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자의 단 하나 이름, 루저!



얼마 전, 방송에서 키 작은 남자는 루저, 즉 패배자라는 발언으로 사회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더구나, 그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에 사는 외국 여성분들 중, 눈에 띄는 미녀만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 이 말도 안 돼는 발언을 한국 고유의 문화로 인식할까 두렵기까지 했다. 발언을 한 미모의 여대생은 자신의 의사가 아닌, 작가가 써 준 대로 읽었을 뿐이라고 뒤늦은 변명을 해 봤지만, 그 여파는 학교에 제대로 등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삭아 들지 않았다.작가가 써 주었던, 본인의 생각이던, 무엇보다도 여과 없이 인종차별에 가까운 발언을 내 보낸 방송프로그램에 그 책임을 묻고 싶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공중파 TV 아닌가? 불특정 다수가 보고 배우는, 산골 소녀도 하루 아침에 스타로 만들고, 돈방석에 앉히는 방송 아닌가? 아무리 다양한 개인 취향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라 하더라도, 한 번쯤은 반대 의견으로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었는데도, 너무나 수학 명제처럼 당당한 그 발언은 반감을 사기 충분했다,



 물론, 키 작은 남자를 사회는 대부분 안 좋아한다. 외모지상주의가 거의 세계 1등인 우리 나라에서는 여성의 외모만큼, 남성의 키는 사회 생활의 전투력으로 간주된다.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거리엔 한 블록당, 하나씩 성형외과 간판이 걸려있고, 항공승무원, 경찰관, 기타 특수한 직업에는 아예 키 제한을 버젓이 내 걸고 있다. 여성들은 신입사원 채용 때, 외모만 본다며 분기탱천했지만, 남성 역시 회사에서 능력보다는 키가 큰 신입사원에게 심정적인 플러스 점수를 주고 있다. 보기에 좋으니까,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여성들이야 현대 과학의 힘으로 얼추 도움을 받는다지만, 남성들의 키는 아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태다. 타고 난 것을 어찌 하란 말인가?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한 일을 가리켜, 패배자라 단정짓는 일만큼, 잔혹한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키 작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욱 미친 듯이 노력한다. 남들이 1보를 걸을 때, 본인은 2보를 가야 하기에 언제나 쉴 틈도, 한숨 돌릴 사이 없이 뛰어야만 정상으로 쫓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그 들의 노력을 사회는 인정해 줘야 한다. 굳이 핸디 캡을 잡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넌 키가 작으니, 그렇게 살아야 해>란 당위성은 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저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열심히 사는 멋진 사람>이라고 칭찬해 주란 얘기다.



그래서 그런지, 성공을 거머쥔 사람들 중에는 그리 출중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드물다. 농구, 연예계등 특수한 직업군을 제외하면 말이다. 외모가 좀 거친 여성들에게 <공부만 해라>는 농담처럼, 키 작은 남성들에게는 <꼭 성공해라>는 말은, 타고 난 패배자의 상처를 성공으로 승화하란 말과 같기 때문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패배자가 갖는 고통, 아픔, 상처는 누구보다도 더욱 강인한 인간형을 만들곤 한다. 오히려 키나 외모를 꼬집는 사회의 교만함이 성숙되지 않은 루저인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감히 패배자라는 단어를 서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사회 현상 자체가 루저 사회인것이다.



그러나, 우린 이런 루저 사회에 살고 있다. 미련하게도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이성으로는 그런 사회를 탓하면서, 자신도 키가 크거나, 외모가 출중한 여성에게 박수를 치는 것이다. 갑자기 조카가 TV 드라마를 물었다.



TV에 나오는 사람은 모두 예쁘고, 잘생기고, 키도 크냐고…… 키 작고 못생긴 사람들은 TV에 나오면 안되냐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모두 다 저렇게 키도 크고 잘 생겼냐고.



TV를 보면 우리 나라에는 모두 우성 유전자만 가진 사람들만 살고 있는 듯하다. 바로, 이런 미디어의 잠재적 교육에 우리는 그릇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TV엔 키 작고 못생긴 우리의 이웃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이웃을 닮은 배우가 사실적으로 연기 해야 한다. 미디어에 관련한 책임자들은 반드시 반성 해야 하는 점이다. 사람들은 장동건 같은 미남배우가 연기하는 백설공주의 난쟁이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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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콴 2010-01-0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오오 날카로운 분석력이시네요 중용이면서도 시원한 말만 하는 어느새 팬이 되었습니다. 근데 님도 루저이신듯하네요 ㅋㅋㅋㅋ

해리짱 2010-01-07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외모 지상주의를 만드는 건 언제나 미디어였다는 사실

사천탕면 2010-01-1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키가 작은데,컴플렉스는 없지만 다양한 인종을 외면하고 획일화된 미디어는 정말 화가 납니다.

트리오 2015-12-1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양성 가장 중용한 단어인데 잊고 산다

현대 2016-03-1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하 키가 작으신가 보네 그래도 글은 카가 큽니다

맥스 2016-10-04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긴 작은 거 같아요 ㅎㅎㅎ

ska 2018-01-04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혁준 평론가님은 작은 거인입니다

정식 2018-04-20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 이혁준 선생님은 큰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