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오드리 햅번들!
오래전, <로마의 휴일>의 히로인, 오드리 햅번이, 공주도 외면하고, 신데렐라도 버리고, 영화 속에서 뛰쳐나와, 아프리카 어느 빈민가에서 헝클어진 머리로 진솔하게 구호활동을 하는 모습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혹자는 주름지고, 제대로 씻지도 않은 그녀의 모습에, 요정이 마녀로 변했다고 혹평을 서슴지 않았지만, 적어도 필자에겐, 슬픈 눈을 가진 이름 모를 아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고 있던 그의 약한 손끝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베푼다는 것, 나눈다는 것…
역사나 종교를 뛰어넘고, 시공간을 초월해서, 어느 사회에서나 당연히 행해져야 할 의무와 책임 같은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고단한 삶의 핑계로, 윗목에 밀어놓은 찬 밥처럼 외면하기도 하고, 마음처럼 쉬이 행동으로 옮겨놓지도 못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 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스타들의 솔선수범은, 대중들의 숨어있던 착한 마음을 일깨워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사회를 만드는데, 한 걸음 다가서게 만든다. 매스컴 또한, 스타들의 선행을 심심치 않게 보도하면서, 그 파급효과는 실로 상상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거역하고, 행복한 기부 문화를 끊임없이 전파하고 전염시키는 것이다. 스타들은 공연을 기획하고, 행사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참가 시키려 애쓰고, 스타를 배우고 닮고 싶어하는 대중은, 막연하게 그 들이 이끄는 대로 선행에 참가 하게 된다. 기부만큼은 겸손보다는 생색이 미덕인 것이다. 한 유명인의 이벤트가 아닌,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기부 릴레이가 영원히 이어갈 수 있도록, 스타들은 바쁜 시간을, 매스컴은 비싼 지면을 할애하는 일은, 어쩌면 이제 우리에겐, 당연한 사회적인 도덕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도 오드리 햅번 못지 않은 많은 연예인들을 갖고 있다.
한국의 어머니 상으로 불리는 김 혜자님, 연기 활동보다 컴패션 활동으로
더 주목 받고 있는 차인표, 신애라 부부, 그리고 기부 천사로 자리매김한
션, 정혜영 부부등등, 깨물어 주고 싶은 정도로 예쁜 마음을 가진 스타가,
이들 이외에도 일일이 이름을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필자는 그 들의 아름다운 선행을 기꺼워하면서도, 한편, 아주 유
치한 의문을 갖게 된다. 왜 대부분, 그 들의 옆에는 오드리 햅번처럼 외국의
기아들만 있는 것일까?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분 좋은
기부 신문기사, 방송을 볼 때마다, 마치, 오드리 햅번의 영상에서 주인공만
바꿔치기한 리메이크처럼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 만의 편협한 생각인 것 일
까?
봉준호 감독의 <마더>로 연기자 혹은, 한 사람으로서 대중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김 혜자님은, 기자 회견장에서 이 비슷한 질문을 받았
다고 한다. 필자와 같이 유치한 기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김 혜자님은 ‘우리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구호가 아닌 당연한 것이다.’
라며, 우문에 현답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다, 당연한 일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우리는 산소나 물처럼 아껴주지 못하고, 그냥 무
관심으로 내버려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집 밖만 나서면, 가슴에 멍이 든 아이들을 한 걸음 뗄 때마다 쉽게 마주치는데, 이미 우린 살만하다는 자만감로, 안일하게 우리의 어려운 이웃을 방치하는 것은 아닐까? 마치 비싼 외국의 뮤지컬엔 무조건 찬사를 보내면서, 우리 나라의 어려운 창작 뮤지컬을 선입견으로 하대하고 비난 하듯이, 혹시, 기부 문화도 사대주의에 입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외국에 나가는 온정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대중을 이끄는 힘을
가진 스타들이, 아주 조금은 가까운 우리 주위에, 옆집, 놀이터, 시장, 지하
철도 살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필자 역시, 아무 생각 없이 했던 기부 리스트를 다시 한 번 살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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