요한 2010-03-02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계올림픽 모든 선수에게 따뜻한 찬사와 보답을 줘야합니다. 누구도 감히 사람을 잣대로 잴수는 없지요

ghkehd 2010-03-0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문화평론가 대부분이 인기나 클릭수를 따라가는데, 소신적인 글이 힘차게 와닿습니다. 정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바꿔야겠지요

현대 2016-03-1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등만 모셔놓고 살던지 그런데 2등이 있어야 1등도 있다는 건 왜 모를까

현대 2016-03-1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등만 모셔놓고 살던지 그런데 2등이 있어야 1등도 있다는 건 왜 모를까

맥스 2016-10-04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등이 뭣이 중헌디?

정식 2018-04-20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코너 은근히 재미있었은데

바운드 2019-08-1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미있네 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